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Kooks [The Best Of... So Far]


밴드의 지난 10년을 정리하는 베스트 앨범.

초기 튠으로 돌아간 두 곡의 신곡 수록.


2015년 인천 펜타포트록페스티벌의 서브 헤드라이너로 첫 내한공연을 펼쳤던 쿡스(The Kooks)의 베스트 앨범이다. 2002년, 크로이돈의 브릿 스쿨(The BRIT School for Performing Arts and Technology)에 다니던 루크 프리차드(Luke Pritchard 보컬, 리듬기타)와 폴 게러드(Paul Garred 드럼)가 자신들이 원하는 밴드의 모습대로 옷을 고르며 롤링 스톤스(The Rolling Stones), 밥 딜런(Bob Dylan), 폴리스(The Police)나 데이빗 보위(David Bowie) 등에 대해 가졌던 공통적인 관심은 학교의 음악 프로젝트로 이어졌고, 이 프로젝트는 결국 쿡스의 전신 밴드가 됐다. 이렇게 루크 프리차드(Luke Pritchard 보컬, 리듬기타), 폴 게러드(Paul Garred 드럼), 휴 해리스(Hugh Harris 리드기타 / 신시사이저) 맥스 래퍼티(Max Rafferty 베이스)의 라인업으로 2004년 정식 결성된 밴드는 데이빗 보위의 앨범 [Hunky Dory](1971)에 담긴 동명의 수록곡에서 착안한 ‘Kooks’로 이름을 정하고 정식 활동을 시작했다.


밴드 스스로 ‘팝’ 밴드라고 설명하고 있긴 하지만, 쿡스의 음악 스타일은 1960년대 소위 브리티시 인베이전(British Invasion)시기를 화려하게 수놓았던 영국 밴드들의 스타일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여기에 2000내 이후 포스터 펑크 리바이벌을 통해 대두된 레게와 스카는 물론 펑크(funk)와 힙에 이르기까지 그 표현 영역을 넓혀 나갔다. 그리고 2000년대 초반 스트록스(The Strokes)의 약진과 함께 순식간에 음악계의 뜨거운 감자가 된 개러지록 신에서 악틱 몽키스(Arctic Monkeys), 카이저 칩스(Kaiser Chiefs), 리버틴스(The Libertines)의 곁에 쿡스의 이름을 올려놓게 되는 데는 그렇기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런 면에서 “좀 더 역동적인 쓰릴스(The Thills), 혹은 조금 느슨한 샘 로버츠 밴드(Sam Roberts Band), 때로는 온순한 악틱 몽키스”라는 표현은 당시 쿡스의 음악을 잘 대변한다.


데모 EP를 제작한 후 버진 레코드와 정식 계약을 맺은 쿡스는 2005년 쓰릴스의 서포팅 밴드로 공연을 하는 한편, 레코딩을 시작해 이듬해인 2006년 1월 23일 데뷔앨범 [Inside In/Inside Out]을 발매한다. 공교롭게도 ‘괴물’이라는 표현이 어울릴만한 악틱 몽키스의 데뷔앨범 [Whatever People Say I Am, That's What I'm Not](2006)과 같은 날 발매된 까닭에 쿡스의 데뷔앨범은 여러모로 손해를 본 샘이 됐지만 어쨌거나 첫 싱글 ‘Eddie's Gun’을 필두로 ‘Sofa Song’, ‘You Don't Love Me’, ‘Naïve’, ‘She Moves in Her Own Way’와 ‘Ooh La’가 줄줄이 영국 싱글차트에 오르내렸고, 전 세계적으로 200만장 이상의 판매고를 올린 앨범은 영국 앨범차트 2위까지 올랐다. 데뷔앨범으로 받은 성적표 치고는 훌륭한 점수였다.


두 번째 앨범 [Konk]는 2007년 발매됐다. 음반 타이틀은 쿡스 멤버들의 우상 가운데 하나인 킹크스(The Kinks)의 레이 데이비스(Ray Davies)의 스튜디오 이름이다. 두 번째 음반이 바로 이 콘크 스튜디오에서 녹음됐고, 그것만으로도 밴드 멤버들은 충분히 흥분됐다. 전작에 비해 서사적 음반이 될 것을 언급했던 루크 프리차드의 이야기처럼 올뮤직(allmusic)에서 ‘그들의 영광 안에서 록을 탐구한 앨범’이라는 평가를 받은 이 앨범은 영국 앨범차트 1위에 올랐다. 싱글 ‘Always Where I Need To Be’는 지금까지 밴드의 싱글 가운데 가장 높은 순위인 영국차트 3위에 올랐고, 미국 빌보드 얼터너티브 송 차트에서도 22위를 기록했다. ‘Sway’는 미국 코미디 영화 ‘아이 러브 베스 쿠퍼(I Love You, Beth Cooper)’(2009)에 사용되었고, 몇몇 곡은 광고음악이나 TV 시리즈에 사용될 만큼 밴드의 팬 베이스는 지속적으로 넓어졌다.


한정판 2CD 에디션으로 나온 [Konk]에는 [RAK]이라는 별개의 타이틀을 가진 음반이 수록되었는데, 이 역시 스튜디오 이름으로, 악틱 몽키스, 주톤스(The Zutons)의 프로듀서 마이크 크로스(Mike Crossey)와 함께 한 새로운 라이브 트랙 7곡을 담고 있다. 하지만 [Konk] 녹음 이후 건강문제로 오래도록 밴드와 함께하지 못했고, 마약 문제까지 겹친 맥스 래퍼티가 밴드에서 해고된다. 맥스 래퍼티가 탈퇴한 후 정식 멤버가 가입하기 전까지는 캣 더 독(Cat The Dog)의 댄 로건(Dan Logan)이 임시 멤버로 활동하기도 했다.


성공적인 2집 활동 이후 이어진 세 번째 음반 [Junk Of The Heart](2011)의 성적은 앞선 두 장의 음반에 미치지 못했고, 평단이나 팬들의 평가도 양분됐다. 쿡스가 세 번째 음반에 대한 언급을 한 건 2009년이다. 그리고 전작까지 음반의 프로듀싱을 담당했던 토니 호퍼(Tony Hoffer)와 결별하고 악틱 몽키스, 카사비안(Kasabian), 아델(Adele)과 함께 작업한 바 있는 짐 아비스(Jim Abbiss)와 손잡고 레코딩에 들어갔다. 토니 호퍼와 결별한 이유는 그가 쿡스가 이제 새로운 문을 열 때가 되었다고 이야기한 까닭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짐의 지휘 하에 6곡의 트랙이 완성된 후 밴드는 다시 밴드는 원점으로 돌아갔다. 작업된 모든 결과를 뒤로 하고 다시 토니 호퍼와 작업을 시작한 것이다. 쿡스는 이에 대해 ‘올바른 방향이 아니라고 느꼈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다. 어찌 보면 변화보다는 안주를 택한 쿡스의 결정이었으며, 앞서 언급했던 평가의 양분 역시도 이러한 결정에서 그 이유를 찾아볼 수 있을 듯하다. 영국 앨범차트 20위, 미국 얼터너티브 앨범차트 11위에 올랐던 이 앨범 이후 이번에는 밴드의 창단멤버 폴 게러드가 팔의 이상으로 밴드를 이탈했다. 스튜디오 레코딩까지는 가능했지만, 라이브를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공연에서 폴의 공석은 골든 실버스(Golden Silvers) 출신 드러머 알렉시스 누네즈이 채웠고 2012년 정식 멤버가 됐다.


최근작이라고 할 수 있는 [Listen]은 2014년에 공개됐다. 창단 멤버인 폴 게러드가 탈퇴한 이후 첫 번째 음반이며, 프로듀서 토니 호퍼가 참여하지 않은 역시 첫 음반이다. 음반의 프로듀스는 인플로(Inflo)와 루크 프리차드가 함께 담당했다. 변화보다는 안주를 택했던 [Junk Of The Heart](2011)에 대한 평가 때문인지, 쿡스는 재즈, 가스펠, 알앤비(R&B) 등 적극적으로 인접장르로의 접근을 꽤했다. 하지만 쿡스의 이러한 변화에 익숙하지 않았던 탓인지, 그렇지 않으면 변화를 원치 않았던 탓인지 전작보다 평단에서는 좋은 평가를 받았던 반면 기대만큼의 상업적 성과로 이어지진 못했다. 영국 앨범차트와 빌보드 얼터너티브 차트에서는 각각 16위와 21위를 기록했다.


이번에 발매된 베스트 앨범 [The Best Of… So Far]에는 그동안 쿡스가 발표한 넉 장의 음반에서 추려진 말 그대로의 ‘베스트’트랙 18곡이 수록되었으며, 두 장으로 구성된 디럭스 에디션에는 우리에게 익숙한 스튜디오 버전 외의 데모 버전을 중심으로 20곡의 알짜배기 트랙들이 빼곡하게 담겼다. 여기에 주목할 부분은 또 있다. 이미 음반이 발매되기 전 선공개된 신곡이 두 곡 담겨있기 때문이다. 흥겹고 밝은 ‘Be Who You Are’와 공간감을 잘 활용한 ‘Broken Vow’ 모두 최근작인 [Listen] 보다는 초기 쿡스의 복잡하지 않고 담백한 느낌을 담고 있다. 초기 이후 이들의 음악을 듣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그냥 고개를 끄덕일 수 있을 만큼 친숙하다. 루크 프리차드는 거울을 통해 보이는 자신의 모습이며, 그 모습을 통해 과거를 떠올릴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루크는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재능 있는 사람들을 만나고 함께 일하고 여행하며 증오하고 또 사랑하는 자신의 일이 정말 최고의 기쁨이라고 이야기하며 그 일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이야기한 바 있다. 인디록 밴드가 10년 이상 꾸준하게 음악을 발표하며 안정된 활동을 이어가는 경우는 사실 그렇게 많지 않다. 그런 점에서 쿡스의 지난 10년을 정리하며, 신곡과 함께 또 다른 활동을 이어가는 시작점으로서 이번 베스트 음반의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어떤 이는 디럭스 에디션에 담긴 소중한 데모트랙을 통해 루크와 같은 기쁨을 느낄 것이며, 또 어떤 이는 지난 10년간 차트를 수놓았던 보석 같은 싱글이 가득한 음반으로 기쁨을 느낄 것이다. 물론 과거와 미래를 잇는 현재 모습인 신곡들에 대한 반가움은 그 어떤 기쁨보다도 앞선다. 젊고 발랄하던 초기 발랄하고 앳된 모습은 어느덧 베테랑 로커의 향취를 물씬 풍기게 됐지만 초창기 에너지와 흥겨움이 여전히 쿡스를 대변한다는 점을 떠나서라도. (20170512)


송명하 (파라노이드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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