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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ER'S MUSIC LIFE/EXTERNAL CONTRIBUTIONS

마이클 키스케 + 카이 한센, 화려하게 점화된 조화의 불꽃, Ignition / 유니소닉


유니소닉(Unisonic)은 마이클 키스케(Michael Kiske)가 2009년 결성한 밴드다. 1993년 헬로윈(Helloween)을 탈퇴한 후 솔로활동과 병행하여 몇몇 프로젝트에 참여 하긴 했지만 정식 밴드활동은 16년 만에 처음이다. 이탈리아 AOR의 명문 레이블 프론티어즈(Frontiers)의 대표 세라피노 페루지노(Serafino Perugino)의 기획 프로젝트 플레이스 벤돔(Place Vendome)을 통해 교류를 시작한 핑크 크림 식스티나인(Pink Cream 69) 출신 베이시스트 데니스 워드(Dennis Ward)의 작곡과 프로듀싱 능력에 고무된 마이클이 데니스과 이메일을 주고받던 도중 의기투합 한 것이다. 역시 플레이스 벤돔에서 함께 활동했던 핑크 크림 식스티나인 출신의 드러머 코스타 자피류(Kosta Zafiriou)와 데니스의 소개로 기타리스트 맨디 메이어(Mandy Meyer)가 합류했다. 맨디 메이어는 스티브 하우(Steve Howe)의 후임으로 아시아(Asia)의 세 번째 앨범 [Astra]에서 기타를 담당했던 인물로, 크로커스(Krokus)와 가타드(Gotthard)의 활동으로도 우리에게 잘 알려진 실력파 기타리스트다.

이렇게 라인업이 확정된 유니소닉은 2010년 스웨던 록페스티벌을 통해 소문이 아닌 실체로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고, 16년 만에 공식적인 첫 라이브를 가진 마이클 키스케는 그 날의 벅찬 감동을 자신의 웹사이트를 통해 알리는 동시에 자신은 헤비메탈을 싫어하는 것이 아니고, 헤비메탈이 가지고 있는 사타닉한 측면을 싫어하는 것일 뿐이라며 그의 헬로윈 탈퇴 이후에 떠도는 소문을 일축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헬로윈 시절의 동료 카이 한센이 밴드에 합류했다. 아반타시아(Avantasia)의 공연에서 함께 호흡을 맞추며 예전에 느꼈던 공감대를 다시금 확인한 때문이다. 물론 밴드의 의욕적인 출발에 청자들이 기다리는 건 당연히 헬로윈의 재림,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Keeper of Seven Keys’ 시리즈의 재현일 것이다. 2011년 일본 사이타마 슈퍼 아레나에서 열렸던 라우드파크 실황으로 음반에 담긴 헬로윈의 고전 ‘I Want Out’에서 클라이맥스를 목이 터져라 함께 외치는 청중의 목소리는 앞서의 이야기를 어느 정도 사실로 증명하고 있다. 이러한 기대의 이유는 당연히 멜로딕메탈이라는 하나의 장르의 시작과 완성이 바로 그 앨범이었고, 그 앨범으로 인해 결성된 후발주자들이 낭비해왔던 수많은 음표의 홍수가 청자들의 관심을 다시금 원점으로 돌려놓았기 때문이다. 독이 될 지도 모르는 이러한 상황들. 어쩌면 멤버들은 이러한 상황들을 이용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밴드의 지향점 역시도 청자의 기대와 동일선상에 놓일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음반에 수록된 AOR 스타일의 풍부한 멜로디라인과 선이 굵은 하드록 사운드가 결합한 ‘Souls Alive’는 카이 한센이 가입하기 전인 2010년에 마이스페이스(www.myspace.com)을 통해 공개한 일종의 데모트랙이다. 그리고 타이틀 트랙이자 밴드 송인 ‘Unisonic’은 카이 한센 가입 이후 녹음된 통렬한 진행의 전형적 멜로딕메탈 넘버다. 해학적인 부분만 거세되었을 뿐 충격적인 사운드로 등장해서 우리에게 수많은 기억과 추억을 만들었던 ‘Keeper of Seven Keys’ 시리즈의 대표곡들을 어렵지 않게 떠오른다. 만일 이 두곡 사이의 간극이 밴드로서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가정한다면 이후 발표될 작품들의 성격이 어떨지에 관해서 조금은 예측이 가능하지 않을까. 더구나 타이틀곡의 공식 비디오와 함께 공개한 백스테이지의 모습에 등장하는 멤버들의 장난기 어리고 유쾌한 모습에서 볼 수 있는 초기 헬로윈의 해학적인 모습까지도 음악에 흡수될 수 있다면 말이다.



기대는 아쉽게도 가정이고 추측일 뿐, 이 짧은 EP 한 장만으로 판단하고 단정할 소지는 너무 적다. 하지만 이 음반의 수록곡과 밴드 멤버 개개인의 이력을 살펴볼 때, 비록 청자들이 기대한 것처럼 헬로윈의 초기 명반들과 많은 차이가 있는 결과물이 나오더라도 실망스럽지 않은 음반이 될 것이라는 점은 확실하다. 적어도 이 앨범에 수록된 모든 곡이 가지고 있는 수려한 멜로디와 융통성 있는 사운드는 확실하게 간직하고 있을 테니까. 마이클 키스케와 카이 한센의 결합으로 다시금 화려하게 점화된 조화의 불꽃, 빨리 3월로 예정된 정규 음반이 차질 없이 공개되어 더욱 커다란 화염 속에 휩싸이고 싶은 마음 간절하다. 비록 깊은 새벽 카세트의 녹음버튼에 손가락을 얹고 숨죽이며 라디오에서 곡이 나오길 기다리는 가슴 떨림 같은 건 이제 없지만 말이다.

글 송명하 (20120226)


* 다음뮤직(http://music.daum.net)과 백비트(http://100beat.hani.co.kr/)에 기고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