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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ER'S MUSIC LIFE/LINER NOTES (OVERSEAS)

SONATA ARCTICA [Takatalvi]


설 연휴 지나서... 부리나케 쓴 라이너노트... -_-;;;

밴드의 초기 모습을 담은 이색 모음집
Takatalvi

1990년대 중반 결성되어 트리키 빈즈(Tricky Beans) 혹은 트리키 민즈(Tricky Means)라는 이름으로 활동했던 10대의 패기 넘치는 젊은이들이 소나타 아티카(Sonata Arctica)라는 이름으로 개명하고 정식 데뷔앨범 [Ecliptica]를 발표한 지도 이미 10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 옛 이야기처럼 소나타 아티카는 현재 멜로딕 파워메틀을 이야기할 때 빼 놓을 수 없는 가장 중요한 밴드 가운데 하나로 자신의 자리를 확고히 하고 있으며, 출발당시 밴치마킹 타겟으로 삼았던 스트라토바리우스(Stratovarius)가 멤버간의 불화로 표류하며 팬들에게 안타까움을 전했던 반면 비교적 안정된 발걸음을 계속해서 내 딛고 있다. 지난 해 말 소문만 무성했던 올해의 내한공연 계획이 결국 무산되어 아쉬웠던 팬들에게 소나타 아티카가 특별한 선물을 한 장 준비했다. 바로 [Takatalvi]의 재발매 음반이다. [Takatalvi]는 이미 2003년에 공개된 바 있는 이들의 미공개 트랙을 비롯, 싱글과 커버버전을 모아놓은 음반이다. 출반 당시 2001년 발표된 EP [Successor]와 별반 차이가 없는 내용으로 아쉬움을 남겼던 반면, 이번 재발매에는 선행 발매 음반에 포함되었던 비디오 클립 ‘Broken’을 제외하고 새롭게 네 곡을 추가시켰다. 우선 2003년 음반 수록곡을 잠시 살펴보자.

‘The Gun’은 밴드가 트리키 빈즈로 활동할 무렵인 1996년 발표한 데모음반 [Friend 'till the End]에 ‘Find a Gun’이라는 타이틀로 수록했던 곡이다. 아직 밴드의 정체성이 다듬어지기 이전에 만들어진, 팝락 스타일 셔플리듬의 곡이지만 향후 굳어질 소나타 아티카 특유의 사운드를 도출해내는 가교역할을 하고 있는 곡이라는 점에서도 흥미를 찾을 수 있으며, 이후 싱글 ‘Broken’의 B-사이드에 수록되기도 했다. ‘Shy’ 역시 트리키 빈즈 시절의 데모음반 [Agre Pamppers]에 수록되었던 어쿠스틱 발라드 넘버. 탁월한 멜로디를 뒷받침해주는 코러스, 속도감 있게 질주하는 특유의 소나타 아티카식 메틀 넘버 ‘San Sebastian’의 오리지널 버전은 두 번째 앨범 [Silence]에 실린 ‘San Sebastian (Revisited)’에 비해 키보드 라인이 일선 뒤로 후퇴하며 보다 원초적이고 타이트한 연주를 담았다. 공식 3집 앨범이며, 동명의 액션 RPG 게임으로 계발중인 [Winterheart's Guild] (2003)에 수록된 바 있는 ‘Broken’의 B-사이드 수록곡 ‘Dream Thieves’는 초반부터 강력하게 밀어붙이는 압도적인 힘과 중반부 인상적인 효과음으로 청각은 물론 시각적인 이미지를 형상화시키는 독특한 트랙이다. 1999년 데뷔앨범 [Ecliptica]를 발표하며 순식간에 멜로딕 파워메틀계의 화두로 등장한 소나타 아티카는, 신인 밴드로는 이례적으로 같은 해 발매된 헬로윈(Helloween) 트리뷰트 앨범 [Keepers of Jericho]와 스콜피온스(Scorpions) 트리뷰트 앨범 [A Tribute to the Scorpions]에 참여하게 된다. 각각의 트리뷰트 앨범들에 수록되었던 ‘I Want out’과 ‘Still Loving You’, 그리고 2002년 발매된 메틀리카(Metallica) 트리뷰트 앨범 [A Tribute to the Four Horsemen]에 수록했던 ‘Fade to Black’이 한 장의 음반에 자작곡들과 나란히 실리며 필연적인 비교감상을 통해 ‘제 2의 창작’과도 같은 탁월한 재해석 능력을 확인시켜준다.

이번에 발매되는 음반에 새롭게 수록되는 두 곡의 커버버전을 포함한 네 곡의 트랙은 모두 2001년에 발표된 EP [Orientation]에서 발췌되었다. 아이언 메이든(Iron Maiden)의 원곡에 충실한 듯 하면서도 트리키 빈즈 시절 팝락의 영향력에 서사적인 소나타 아티카식 코러스가 합세하는 파워메틀 넘버 ‘Die with Your Boots On’의 수록으로 스콜피온스의 하드락, 헬로윈의 멜로딕메틀, 그리고 메틀리카의 스래쉬메틀과 함께 다양한 형태의 라우드뮤직을 포괄적으로 수용하려는 밴드의 의도가 한 장의 음반에 고스란히 수록되었다. 여기에 로저 휘태커(Roger Whittaker)에 의해 일찌감치 발표되었던 컨트리 넘버로, 이후 리메이크한 베티 미들러(Bette Midler)에게 1990년 그래미상을 안겨다 줬던 ‘The Wind Beneath My Wings’의 화려하지만 덤덤한 진행은 그 청자의 영역을 헤비메틀 아니, 락음악 뿐만 아니라 일반 팝까지 넓힐 수 있을 정도의 강렬한 흡인력을 지니고 있다. ‘Mary-Lou’는 원래 소나타 아티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기 전, 트리키 민즈가 마지막으로 발표한 데모 음반 [FullMoon]에 수록되었던 곡으로, 국내에 발표된 [Ecliptica]의 재발매반에 보너스 트랙으로 수록된 적이 있긴 하지만, [Takatalvi]에 담긴 버전은 원곡과는 사뭇 그 느낌이 다른 어쿠스틱 발라드 넘버이며, 원곡의 출신성분이 의심될 정도로 조심스럽고 간결한 편곡이 어울린다. ‘Black Sheep’은 음반 수록곡들 가운데 우리가 알고 있는 소나타 아티카의 모습이 그대로 펼쳐지는 멜로딕메틀 넘버.

[Takatalvi]는 밴드의 실질적 대표곡들을 모아 2006년에 공개한 베스트 앨범 [The End of This Chapter]와는 또 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음반이다. 수록곡들이 밴드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는 점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그 방법에 있어서 직접적으로 설명해 주는 것이 아니라 우회적인 접근을 택했다고나 할까. 트리키 민즈나 트리키 빈즈 시절 발표했던 음반에 직접적으로 수록되었던 곡이 아니라고 할지라도, 커버곡들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점이나 원곡의 녹음 시점들을 살펴볼 때 이 음반의 수록곡들이 소나타 아티카로 개명하기 이전에 불렸던 노래였음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사전적 의미를 따져볼 때 핀란드어로 ‘Backwoods’ 즉 불모지를 의미하는 단어인 ‘Takatalvi’를 음반의 타이틀로 사용한 점이나, 공식 데뷔 10주년을 넘기며 초창기 발표되었던 몇 곡을 보충하여, EP로 발매되어 그 태생적 완성도 면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았던 음반의 모양새를 확실하게 갖춘 점 등은 밴드가 자신들의 시작을 돌이켜 보며 그 활동에 있어서 커다란 방점을 찍고 있다는 사실 역시도 명백하다.

자, 이제 소나타 아티카가 정성들여 준비한 유년 시절로의 여행에 동참할 시간이다. 전설의 밴드들이 아직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고, 영민하고 뛰어난 밴드들이 수없이 명멸했음에도 불구하고 안타깝게도 헤비메틀은 과거의 그 영광을 아직 되찾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에도 굴하지 않고 자신의 초심을 잃지 않으며 화려했던 영광의 시절을 되찾으려는 밴드가 있기에, 마치 이들이 다른 밴드를 보면서 꿈을 키워 왔듯이 또 다른 메틀 키즈들이 소나타 아티카의 모습을 보고 자라 새로운 미래를 만들며, 이렇게 대를 물려가며 헤비메틀은 영원한 생명을 부여받을 수 있는 것이다. (2010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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