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ama]의 라인업으로 복귀한 예스의 새로운 도약
Yes / Fly From Here
01. Fly from Here - Overture
02. Fly from Here - Part I - We Can Fly
03. Fly from Here - Part II - Sad Night at the Airfield
04. Fly from Here - Part III - Madman at the Screens
05. Fly from Here - Part IV - Bumpy Ride
06. Fly from Here - Part V - We Can Fly
07. The Man You Always Wanted Me to Be
08. Life on a Film Set
09. Hour of Need
10. Solitaire
11. Into the Storm
2011 / 에볼루션뮤직
프로그레시브록의 선구자적 위치에 있는 예스(Yes)지만, 비슷한 시기인 1960년대 말 등장했던 여타 프로그레시브록 밴드들의 사운드와 예스의 그것과는 확실한 차이가 있었다. 복잡하게 휘몰아치는 박자의 변화는 정교한 비르투오소 집합에 의해 능수능란하게 요리되었으며, 어두운 단조보다는 밝고 맑은 장조 음계를 주로 사용하여 소위 ‘천상의 목소리’라 일컬어지는 존 앤더슨(Jon Anderson)의 아름다운 목소리를 부각시켰다. 때문에 세월이 흐르고 트렌드가 변화하며 필연적으로 점차 단순해진 악곡의 전개와 연주가 기존 예스 팬들의 결속을 와해시킨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는지도 모른다. 또 여기에 70년대 초반의 탁월한 연주와 현재 활동하고 있는 밴드의 그것이 동일한 기준을 통한 선상에 오를 수 없음은 물론 악기와 달리 세월이 흐르며 경화되는 성대에 의해 필연적으로 변할 수밖에 없는 목소리도 커다란 요인이 되었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2001년 [Magnification]을 발표한 지 꼭 10년 만에 발표하는 스튜디오 앨범. 이번에는 밴드의 얼굴로 인식되었던 존 앤더슨마저 건강을 이유로 밴드를 이탈하고, 캐나다에서 미스테리(Mystery)를 거쳐 예스 트리뷰트 밴드인 크로스 투 디 엣지(Close To The Edge)의 보컬로 활동했던 베노이트 데이빗(Benoit David)이 새로운 보컬로 영입되었다. 때문에 1980년 앨범 [Drama]를 발매할 당시 밴드를 등진 존 앤더슨과 릭 웨이크먼(Rick Wakeman)의 후임으로 참여해, 꺼져가는 예스의 생명 불씨를 연장시켰던 버글스(The Buggles)출신 제프 다운스(Geoff Downes)와 트레버 혼(Trevor Horn)이 각각 키보드와 프로듀서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지만, 그보다는 존 앤더슨의 부재가 호 불호 논쟁의 중심에 오르내린다. 일찍이 예스에 가입하며 “어떻게 그 이상한 안경이나 쓰고 다니는 보컬리스트(트래버 혼)를 존 앤더슨의 후임으로 세울 생각을 했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는 평을 면하기 어려웠던 1980년과 한치의 변화도 없는 세간의 반응인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표면적인 변화를 잠시 접어두고 음반을 접하길 권하고 싶다.
제프 다운스와 트레버 혼이 이미 버글스 시절 만들어 두었던 25분대의 ‘Fly From Here’ 조곡은 전성기 예스의 치열함으로 다시 복귀했음을 만천하에 선포하고 있으며, 음악성과 대중성을 겸비한 트래버 혼의 탁월한 프로듀싱은 마치 시공을 초원한 로저 딘(Roger Dean)의 앨범 아트워크처럼 오히려 새로운 팬층을 만들어 낼 수 있을 정도의 정교함과 세련됨으로 충만하다. 트래버 혼의 가입과 함께 보컬과 프로듀스를 담당했던 [Drama]가 다소 정제되지 않아 울퉁불퉁한 비포장도로의 느낌이었다면, 예스가 극적으로 재결성되며 프로듀서를 맡았던 [90125]는 너무나 매끄러워 위태로운 날이 서 있다는 느낌이었다. 그에 비한다면 이번 음반은 그 중간에 해당하는 중용의 미덕을 보여준다. 그리고 새로 영입된 보컬리스트 베노이트 데이빗의 음색은 프로듀서의 의도를 그대로 살려 존 앤더슨의 음색과 비슷하지만 하늘을 향해 치고 오르는 예리함을 죽이며 밴드 사운드에 흡수된다. 물론 트레버 혼과 오래도록 교류를 해온 제프 다운스의 키보드 사운드는 말할 것도 없고, 해저에서 끌어올린 듯 선이 굵고 또렷한 크리스 스콰이어(Chris Squire)의 베이스 연주 역시 여전하다. 스티브 하우(Steve Howe)의 스틸 기타는 아직도 날카롭고 섬세한 날이 서 있으며, 전작들에서 클래시컬한 기타 연주 소품을 수록했던 기억을 ‘Solitaire’를 통해 다시금 되살려준다.
자신이 빠진 예스의 새로운 앨범에서 보여준 트래버 혼의 프로듀스에 대해서 존 앤더슨은 “기대한 만큼 좋지는 않다”는 의견을 밝힌 바 있지만, 청자의 한사람으로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표면적 변화를 잠시 접어두고 음악 자체로 접근했을 때 밴드의 정통성을 이어감과 동시에 사소한 변화를 통해 현재의 코드도 놓치지 않는 특유의 프로듀스 능력은 단연 발군이다. 다섯 번째 파트에서 화려하게 재현되며 수미상관식 구성의 카타르시스를 안겨다주는 ‘We Can Fly’의 자신감이 담긴 음반의 타이틀 [Fly From Here]처럼 예스에게 비약을 위한 시발점이 될 지는 미지수지만, 어쨌거나 다소 실망스러웠던 밴드의 행보에 터닝 포인트가 될 만한 수작 앨범임은 분명하다.
글 송명하 (2011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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