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CONER'S MUSIC LIFE/EXTERNAL CONTRIBUTIONS

월간 토마토 2012년 3월호 / Goodbye Diva. 안녕, 휘트니 휴스턴

‘팝의 여왕’ 휘트니 휴스턴(Whitney Houston)이 현지시간으로 지난 2월 11일, 베버리힐즈의 베버리 힐튼 호텔 4층 객실에서 숨진 채로 발견되었다. 그녀의 나이 48세였으며 아직 확실한 사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그리고 다음날인 2월 12일(현지시간), LA의 스테이플스 센터에서는 제54회 그래미 어워즈가 열렸다. 


재활에 성공한 모습으로 2009년 51회 그래미 어워즈에 R&B 앨범부문의 수상자를 호명하는 자리에 등장해 기립박수를 받았던 휘트니 휴스턴. 2009년 앨범 「I Look To You」를 빌보드 차트 정상에 올려놓았고 2010년 내한공연을 가진 바 있지만, 재기는 온전히 제 궤도에 들어서지 못했고 그녀의 이름은 결국 망자로 남고 말았다. 2009년 휘트니에게서 트로피를 건네받았던 제니퍼 허드슨(Jennifer Hudson)은 54회 그래미 어워즈 축하공연의 레퍼토리를 변경하여 <I Will Always Love You>를 자신의 롤모델이었던 휘트니의 영전에 바치며 울먹였고, 두말할 나위 없는 54회 그래미의 주인공 아델(Adele)을 비롯한 대부분의 뮤지션들이 화려한 무대의상을 포기하고 소박한 검정색의 장례복장으로 행사에 참여했다. 행사를 시작할 때 사회를 맡은 엘엘 쿨 제이(LL Cool J)가 “우리는 큰 별을 잃었다”며 유도했던 묵념과 함께, 한마디로 54회 그래미 어워즈 자체가 휘트니 휴스턴의 추모행사로 진행된 셈이다.

아름답고 화려하게 반짝이는 별이라고 할지라도 언젠가 그 빛을 잃고 그 자리엔 또 새로운 별이 자리를 잡는다. 하지만 하늘의 별과 달리 스타 뮤지션이 사라진 자리에는 노래라는 영원한 빛이 늘 함께 한다. 우연의 일치지만 54회 그래미 어워즈가 있던 다음 주인 2월 넷째 주 빌보드 앨범차트에서 아델의 2집 「21」이 비연속 20주 1위에 오르며 휘트니 휴스턴이 「The Bodyguard O.S.T.」로 세웠던 기록과 타이를 기록했다. 그리고 그 기록을 넘어서는 것은 확실할 것으로 보인다. 또 우린 이번 그래미 어워즈에서 멋진 공연을 펼친 브루노 마스(Bruno Mars)의 모습에서 이미 몇 해 전 세상을 떠난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의 그림자를 확인할 수 있지 않았는가. 

실제로 휘트니 휴스턴의 활동이 대단했던 이유는 기네스에 등제되었던 ‘세계에서 가장 많은 상을 받았던 뮤지션’이라던가, 데뷔앨범을 통해 기록되었던 ‘솔로 여가수의 데뷔앨범 가운데 가장 많이 팔린 음반’, 혹은 두 번째 음반이 앨범차트 1위로 데뷔하면서 ‘여자가수로서는 최초로 1위 데뷔를 한 음반’, <I Will Always Love>로 세웠던 ‘여자가수의 음반 중 가장 많이 팔린 싱글’ 등 화려한 개인타이틀을 들 수 있겠지만, 어쩌면 그보다 이러한 그녀의 활동에 고무된 많은 여가수들이 그 뒤를 이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후발주자로 나와 휘트니와 경쟁구도를 유지했던 머라이어 캐리(Mariah Carey)는 물론 크리스티나 아길레라(Christina Aguilera), 알리시아 키스(Alicia Keys), 비욘세(Beyonce)는 물론 위에서 언급했던 제니퍼 허드슨이나 아델에 이르기까지 너나 할 것 없이 ‘디바’의 칭호를 쟁취하며 포스트 휘트니 휴스턴 시대를 열어갔다.

이러한 선후배의 조화를 생각할 때 전통과 권위를 자랑하는 그래미 어워즈는 무척 중요한 무대다. 올해로 54회를 맞은 시상식만 보더라도 블레이크 셸튼(Blake Shelton)과 밴드 페리(The Band Perry)가 함께 한 무대, 블레이크 셸튼은 글렌 캠벨(Glen Campbell)을 소개하는 자리에서 “Great!”를 외치며 목이 메고, 무대 위에서 글렌 캠벨이 ‘Rhinestone Cowboy’를 부를 때 무대 아래에선 조 월시(Joe Walsh)가 자신의 아내와 춤을 춘다. 토니 베넷(Tony Bennett)은 손녀 또래인 캐리 언더우드(Carrie Underwood)와 듀엣 곡을 부르고, 역시 자신과 50살가량 차이나는 본 이베어(Bon Iver)에게 신인상을 호명하며 감회에 젖는다. 또 결성 50주년을 맞아 다시 한자리에 모인 비치 보이스(The Beach Boys)는 마룬 파이브(Maroon 5)의 애덤 리바인(Adam Levine)과 <Good Vibration>으로 호흡을 맞춘다.

혹자는 매 회 벌어지는 인위적 콜라보레이션의 상업적 가식에 노골적인 불만을 표시하기도 한다. 또 아메리칸 아이돌이 만들어낸 스타 캐리 언더우드와 제니퍼 허드슨, 미국인의 국민 여동생 테일러 스위프트(Taylor Swift) 등 매회 그래미 어워즈에 꼬박꼬박 개근하는 뮤지션들의 이름을 들먹이며 ‘나눠 먹기식 그들만의 리그’를 운운하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영국 출신으로 두말할 나위 없는 록의 전설 폴 매카트니 경(Sir Paul McCartney)과 미국 노동자의 영웅 브루스 스프링스틴(Bruce Springsteen), 이글스(Eagles)의 마초맨 조 월시, 또 이날 5관왕을 차지하며 명실공이 현재 록 필드의 맹주임을 과시한 푸 파이터스(Foo Fighters)의 데이브 그롤(Dave Grohl)이 한 자리에서 펼치는 기타 배틀이 과연 그래미 어워즈가 아니면 가능했을까. 또 리하나(Rihanna)와 크리스 마틴(Chris Martin)의 듀엣은 어땠는가. 어차피 그래미 어워즈란 처음부터 상업적으로 시작한 행사가 아니었냐말이다.

이제 그녀는 가고 음악만 남았다. 3년 전 마이클 잭슨이 그랬던 것처럼 끊임없는 구설수에 시달렸고, 그렇게 그리던 재기를 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기에 안타까운 마음은 더욱 크다. 하지만 자신이 남긴 노래와 함께 그녀는 영원히 힘찬 목소리로 우리와 만날 것이며, 그래미 어워즈의 무대와 같이 함께 교감을 이뤄왔던 후배들에 의해 그 빛은 이어질 것이다. 그러한 목소리와 빛으로 남을 휘트니 휴스턴의 모습은 인터넷에 떠도는 파파라치들의 사진들 속에 등장하는 나약하고 흐트러진 모습이 아니라, 음반의 재킷과 보도사진에서 볼 수 있듯 언제나 활짝 웃는 당당한 모습이 될 것이다. 고통 없고, 사람들로 인해 상처받을 일 없는 그곳에서 편히 쉬길 바란다.

굿바이 디바, 안녕 휘트니 휴스턴. 
 


글 송명하 (20120223)


* 월간 토마토(http://mtomato.tistory.com/)에 기고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