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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ER'S MUSIC LIFE/LINER NOTES (DOMESTIC)

JEKYLL [The Lyrical For Hyde]

by coner 2008. 8. 12.

밴드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한 두 번째 음반
JEKYLL [The Lyrical For Hyde]

한번만 들어도 이내 클라이맥스를 따라 부를 만큼 친숙하고 세련된 멜로디로 무장한 첫 번째 음반을 발표한 것이 2005년 여름. 특별히 한 곳에 머물러 있거나 하지 않았는데 두 번째 음반을 완성하는 데에는 2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지난 2년 동안 지킬에게는 몇 차례의 멤버교체가 있었으며, 이제 데뷔앨범에 참여했던 멤버는 보컬과 기타를 맡은 심승식과 기타의 유도연 이렇게 둘밖에는 남지 않았다. 그 대신 데프톤스, 프랭크 자파, 존 보냄 등 다소 강한 음악을 좋아하는 새로운 멤버 성준이 드럼 자리에 앉았다. 지난 2년 간 계속된 멤버교체의 흔적은 이번 음반에도 고스란히 남아있다. 'Happiness', '짝사랑', 'Change The World'의 드럼은 뉴크에서 활동했던 황정식이 '4월의 달'은 아프리카의 정현규가 담당했다. 또 '이상적인 상상', 'Happiness', '4월의 달', 'Change The World'의 베이스는 밴드에서 잠시 활동하다가 아프리카로 이적한 지정훈이 맡았으니, 지킬만의 정체성을 찾는 것을 최고의 목표로 삼았던 이번 음반의 의도가 자칫 어긋날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정작 음반에 수록된 곡들을 들어보면, 이러한 선입견들이 한낱 기우에 불과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지킬의 2집 [The Lyrical For Hyde]는 '서정시'라는 음반의 타이틀에 걸맞게, 기본적으로 지난 첫 번째 음반에서 이어지는 유려한 멜로디라인을 그 특징으로 들 수 있다. 또 사운드는 1집에 비해 맑아졌다. 어쩌면 투명해졌다는 표현이 더욱 어울릴지도 모르겠다.

"무엇보다 지킬만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1집보다는 좀더 많은 부분을 연구한 앨범이라 할 수 있습니다. 우선 기타 사운드가 험버커 픽업에서 싱글로 바뀜에 따라 조금 가벼워졌고 연주방식도 파워코드 대신 왼손 뮤트와 코드톤을 중심으로 연주했습니다. 또 가벼워진 사운드에 어둡고 우울한 가사와 멜로디보다는 약간은 가벼운 가사와 유려한 멜로디가 어울릴 것 같아서 그렇게 하였고, 1집에서는 시퀀싱을 좀 많이 했는데 2집은 좀더 밴드 사운드에 맞추는 데 중점을 두었고, 전체적으로 곡들마다 전조를 많이 해서 분위기를 이렇게 저렇게 바꿔보려 노력했습니다."

연주는 물론 스튜디오의 후반 작업에도 많은 부분을 할애했다는 이야기다. 그 때문인지 더욱 안정적이고 풍부해진 보컬의 하모니를 들 수 있다. 특히 기타 톤을 잡는 데는 블랙 홀에서 활동하는 선배 뮤지션 이원재의 도움이 컸다고. 첫 곡 '이상적인 상상'은 요즘 세상의 현실과 안일한 생각으로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심정을 표현한 곡으로 "생각대로 되지 않는 세상에서 내가, 또는 네가 할 수 있는 일들은 무엇일까?"라는 의미를 가진 곡이다. 앞서 자신들이 이야기한 바와 같이 왼손 뮤트와 코드톤의 섬세함을 살린 클린톤의 반복되는 리프를 가지고 있다. 적당한 업비트의 락킹한 넘버로 사운드는 다소 가벼운 듯 하지만 그 전체적인 분위기는 그렇지 않다. 앨범의 오프닝으로 손색이 없음과 동시에 이번 음반의 특징을 규정지을 만한 곡으로, 엔딩 솔로는 아프리카에서 활동하고 있는 송인재가 담당했다. 투명한 사운드와 소박한 오케스트레이션이 예쁜 'Happiness'는 제목 그대로 '행복'이 눈앞에 펼쳐지는 듯 화사한 넘버. 전작에 수록되었던 'Feel Me Now'와 같은 팝펑크 넘버를 지킬이라는 필터에 걸러 확실하게 자신들만의 스타일로 만들었다는 느낌이다. '짝사랑'은 밴드의 장점이 집약된 음반의 베스트 트랙으로, 스튜디오에서 이들이 얼마나 오래도록 땀을 흘렸는지에 대한 흔적을 그대로 엿볼 수 있다. 지금까지 이들이 발표한 곡에 비해 꽤 복잡한 구성을 가지고 있지만, 음악이 모두 끝난 후에도 어렵지 않게 클라이맥스를 머릿속에 떠올릴 수 있다는 지킬의 장점은 그대로 살리고 있으며, 그만 그만한 싸구려 발라드와 달리 적재적소에 삽입되는 미려한 코러스가 곡의 품격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켰다. 기승전결식 구성이 아니라, 결이 먼저 나오고 차분하게 곰씹어가며 설명하는 듯한 곡의 진행은 곡이 가지고 있는 애틋한 감성을 더욱 배가시키며, 현란한 솔로를 지향하기보다는 곡에 어울리는 느낌을 표현하는 유도연의 기타연주도 전작에 비해 한층 성숙한 면모를 보여준다. 생각대로 되는 일도 있지만, 그 반대로 아픔과 실연을 주는 일도 있고, 그 아픔과 실연을 딛고 이겨내겠다는 의미를 담은 'Fly High' 역시 중반부 이후 확실한 훅을 보여주는 곡. 'Tell Me Why'나 'Rabbit At The Corner'는 지금까지의 진행과는 달리 다소 격렬하고 실험적인 연주를 담고있긴 하지만, 역시 음반에 흐르는 공통적인 정서를 공유한다. 음반 발매 이전, 이미 라이브 무대를 통해서 소개되며 지킬의 팬들에게는 익숙한 곡이 될 'Your Melody'는 데뷔앨범의 'To H'의 연장선적 곡으로 자신들의 음악에 적잖은 영향을 미쳤던 히데에 헌정하는 트랙. 'Happiness'와 함께 공연장의 분위기를 띄우는 데 유효 적절하게 사용될 만한 수작이다. 이 외에도 다소 묵직한 주제를 담고있는 'Change The World', '4월의 달' 또, 애잔한 느낌의 엔딩트랙 '별'까지. 음반을 전체적으로 들어도 좋고, 한 곡 한 곡 빼서 듣더라도 충분히 만족스럽다.

한편의 이야기를 보는 것과 같은 음악이라는 의미로 마치 영화와 같은 음악이라는 표현을 많이 쓴다. 지킬의 음악 역시도 한 편의 이야기를 보는 것과 같은 느낌이긴 하지만, 영화보다는 오히려 동화를 떠올릴 수 있는 음악이다. 동화 가운데에서도 받아들이는 사람의 위치나 입장에 따라서 상이한 해석을 내릴 수 있는 그림형제의 동화집과 같은 이야기랄까. 인간의 양면성을 그 밴드명으로 차용한 지킬의 의도와도 겹쳐진다. 안정될 만 하면 한번씩 불거졌던 멤버 문제나, 여러 가지 사정으로 계속해서 늦춰져만 갔던 음반의 레코딩 과정 등은 어쩌면 지킬이라는 밴드가 더욱 확고한 자신의 위치를 잡기 위해 거쳐갈 수밖에 없는 일종의 '성인식'과도 같은 절차가 아니었을까. 희대의 명반으로서가 아니라, 언제나 귓가에 남아 녹록치만은 않을 인생에 친근한 동반자가 될 만한 수작 음반이다. (20071012)


* 지난번 뉴크에 이어 두번째 만든 미완성 뮤직비디오다.. -_-;;; 촬영은 보컬 녹음이 한창이던 작년 2월 27일이었는데... 편집해 보니, 소스가 요만큼 밖에 없다.. OT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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