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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ER'S MUSIC LIFE/LINER NOTES (OVERSEAS)

JUDAS PRIEST [Nostradamus]

35년 밴드 역사의 확실한 ‘랜드마크’
JUDAS PRIEST [Nostradamus]


Judas Priest (2008)

Metal God
과연 주다스 프리스트를 이야기할 때 헤비메탈이라는 이야기 외에 다른 말이 또 필요할까. 이들에게 있어서 무대는 바로 전쟁터였고, 각자의 멤버들이 가진 악기는 전장의 병사들이 가진 무기들과 같은 의미였으며 가죽옷과 쇠사슬로 이루어진 의상은 바로 전투복이었다. 또 굳이 이름을 붙이자면 ‘메틀교’라고 불러도 좋을 법한 종교적 의식이었고, 주다스 프리스트는 이러한 의식을 이끄는 사제였으며 교주들, 혹은 절대 권력을 가진 절대자였다. 4옥타브 반이라는 가공할 음역을 가진 롭 핼포드의 폐부를 가르는 고음역대의 보컬, 압도적 중저음의 기타 리프와 경쟁을 하듯 치열하게 펼쳐지는 글렌 팁튼과 K.K. 다우닝의 현란한 트윈 리드기타 배틀 등은 공연장을 메운 신도들을 복종시키는 복음서였고, 이후 등장한 수많은 헤비메탈 밴드들의 앞길을 제시해주는 매뉴얼이었다. 주다스 프리스트라는 밴드의 이름은 [British Steel] (1980)이라는 앨범을 발표하면서 이미 헤비메탈이라는 한 장르를 일컫는 단어와 동일선상에 오르는 지위를 부여받았고, 이후 탄생한 [Screaming For Vengeance] (1982), [Painkiller] (1990)와 같은 출중한 명반군을 통해 자신들이 발표한 노래의 제목인 ‘Metal God’로서의 이미지를 확실하게 굳혔다. 하지만 이렇듯 가시적으로 너무나 뚜렷한 주다스 프리스트의 행보 때문에 우리가 간과하고 지내던 사실이 하나 있다. 바로 이들이 [British Steel]로 헤비메탈이라는 단어의 정의를 내리기 이전까지의 과정이다.

[British Steel] 이전의 주다스 프리스트
주다스 프리스트의 데뷔앨범 [Rocka Rolla]가 공개된 것은 1974년이다. 글렌 팁튼이라는 출중한 기타리스트가 가입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발표된 음반인 만큼, 이후 주다스 프리스트의 가장 커다란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트윈 기타의 매력이 거세되어있고, 때문에 밴드의 결속력과 사운드에 있어서 다소 소화불량이 느껴지기도 하지만, 이후 주다스 프리스트의 활동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한가지 노선이 도출된다. 바로 ‘Run Of The Mill’과 같은 곡에서 드러난 드라마틱한 구성이다. 이러한 밴드의 시도는 주다스 프리스트의 초기 걸작으로 일컬어지는 두 번째 음반 [Sad Wings Of Destiny] (1976)에 수록된 ‘Victim Of Changes’, ‘Dreamer Deceiver’에서 화려한 꽃을 피우게 되고, [Stained Class] (1977)의 ‘Beyond The Realms Of Death’로 이어지며 선과 악의 대비를 표현한 서정성과 강렬함의 조화라는 극적인 드라마틱함을 밴드의 가장 커다란 특징 가운데 하나로 탑재시키게 되는 것이다. [British Steel] 이후 주다스 프리스트의 매력에 사로잡힌 매니아라면 다소 납득이 가기 어려울 만큼 서정적인 트랙들인 ‘Epitaph’나 ‘Before The Dawn’과 같이 아름다운 명곡들이 나올 수 있었던 역시도 주다스 프리스트의 이러한 노선들에서 비롯된 과정이이라는 이야기다. 새로운 앨범 [Nostradamus]를 접하기 전에 주다스 프리스트에게 있어서 이러한 음악들이 있었다는 것을 미리 머리에 새겨두는 것도 좋겠다.

노스트라다무스
노스트라다무스(Nostradamus, 1503년 12월 14일~1566년 7월 2일)는 프랑스의 의사, 신비주의 철학자, 예언가이다. 어릴 때부터 헤브라이어, 그리스어, 라틴어, 수학, 점성술을 배웠고, 몽펠리에대학에서는 의학을 전공했다. 프랑스의 각지를 방랑하면서 페스트나 풍토병 치료에 종사했다. 그의 저서는 그 신비성 때문에 로마 가톨릭교회에 의해 금서가 되었는데, 그 중에서도 1555년에 처음 출판된 그의 저서 ‘예언집(Les Propheties)’는 운을 맞춘 4행시를 백 편 단위로 모은 책으로, 자신의 죽음뿐만 아니라 후원자인 앙리 2세의 죽음, 생바르텔미의 학살, 프랑스혁명, 나폴레옹의 등장까지 예언하였다. 특히 현존하는 예언시 968편이 1970년대 후반에 번역되어 나오면서, 세계 각국은 물론 한국에서도 이른바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 붐을 몰고 와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물론 사건 이후에 끼워 맞췄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어쨌거나 히틀러의 등장, 런던 대 화재, 히로시마 원폭 투하에서 9/11 테러에 이르기까지 그가 예언한 결과들은 지금까지도 계속해서 인구에 회자되며, 특히 최근 그림으로 이루어진 또 한편의 예언서가 등장하며 학계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주다스 프리스트의 노스트라다무스
사실 주다스 프리스트의 새로운 음반은 2006년에 발표될 예정이었지만 여러 가지 사정으로 미뤄져서 2008년에 비로소 세상에 빛을 보게 되었다. 밴드에게 있어서 최초의 두 장짜리 스튜디오 음반 세트이자 컨셉트 앨범, 또 첫 번째로 시도하는 오케스트라와의 협연 음반. 이렇듯 90분이 넘는 장대한 스케일의 표현을 위해 주다스 프리스트는 롭 핼포드 재가입과 함께 확고부동한 ‘메탈의 신’의 지위를 연장시켰던 전작 [Angel Of Retribution]의 영역을 넘어 이번에는 앞서 언급했던 초기 주다스 프리스트를 대표하는 이미지였던 선과 악의 대비를 표현한 서정성과 강렬함의 조화라는 극적인 드라마틱함을 다시금 앨범에 끌어들였다. 신의 영역을 넘본다는 이유로 가톨릭에 의해 계속해서 자신의 입지를 축소시켜야했던 노스트라다무스의 이름과 주다스 프리스트라는 밴드의 이름이 가지는 의미가 동일하게 사용되고 있음을 증명이라도 하듯 롭 핼포드 아니 주다스 프리스트는 자신이 노스트라다무스라고 노래하고 있는 것이다. 마치 [Sad Wings Of Destiny]에 수록된 ‘Epitaph’의 도입부 장중한 피아노 연주를 듣는 듯한 ‘Dawn Of Creation’으로 주다스 프리스트가 준비한 3년 간의 여명은 서서히 밝아온다. 전혀 이들의 작품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할 현악의 여명은 ‘Victim Of Changes’를 연상시키는 점층적인 기타의 페이드인과 함께 작렬하는 ‘Prophecy’의 중저음 리프로 노스트라다무스의 재림을 알리며, 중 장편으로 구성된 세트리스트의 사이에 삽입된 ‘Awakening’, ‘The Four Horsemen’과 같은 소품들 역시 스토리텔링의 기본적인 기능 외에 밴드의 음악적 스펙트럼이 보다 넓어졌음을 확인시켜 준다. 과연 ‘강철의 연금술사’와 같았던 주다스 프리스트의 이미지가 오케스트라의 사운드와 어떠한 반응을 보일까하는 우려는 진작부터 필요 없었던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현악의 풍성한 사운드는 이미 주다스 프리스트의 음반들에서 들을 수 있었던 미드 템포의 중저역대 확실한 리프와 동일한 기능을 더욱 확장시켜주며 청자의 몰입을 유도한다. 또 드라마틱함에 가려져 기대했던 주다스 프리스트 본연의 모습을 잃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면 60이 가까운 밴드 멤버들의 나이가 단지 숫자의 나열임에 불과했음을 증명하는 확실한 메탈릭 트랙 ‘Persecution’을 먼저 듣고 음반을 감상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물론 밴드의 의도를 이해하기 귀해서는 한, 두곡 발췌해서 즐기기보다는 여유로운 마음을 가지고 앨범 전체를 한 번에 감상하는 방법을 권하고 싶다.

서사적인 진행을 가진 ‘Future Of Mankind’로 마무리되는 주다스 프리스트의 새로운 시도. 지난 35년 화려했던 밴드의 역사는 바로 이번 음반 [Nostradamus]를 탄생시키기 위한 준비과정이었던 것이다. 단순히 스튜디오 앨범으로는 처음 선보이는 두 장 짜리 더블 앨범, 또 최초의 컨셉트 앨범이자 최초의 오케스트라 협연 음반이라는 ‘최초’가 가지는 의미로서가 아니라, 명실공히 지난 음반들에서 밴드가 보여줬던 여러 가지 시도들을 모두 종합하면서 새로운 시대를 여는 ‘최고’의 역작이다. 과거 자신들이 일구어놓은 업적에 만족하지 않고 끊임없이 새로움을 향해 나가는 자신들의 확실한 ‘랜드마크’라고나 할까. 자, 이제 메틀의 신을 다시금 영접할 마음의 준비가 되었는가! 그렇다면 플레이 버튼을 눌러 모든 면에서 한 층 업그레이드 된 주다스 프리스트를 만나보자. (2008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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