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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ER'S MUSIC LIFE/LINER NOTES (DOMESTIC)

JEREMY [The 2nd Advent]

by coner 2008. 8. 26.

국내 프로그레시브 메틀의 완성
JEREMY [The 2nd Adv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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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네 나중은 심히 창대하리라. (욥기 8:7)’는 성경의 한 문구는 이제 이들이 CCM밴드는 사실을 접어두고라도, 예레미를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는 문구이다. 개인적으로 예레미의 음악과 처음 인연을 맺은 것은 ‘천리안’통신을 하던 1998년경이다. 자신들의 음악을 제대로 알리기 힘들던 무렵, 이들은 이미 두 번째 음반인 [Out Of Fear]의 모테이프를 미래에 이들의 팬이 될 수 있는 잠재된 매니아들에게 배포했다. 통신을 통해 퍼져 나가게된 무서운 입소문은 락 매니아들의 발걸음을 일반 음반샵이 아닌 ‘기독교 백화점’으로 돌려놓았고, 반신반의하던 그들의 기대감을 이내 탄성으로 바꿔놓았다. 이번에 공개된 [The 2nd Advent]는 몇 차례의 멤버교체는 있었지만 꾸준한 활동 가운데 발매된 음반들에서 거듭되는 ‘진화’를 반복하던 예레미의 두 장의 라이브 음반과 한 장의 싱글을 제외한 공식 여섯 번째 스튜디오 앨범이다.

수록된 모든 곡에서의 기타 애들립을 화려하게 장식하는 조필성의 스윕피킹을 비롯한 현란한 기타 테크닉은 지금까지 발표한 그들의 음반뿐만 아니라, 해외 유사그룹들의 그것과 비교하더라도 단연 탑클래스에 들만한 확고부동한 지위와 함께 노련함을 겸비했다. 고음이 매력적인 보컬리스트 모정길은 지금까지 그의 취약점으로 여겨졌던 저음에서의 불안감을 부단한 노력을 통해 극복했고, 이전의 음반들에서는 좀처럼 듣기 어려웠던 감정이 실린 안정된 창법을 구사한다. 자칫 기타리스트 조필성의 화려한 개인기에 묻혀서 그 존재감을 살리기 어려울 수 있는 베이시스트의 위치는 이제 6현 베이스를 능수 능란하게 다루는 변성우가 아니면 다른 이름을 거론하기 어려울 정도로 확고한 입지가 다져졌다. 예레미의 음악적 특징인 변박을 완벽하게 소화하면서, 파워에서도 절대 밀리지 않는 드러머 박상열과 심포닉한 곡의 분위기를 주도하며 적재적소에 화려한 솔로잉을 선보이는 키보디스트 정미선 역시도 이번 음반에 처음 가입한 멤버임에도 불구하고 기존 멤버들과 완벽한 호흡의 일치를 보여주고 있다. 이렇듯 예레미는 두말할 필요도 없이 국내의 락밴드를 대표하는 하이테크 연주자 집단이다. 하지만 그에 앞서 이들이 더욱 대단한 이유는 특출난 멤버 몇몇의 개인기를 내세우기보다는 전체적인 조화를 중요시한다는 점이다. 1년 6개월, 지금까지 예레미가 발표한 모든 음반들중에서 가장 많은 시간과 정성을 기울인 [The 2nd Advent] 역시도 이러한 이들의 의도를 충분히 꿰뚫을 수 있는 10편의 중장편으로 구성된 음반이다. 영어 가사로만 이루어진 이번 음반은 세계시장 진출과 일반 대중의 CCM에 대한 거부감의 희석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포석으로 보인다.

이번 음반의 두드러지는 특징은 예전부터 이어 내려오는 심포닉한 곡 전개와 화려한 구성, 한눈에 알아차리긴 어렵지만 곡의 요소 요소에 산재한 전통 음악의 영향과 중근동풍 악곡의 조화, 그리고 조금은 팝퓰러해진 멜로디라인이다. 물론, 팝퓰러한 멜로디라인이라는 이야기는 그저 대중음악에 단순히 메틀릭한 리프만을 더한 음악이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5집까지 발표한 이들의 음반들이, 어느 한 부분 떼어놓고 생각할 때 부족한 부분이 없는 음반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처음 음반 전체를 듣고 난 후에 기억 속에 남을 만큼 확실한 훅을 남기지 못했던 아쉬움을 이번 음반에서 확실하게 극복했다는 이야기이다. 이후 발표되었던 많은 음반들이 의욕만으로도 충분히 시대를 앞서갈 수 있음을 보여줬던 두 번째 음반의 명곡 ‘Exodus’에 언제나 빚을 지고 있다는 생각은 이제 접어둬도 좋다. 또 언제나 이들을 표현할 때 수식어처럼 따라붙던 드림 씨어터, 심포니 X에서 안드로메다나 아다지오와 같은 그룹들의 이야기도 필요 없다. 두말할 나위 없는 예레미 최고의 음반이다.

다크 트랭퀼리티의 기타리스트 니클라스 순딘이 그린 자켓의 분위기를 고스란히 안고 있는 중세 그레고리안 성가의 분위기의 혼성 합창으로만 이루어진 오프닝트랙 ‘Intro’는 자신들의 음악적인 중심이 어디에 있는지를 증명해 보이는 곡이다. 지난 음반에 참여한 멤버에서 두 명의 멤버가 교체되었지만, 밴드의 궁극적인 지향점에는 한치의 변화도 느낄 수 없는 ‘Beyond Myself’는 이전에 발표한 음반들로부터 이어져 내려오는 전형적인 ‘예레미 스타일’이라고 할 수 있는 곡으로, 곡의 중반부 기타 애들립에 차용된 ‘아리랑’의 멜로디 역시 다섯 번째 음반인 ‘Trivial Life’에서부터 실험대에 올렸던 국악과 양악의 조화를 꽤한 곡이다. 이들의 시선이 이미 해외의 음악인들을 향해 있으며, 그들과 가장 차별화될 수 있는 자양분을 흡수함으로써 그들을 능가하겠다던 예전의 약속이 현재까지도 유효하며, 오히려 진일보했음을 보여주는 트랙들이다. 엇박과 변박의 화려한 진행만이 프로그레시브메틀을 정의하는 공식이 아님을 보여주는 ‘Rain In The Sun’과 어쿠스틱 기타로 시작하는 ‘Brother’는 보컬리스트 모정길의 저음역과 고음역대를 자연스레 넘나드는 일취월장한 기량을 여실히 느낄 수 있는 곡. 특히 ‘Brother’와 ‘You're My Everything’은 소위 이야기하는 ‘락 발라드’의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앞서 말한 바와 같이 대중가요에 비트만을 실은 여타 곡들과는 확연하게 구분되는 곡이다. 한 광고의 카피문구처럼 예레미가 하면 다른 것이다. 타이틀 트랙인 ‘The 2nd Advent’는 웅장한 교향곡을 듣는 듯한 도입부와 코러스, 중근동 풍의 곡 전개의 특징을 가진 곡이고, ‘Kill The Death’와 ‘Miracle’은 전형적인 프로그레시브 메틀 풍의 곡으로, 새로 영입된 멤버들인 박상열과 정미선의 역량을 확인할 수 있으며 예레미의 특징을 가장 잘 보여주고 있는 베스트 트랙들이다. 언제나 대곡지향의 완벽한 구성을 중요시하는 이들의 이번 음반에도 역시 10분이 넘는 트랙 ‘Challenge Part II’은 특히 곰씹어 들을 필요가 있는 곡이다. 여타 곡들의 ‘기승전결’식 구성이 아니라, 여러 가지의 주제들이 상호 유기적으로 결합하며 커다란 하나를 이루고 있는 구성으로 향후 예레미를 대표하는 트랙으로 자리메김할 가능성이 농후한 곡이다.

예레미의 6번째 스튜디오 음반 [The 2nd Advent]는 이미 음반의 발매이전부터 일본과 대만에서 라이센스 오퍼가 들어올 정도로 주변국 락 매니아들의 관심대상이 되었던 음반이다. 또 그렇게 관심의 대상이 되기 충분할 정도로 수록 내용이나 음질 면에서 양질의 퀄리티를 담은 음반이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자신들이 국내 최초로 ‘시도’했던 프로그레시브 메틀을 스스로 ‘완성’한 음반이다. 이들의 다음 행보와 함께 많은 추종세력들의 움직임이 궁금해지는 이유는 바로 그 때문이다. (2005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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