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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ER'S MUSIC LIFE/EXTERNAL CONTRIBUTIONS

Mike Oldfield, 끊임없는 진보의 욕구, 이번엔 클래식이다!




2005년 발표한 [Light + Shade]에서 뉴에이지와 앰비언트로 자신의 영역을 확장시켰던 마이크 올드필드가 또 한번의 진화를 단행했다. 이번엔 일렉트릭 악기가 철저하게 배제된 클래식과 현대음악의 영역이다.


글 송명하 수석기자 | 사진제공 유니버설 뮤직


마이크 올드필드는 지난 수년동안 자주 있지는 않지만 정말 신성하고 거룩한 순간의 소리가 있으며, 그것은 인간들이 창조해낸 문명이나 발명품들을 넘어선 신성하고 거룩한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러한 그의 아이디어를 고대 피타고라스가 주장했던 ‘천구의 음악’이름을 빌려 표현한 것이 바로 새로운 음반 [Music Of The Spheres]다. 


“2년 전, 다음 작업에 관해 생각했을 때 정말 내가 하고싶은 것은 모두 했구나 하는 생각을 했고, 그러던 중 연주로 이루어진 대곡을 구상하게 되었다. 열혈팬들은 아직도 이러한 음악을 좋아하는 걸 알고 있다. 하지만 발표에서 홍보에 이르기까지 시대에 역행하는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이러한 딜레마 타개를 위해 예전처럼 모든 악기를 자신이 연주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작곡한 곡을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방법을 택했다. 일렉트릭 악기와 컴퓨터 프로그램을 십분 발휘해 표현한 [Light + Shade]의 반대편에 서 있는 음반을 구상한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그의 구상을 구체화시키는데는 소위 ‘캔터베리 패밀리’ 가운데 소프트 머신(The Soft Machine)의 활동했던 칼 젠킨스(Karl Jenkins)라는 든든한 조력자가 가세했다. 칼은 이미 1975년 BBC-TV에 출연해 ‘Tubular Bells’를 녹음할 때 오보에를 연주한 경력이 있다. 


녹음 작업 역시도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향으로 진행되었다. 작곡한 곡을 칼과 협의를 거쳐가며 컴퓨터 프로그래밍 한 다음 마이크가 오케스트라 샘플링을 해 칼에게 넘겨주고, 칼은 이 음원을 바탕으로 에비로드 스튜디오에서 실제 오케스트라와 함께 다시 녹음했다. 이렇게 녹음된 새로운 음원이 다시 마이크에게 전해지고, 여기에 여러 현대적인 요소를 첨가해 마침내 ‘천구의 음악’이 완성된 것이다.


오케스트라의 연주로 편곡되었다고는 하지만, 작곡을 한 것은 분명 마이크 올드필드. 첫 곡 ‘Harbinger’를 들어도 전혀 낯선 느낌은 없다. 예전 ‘Tubular Bells’를 오케스트라 연주했을 때의 느낌이 되살아나서라는 생각도 있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기본적으로 마이크 올드필드의 음악은 복잡한 것 같지만, 사실 동일하게 반복되는 피아노 시퀀스가 그 기본을 이루고 있다. 그리고 그 피아노 시퀀스는 바로 1973년에 발표한 기념비적인 데뷔앨범 [Tubular Bells]의 주요 테마와 직, 간접적으로 깊은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천상의 음악’이라 명명된 음반의 타이틀에 어울리게 수록된 곡은 청자들에게 무리한 요구를 하지 않는다. 그저 평온한 음들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어느 새 다음 트랙으로 넘어가고, 언제나처럼 포근한 마이크 올드필드의 클래시컬한 기타 연주가 주변을 감싼다. ‘The Tempest’의 태풍도 그다지 부담스럽지 않고, ‘On My Heart’에서 들리는 성악가 헤일리 웨스턴라(Hayley Westenra)의 음성도 예전 매기 라일리의 목소리가 그랬듯이 천상의 목소리를 듣는 냥 아름답고 성스럽다. 총 14곡의 중, 장편으로 이루어진 곡들이지만, ‘Part 1’과 ‘Part 2’로 구성된 음반은 마치 초기 LP로 발매되던 마이크 올드필드의 음반에서 ‘Side A’와 ‘Side B’가 존재했던 것처럼 하나의 결론에 귀속된다.


꼭 음악을 들어보고 구입해야하는 음반이 있는가 하면, 그 뮤지션의 이름만 봐도 부담 없이 선택할 만한 음반이 있다. 마이크 올드필드가 후자의 경우에 해당하는 뮤지션임은 재론의 여지가 없을 것이며, 이는 그가 일렉트릭 기타를 놓고 새로운 시도를 감행한 본 작에서도 분명 유효한 이야기다. 


피타고라스의 ‘천구의 음악(Music Of The Spheres)’

B.C. 6세기경 그리스의 철학자 피타고라스는 고대 그리스에서 사용되는 7음계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완전 1도와 완전 8도를 제외한 완전 5도의 정수비(3/2) 만을 사용하여 새로운 12개의 음을 사용하는 음계를 만들어 내는데 이것이 바로 피타고라스 음계로, 완전 5도 관계의 화음에서는 가장 뛰어난 협화음을 들려주기 때문에 서양 음악에서는 중세 시대 이전까지는 약간의 변형을 거쳐 그대로 사용되게 되는 기초가 되었다. 여기에서 한 층 더 나아가 그는 우주가 다수의 현을 가진 리라(Lyre; 손에 들고 타는 옛날의 작은 수금)이며, 천구의 음악을 뜯는다고 상상했다. 그는 현의 길이를 측정하고 현의 음을 들은 다음 수학적 상관관계를 발견한 것처럼 행성은 규칙적으로 움직이고, 각각의 ‘우주의 중심의 불’로부터의 거리는 전음계간의 음정과 비슷해, 길이의 차이에서 음향이 결정된다는 사실에서 우주의 기본적인 비밀의 한 끝을 찾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태양계 속 행성간의 거리도 음악과 대응관계에 있으며 행성이 지구 주위를 돌 때 어떤 종류의 음악을 연주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지구를 중심으로 하는 일곱 개의 행성들의 거리는 피타고라스의 음계와 같고, 그 거리에 따라 각각의 궤도에서 발생하는 특정한 음조가 바로 ‘천구의 음악’이라는 그의 주장은 이후 우주와 같은 진공상태에선 소리가 나지 않는다는 점이 밝혀짐으로 해서 잘못된 가정임이 밝혀졌다.


(20080421, 월간 핫뮤직 2008년 5월호)



2007/09/11 - [CONER'S MUSIC LIFE/LINER NOTES (OVERSEAS)] - Mike Oldfield [Light + Shade], 뉴에이지와 앰비언트의 요소를 수용한 미래지향적 사운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