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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ER'S PRIVATE LIFE/COMICS OR ANIMATIONS

김문생 감독의 '원더풀 데이즈'

원더풀 데이즈 (2003)

개봉 전부터 일찌감치 화제의 대상이 되었던 애니메이션이기때문에, 어쨌던 극장에서 보려고 기다렸던 영화. 하지만, 어찌 된 영문인지 대전의 개봉관에서는 개봉한 지 하루만엔가 종영이 되어버렸고, 결국 컴퓨터의 모니터를 통해 봤던 애니메이션이다. 사실, 그땐 "정말 대전은 문화의 불모지"라는 생각을 했지만, 대전 이외에 다른 지방들의 사정 역시도 그렇게 크게 다르지는 않았던 것 같다.

영화가 종영된 뒤, 이곳 저곳에서 원더풀 데이즈의 시나리오에 대한 문제가 불거져 나왔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원더풀 데이즈가 흥행에 실패한 이유는 그 시나리오보다 캐릭터들의 개성부족이 더욱 커다란 원인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된다. 이는 천년여우 여우비처럼 단순히 조연들의 특징이 너무 없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삼각구도를 이루는 주인공 집단의 모습이 너무 밋밋하게 그려졌다는 이야기다. 카리스마는 물론, 애니메이션이 모두 끝난 다음 그 세명의 이름조차 기억하지 못할 정도로 그 존재감이 희박하다.

그렇다면 원더풀 데이즈는 정말 그렇게 극장에서 조기 종영할 정도로 수준 이하의 작품이였나 하면, 그렇지 않다. 2D와 3D 또, 미니어처를 실사 촬영한 소스들이 유기적으로 결합되며 스크린에 펼쳐지는 비주얼은 영화의 시작과 함께 순식간에 관객을 몰입시킨다. 또 원일이 맡은 O.S.T. 역시 영화의 화면과 찰떡궁합을 이루며 세기말적 분위기에 신비함을 더하는데 혁혁한 공헌을 한다. 보다 개성있는 캐릭터들이 확실한 '한 방'을 날려줬으면, 카피문구처럼 국내 애니메이션의 미래를 바꿀 정도의 대작이 될 수 있었겠지만... 원더풀 데이즈 이후 아직까지도 그러한 조짐을 보이는 영화는 없다. (물론 이성강 감독의 '마리 이야기'와 '천년여우 여우비'가 있긴 하지만, 장르가 조금 다르기 때문에...)

어제는 처음으로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던 제5회 한국대중음악상 시상식에 다녀왔다. 지난해 두 번째 독집을 발표한 이승열이 2관왕을 차지했는데, 개인적으로 한 표를 던졌던 뮤지션이라서 내심 뿌듯했다. 어쨌든 '원더풀 데이즈'가 개봉 이전부터 관심을 모으게 된 데는 뮤직 비디오 역시 커다란 역할을 담당했다. 그 뮤직 비디오는 바로 이승열의 '비상'이다. 영화 중간에는 등장하지 않지만, O.S.T.와 뮤직 비디오를 통해 선보인 이 곡은 '한국의 보노'라는 예명을 가지고 있는 이승열의 멋진 목소리를 만끽할 수 있는 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