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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ER'S MUSIC LIFE/EXTERNAL CONTRIBUTIONS

월간 토마토 2011년 11월호..

데스크탑이 맛이 갔을때... 나도 함께 맛이 가서;;; 노트북으로 정신없이 마감시켰던 원고 ㅠㅠ

송명하의 테마음악 파일 #11
음악, 세상을 멋지게 만드는

음악은 어떤 필요에 따라 듣지 않고 그냥 생활의 일부분으로 존재할 때 그 가치가 가장 빛난다. 때문에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직업으로 갖는 게 좋다고 스스로도 생각하고 있고, 또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있기는 하지만, 직업상 의무적으로 음악을 들어야할 경우가 있어, 음악을 음악 자체로 받아들이지 못할 때가 있다는 부분이 안타까울 때도 적지 않다. 루이 암스트롱(Louis Armstrong)은 “장르는 중요치 않다. 세상을 멋지게 만드는 건 음악 그 자체다.”라는 이야기를 남겼고 구스타프 말러(Gustav Mahler)는 “음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악보에 기록되어 있지 않다.”라고 했다. 세상을 멋지게 만드는 건 칼로 베듯 정확하게 나뉜 특정 장르가 아니고 그 음악을 받아들이는 청자의 마음이나 감정이라는 이야기일 것이다. 일정한 장르에 귀속시키기 어려운 최근 음반 몇장을 뽑아봤다.

글 송명하 (트위터 @MyounghaSong)

SuperHeavy / SuperHeavy (유니버설 뮤직)
권투 슈퍼헤비급 챔피언이었던 무하마드 알리(Muhammad Ali)에서 착안한 이름으로 등장한 프로젝트 슈퍼헤비의 앨범이다. 록의 역사에서 한 장르의 내로라하는 뮤지션들이 모여 프로젝트를 결성하는 경우는 많았지만, 이번 슈퍼헤비의 경우는 좀 다르다. 최장수 록밴드 롤링 스톤즈(Rolling Stones)의 믹 재거(Mick Jagger)와 뉴웨이브의 물결을 주도했던 밴드 가운데 하나인 유리스믹스(Eurythmics)의 데이브 스튜어트(Dave Stewart), 레게의 아버지라고 할 수 있는 밥 말리(Bob Marley)의 막내아들인 데미안 말리(Damian Marley) 그런가하면 인도 음악의 스페셜리스트라고 할 수 있는 A. R. 라만(A. R. Rahman)과 젊은 나이에 등장해서 네오소울의 트렌드를 견인하고 있는 조스 스톤(Joss Stone)까지. 과연 나열된 뮤지션의 이름들로만 이 프로젝트의 음악을 연상한다면 어떤 음악을 떠올릴 수 있을까. 물론 롤링 스톤즈의 음악이 애초부터 블루스에 기반을 둔 로큰롤이었고 조스 스톤의 노래 역시 목소리만 듣고는 흑인으로 착각 할 정도로 그들의 감성을 가지고 있었다는 점은 감안했다면, 또 데미안 말리의 자마이카와 A. R. 라만의 인도 대륙을 떠올렸다면 슈퍼헤비의 음악 역시도 전체적으로 검은 빛 음악이란 점을 짐작했을 것이다.

이미 록과 소울, R&B, 레게, 블루스, 월드뮤직 등 수많은 갈래로 나뉜 원류는 이 한 장의 음반을 통해 자유롭게 교감한다. 그리고 신쓰팝의 첨병이었던 데이브 스튜어트의 독특한 조합방식에 의해 기본적인 레게리듬 위에 전자음과 민속음악, 오케스트레이션이 공존하는 새로운 음악으로 청자를 인도한다. 푸 파이터스(Foo Fighters)의 음반 크레디트에 이름을 써 넣은 바 있는 앤 매리 칼혼(Ann Marie Calhoun)의 바이올린까지 가세한 ‘Satyameva Jayathe’는 인도의 국가 좌우명이라고 할 수 있는 ‘Truth Alone Triumphs’의 산스크리트어 제목을 가진 곡으로, 지구상의 온 인류가 화합의 노래를 부르는 듯 숙연함과 흥겨움이 공존한다. 각자의 위치를 대표하는 뮤지션들의 집합임에도 불구하고 모 TV의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가수들처럼 청정이 뚫고 올라갈 정도로 목청을 높이는 우를 범하는 법이 없다. 보너스트랙 네 곡을 더 수록한 디럭스 에디션이 발매되기도 했지만, 이후 계획은 아무것도 세워놓은 것이 없다고 밝힌 이 프로젝트의 브레인 믹 재거. 그의 음악적 욕구의 끝은 과연 어딘지 새삼 궁금해진다.

Beirut / The Rip Tide (강앤 뮤직)
에밀 쿠스타리차(Emir Kusturica) 감독의 영화 ‘집시의 시간’은 집시들의 생활을 스크린에 투영한 독특한 영상을 통해서도 많은 마니아층을 거느리고 있지만, 그 영상을 더욱 오랜 기억 속으로 담을 수 있도록 만드는 데는 고란 브래고비치(Goran Bregovic)라는 걸출한 뮤지션의 음악이 있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공공연히 고란 브래고비치의 이름을 언급하며 출발한 잭 콘돈(Zach Condon)의 솔로 프로젝트 베이루트(Beirut) 역시 동유럽 집시들의 민속음악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두 번째 음반인 전작 [The Flying Club Cup]에서 프랑스를 향해 보냈던 시선은 이번 음반의 ‘East Harem’, ‘Payne's Bay’를 통해 미국의 컨트리 뮤직과 절묘한 교차를 시도한다. 물론 교차되는 하나의 축은 앞서 언급한 동유럽 집시들의 음악이다. 얼마 전에 베타 서비스를 시작한 ‘구글 뮤직’을 통해 무료로 선공개한 ‘Santa Fe’의 키치한 멜로디는 장르와 시대를 넘어선 공감대를 형성할 만하고, 전체적으로 반복과 점층으로 이루어진 쓸쓸한 취주파트에 얹히는 목소리는 모자란 듯 아련하여 완만한 곡선으로 청자를 유혹한다. 정규 앨범임에도 불구하고 30분이 조금 넘는 러닝타임밖에 수록되지 않았다는 점은 아쉽다.


웅산 / Once I Loved (포니캐년 코리아)
이미 국내를 대표하는 여성 재즈보컬리스트로서의 위치를 확고하게 다지고 있는 웅산의 새 앨범이다. 지난 4집 앨범 [Fall In Love]가 발표될 때도 비정규 앨범으로 ‘Special Gift Album’이라는 부제가 붙은 [Miss Mister]를 먼저 발표한 적이 있긴 하지만, 이번에는 정규 5집과 동시에 발매되었다. [Miss Mister]는 기존 그녀의 스타일에서 벗어나 소울에서 보사노바, 발라드까지 정규앨범에는 싣기 어려웠던 곡을 수록하며, 작정하고 시원스런 목소리를 과시했던 음반이었다. 하지만 [Once I Loved]는 스탠더드 팝과 역시 스탠더드 재즈 넘버를 세 번째 음반부터 그녀의 특징으로 자리 잡은 특유의 위스퍼링 창법으로 조용하게 보듬는다. 때문에 스페셜 기프트라는 동일한 부제 안에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창작곡의 비중이 적다는 점 외에는 오히려 정규앨범에 그 느낌이 가깝다. 물론 일본 팬들을 의식하고 제작했던 음반인 탓인지 그 무게는 함께 발매된 [Tomorrow]보다 가볍다. 녹음상태도 좋아서 정식 오디오 시스템의 스피커로 들으면 더욱 큰 만족을 주는 음반이며, 우리에게는 칼라 보노프(Karla Bonoff)의 목소리로 잘 알려진 트래디셔널 포크넘버 ‘The Water Is Wide’, 좀비스(The Zombies)의 히트곡 ‘She's Not There’ 등 장르를 넘나드는 선곡의 순발력도 돋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