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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ER'S MUSIC LIFE/EXTERNAL CONTRIBUTIONS

비주얼록과 결합한 심포닉메탈, Abyss / 마텐로오페라

비주얼록과 결합한 심포닉메탈
Abyss / 마텐로오페라

01. Independent
02. もう一人の花嫁
03. Frill
04. Coal Tar
05. Double Clutch
06. フタリ
07. Finale

2011 (일본 발매는 2010) / 도프엔터테인먼트

솔직하게 이야기하자면, 처음 일본의 록 음악에 관심을 가지고 음반을 사 모으기 시작했을 때 가장 소화불량이었던 부분이 마치 코스프레를 한 것 같은 비주얼과 특유의 바이브레이션을 강조한 보컬이었다. 그리고 이는 단지 ‘V-Rock’이라 불리는 비주얼록을 표방한 뮤지션에 국한되는 특징이 아니라 그의 상, 하위 장르에 포괄적으로 적용되는 공통분모였기 때문에 일본의 록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다른 나라의 음악에 비해 많은 시간이 걸렸다. 만일 그런 선입견을 가지고 있던 나에게 누가 마텐로오페라(摩天楼オペラ)의 프로필을 가지고 맞선을 청해 왔다면 아마 만나지도 않고 그냥 퇴짜를 놓아버렸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들 역시도 고음의 바이브레이션 보컬과 비주얼록의 특징을 철저하게 계승하고 있는 밴드기 때문이다. 하지만 음악을 들어보면 이들의 음악적 뿌리는 바로 헤비메탈, 그것도 키보드의 스트링 사운드를 전진 배치한 심포닉메탈이란 것을 알 수 있다.

마텐로오페라는 2007년 일본에서 결성된 5인조 밴드다. 애니메이션 ‘Blood +’의 부제에서 착안한 밴드의 이름은 현대의 문명을 상징하는 ‘마천루’와 전통미를 떠오르게 만드는 ‘오페라’의 결합으로, 오페라의 극적인 구성이나 양식미를 지금의 방식으로 표현하고자하는 멤버들의 의지를 담았다. 이 앨범은 2010년 12월 메이저 레이블인 킹에서 발매된 첫 번째 음반이지만 이미 인디즈에서 활동하던 시절 발표한 음반들을 오리콘 인디즈 차트 상위권에 랭크시키며 주목을 받았으며, 유럽에서도 미니앨범 [Gilia]를 발매하며 5개국 투어를 단행하는 등 짧은 활동 기간이었지만 뚜렷하고 확실한 족적을 남겼다. 메이저 레이블의 전폭적인 물량투입이 이루어지기 전 활동이란 것을 감안 한다면, 밴드의 실력이나 가능성을 유추해낼 수 있다. 국내에도 이미 발 빠른 마니아들을 중심으로 일정한 팬층을 거느리고 있으며, 올해 초 발매된 옴니버스 앨범 [Crush! -90's V-Rock Best Hit Cover Songs]에 X-재팬(X-Japan)이 발표한 ‘紅’의 리메이크 버전을 수록하며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Abyss]는 메이저 입성 후 처음 발표한 앨범이지만, 밴드의 음악은 인디즈 시절과 그렇게 큰 차이를 보이진 않는다. 전형적인 메탈릭 리프에 입혀지는 키보드의 화려한 사운드가 횡적으로 확산되는 오프닝 트랙 ‘Independent’는 이미 완숙기에 접어든 밴드의 자신감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으며, 호방한 스케일로 질주하는 ‘Frill’의 드라이브감도 일품이다. 또 그 비주얼 때문에 폄훼되기 쉬운 멤버의 연주력 역시 체크포인트. 곡의 골격을 이루는 키보드 연주는 물론, 펜타토닉 스케일의 정통 메탈에서 퓨전적 어프로치까지 종횡무진 지판을 가로지르는 기타리스트 안지(Anzi)의 정확한 손가락도 여타 비주얼록 밴드들과 이들을 구분하는 가장 큰 요소 가운데 하나다. 웅장한 코러스와 연주로 이루어진 도입부 연주와 서정적인 보컬과 피아노가 그리는 멜로디라인이 극적인 조화를 만들어가는 ‘Coal Tar’나 오페라의 아리아를 듣는 듯 청아한 여성 소프라노와 아름다운 일렉트릭 기타의 멜로디가 어울리는 엔딩트랙 ‘Finale...’와 같은 곡들은 앞서 설명했던 밴드의 이름의 의미를 되새겨볼 수 있는 문제작들이다.

마텐로오페라는 오는 10월 15일로 예정된 대전의 ‘빅필드 록페스티벌’에 출연이 확정되었다. 그 때문인지 본국인 일본에 비해 조금 늦게 국내에 상륙한 이들의 음반은 발매와 함께 오리콘 데일리 차트 9위를 기록한 싱글 [Helios]가 합본으로 함께 수록된 스페셜 에디션으로 제작되었다. 물론 이 음반의 정식 발매와 첫 번째 내한공연이 기존에 이들을 알고 있던 팬들 이외의 록팬들에게 얼마나 많은 관심을 끌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하지만, 선뜻 손을 내밀지 못하고 있는 이유가 내가 전에 가졌던 것과 같은 선입견 때문이라면 편견을 접고 오직 음악에만 한번 귀 기울여보는 것도 좋겠다. 그 곳엔 분명 빼어난 구성력과 뛰어난 연주력을 가진 마텐로오페라라는 밴드가 있을 것이며, 이들이 연주하는 심포닉메탈은 이미 접해왔던 유럽발 밴드들과는 또 다른 세계로 우리를 인도할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 모든 이야기에도 불구하고 보컬의 히스테릭한 음색에 도저히 적응이 되지 않는다면 어쩔 수 없지만 말이다.

글 송명하 (20111003)

* 다음뮤직(http://music.daum.net/)과 백비트(http://100beat.hani.co.kr/)에 기고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