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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ER'S MUSIC LIFE/EXTERNAL CONTRIBUTIONS

내한공연을 갖는 하드록의 백전노장 화이트스네이크


화이트스네이크(Whitesnake)의 내한공연이 오는 10월 26일로 다가왔다. 사실 딥 퍼플(Deep Purple)의 계보를 따라 그리며 하드록, 헤비메탈의 매력에 빠져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들의 내한 일자가 다가올수록 점점 심장의 박동이 빨라짐을 느낄 것이다. 나 역시도 그 가운데 한 사람임을 부인하진 않겠다.

1970년대 중반 이안 길런(Ian Gillan)에 이어 딥 퍼플의 3기 보컬리스트로 가입한 데이빗 커버데일(David Coverdale)은 그의 가입 이전까지 스트레이트한 하드록을 선보이던 딥 퍼플의 음악에 마치 배드 컴퍼니(Bad Company) 풍의 흑인적 감성을 이식시켰다. 물론 이러한 부분이 결과적으로 딥 퍼플 분열의 실질적 원인 가운데 하나로 작용했지만, 어쨌거나 데이빗 커버데일은 딥 퍼플 해산 이후에도 이러한 음악성을 고수하며 솔로 활동을 거쳐 화이트스네이크라는 자신의 밴드를 결성한다. 지난 2008년 발표된 《Good To Be Bad》는 데뷔앨범이 발표된 지 무려 30년 만에 발표한 공식 10번째 앨범이다. 전반적으로 1987년에 발매된 셀프 타이틀의 걸작앨범을 연상시키는 음악을 담았던 이 앨범으로 자신감을 추스른 화이트스네이크가 올해 들어 11번째 앨범 《Forevermore》를 발표했다.

하모니카를 동반한 과거 화이트스네이크의 블루지한 노선과 현대적 느낌의 절분된 기타리프가 절묘하게 어우러지는 강력한 하드록 넘버 ‘Steal Your Heart Away’를 필두로 거침없이 터져 나오는 사운드의 홍수는 지난 앨범이 매끈하게 잘 빠진 앨범이긴 했지만, 과거 밴드의 명성에 의지한 나머지 현재 밴드 멤버들의 매력을 제대로 뽑아내지 못했다는 일부의 평가를 불식시킬 정도로 화이트스네이크의 현재 모습을 확실하게 보여준다. 싱글로 커트된 ‘Love Will Set You Free’와 같은 육중한 사운드의 레이어들 사이에 의도적으로 배치한 어쿠스틱 넘버들인 ‘One Of These Days’, ‘Fare The Well’ 등도 상큼하며, 명곡 ‘Is This Love’를 연상시키는 슬로우 넘버 ‘Easier Said Than Done’의 여유로운 감성도 좋다. 물론 음반의 베스트 트랙은 뚜렷한 기승전결 구성을 7분이 넘는 러닝타임으로 풀어나가는 서사적인 타이틀곡 ‘Forevermore’.


《Forevermore》가 공개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화이트스네이크의 미공개 라이브 앨범 한 장이 발매되었다. 두 말이 필요 없을 정도로 출중한 뮤지션들이 배출되고 또 거쳐 갔던 화이트스네이크의 활동이지만 이 라이브 앨범의 크레디트에 등장하는 기타리스트 스티브 바이(Steve Vai)의 이름은 그 존재만으로도 락 애호가들의 관심을 끌기 충분하다. 명반 《Slip Of The Tongue》을 통해 이미 가공할 연주력을 쏟아내긴 했지만, 어디까지나 건강을 이유로 잠시 밴드에서 이탈했던 애드리안 반덴버그(Adrian Vandenberg)의 빈자리를 메우기 위한 임시 멤버였다는 점이 아쉬웠던 팬들이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언제나처럼 ‘Are You Ready! Here's Song For You’를 힘차게 외치며 시작되는 공연은 1990년에 도닝턴 성에서 벌여졌던 ‘몬스터즈 오브 록 (Monsters Of Rock)’ 실황이다. 스티브 바이의 참여가 반가운 건 《Slip Of The Tongue》을 원래 연주했던 기타리스트의 연주를 들을 수 있다는 점도 있지만, 앞서 언급한 듯이 화이트스네이크를 거쳐 갔던 여러 출중한 기타리스트들의 연주와 스티브 바이의 연주를 비교할 수 있다는 점에도 커다란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두 장의 CD와 한 장의 DVD로 구성된 화이트스네이크의 긴 음악 여정 가운데 물질적으로나 음악적으로 최고의 정점을 찍었던 자신감 충만한 시기를 그대로 담은 스냅사진과도 같이 소중한 기록. 세월의 흐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변함없는 색깔을 유지하고 있다.



혹시 예전에 그렇게도 좋아했던 뮤지션이 갑자기 생각나 최근 근황을 찾아보고 그 모습이 너무 늙었다고 불평한 적이 있다면, 그 전에 우린 우리의 거울을 먼저 잘 닦을 필요가 있다. 그 음악이 예전과 똑같다고 불평할 필요도 없으며, 또 예전과 변했다고 손가락질할 필요도 없다. 잠시 잊고 살았던 건 어디까지나 우리들이었을 뿐, 그들은 언제나 묵묵하게 음악으로 자신을 표현하고 꾸준하게 자신의 자리를 지켜왔다. 바로 화이트스네이크처럼 말이다.

글 송명하 (20011002)

* 밀러 공식 블로그(http://blog.naver.com/blogmiller)에 기고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