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CONER'S MUSIC LIFE/EXTERNAL CONTRIBUTIONS

친한 친구처럼 편안한 두 번째 음반, Anything / 프리키


01. 봄이여 와요
02. 너와 함께 라이딩
03. 미정착 그녀의 확실한 목요일
04. Good Night
05. Closer
06. 네 곁에 있게 허락해줘
07. 얼마나 좋아하는지
08. Happy Day
09. 거짓말
10. 사막의 노래
11. Slush
12. Island

2011 / 열린음악

프리키가 결성된 건 2001년이다. 그리고 앨범 [Anything]은 그들의 통산 두 번째 정규앨범에 해당한다. 중간에 두 곡의 디지털 싱글을 발표했다는 걸 감안하더라도, 10년이 넘는 시간을 꾸준하게 활동해 왔던 것 치곤 턱없이 부족한 디스코그래피다. 그리고 밴드 스스로는 인정하고 싶지 않겠지만, 어쨌거나 인지도 역시 그에 비례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아니 두 번째 음반의 타이틀이 ‘Anything’인걸 보면 어쩌면 밴드 역시도 이러한 부분을 어느 정도 받아들이고 있는 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정작 그들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음악을 처음 들려줬을 때 그 음악에 호감을 갖지 않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다. 밴드 내의 멜로디메이커 홍혜주와 이현호가 그리는 유려한 멜로디는 늘 무리하지 않아 친숙하고 자극적이지 않아 포근하다. 또 일상생활을 일기처럼 풀어낸 가사들은 내 이야기, 혹은 가까운 친구의 이야기를 듣는 듯 익숙하다. 그리고 이러한 가사와 멜로디는 매력적인 목소리를 가진 홍혜주에 의해 한번만 들어도 바로 콧노래를 따라 부를 수 있는 흡입력 강한 노래로 완성된다.

프리키는 예전에 했던 인터뷰를 통해 자신들의 음악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은 바로 멜로디라고 얘기한 적이 있다. 우선 멜로디를 만들고 그 멜로디에 필요한 요소들을 모던록과 그 인접 장르들에서 취합하는 과정이 바로 이들의 송메이킹 방법이라는 얘기다. 이번 음반 역시도 이러한 프리키의 음악 직조방법은 동일하지만, 커다란 변화 하나는 확실하게 드러난다. 그 재료의 선별 대상이 앞서 언급했던 인접장르에서 하드록이나 일렉트로니카는 물론 월드뮤직에 이르기까지 확장되었다는 점이다. 물론 이러한 변화는 기존 프리키의 음악들처럼 자극적이지 않아 청자들에게 무리한 요구를 강요하지 않는다. 어쨌거나 이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편안한 멜로디라는 점에서는 한발자국도 벗어나지 않았으니 말이다.

음반의 발매시기와 관계없이 요즘 같은 겨울날 듣기에 적당한 ‘봄이여 와요’는 가볍고 예쁜 느낌은 전작의 노선을 그대로 이어가는 곡이며, 역시 전작의 타이틀 트랙이었던 ‘비행’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라고 할 수 있는 ‘너와 함께 라이딩’은 음반 발매 이전 싱글로 선공개되었던 곡. 자칫 악기의 특성 때문에 묵직한 느낌을 주기 쉬운 하몬드오르간의 사운드를 업비트의 경쾌한 리듬라인과 함께 부담 없이 가벼운 프리키 사운드로 재탄생시킨 편곡의 센스도 발군이다. 그런가하면 꿈속을 걷듯 시종 몽환적인 사운드로 취해드는 ‘Good Night’이나, 반복되는 리듬과 교묘한 조옮김으로 청자를 몰입시키는 ‘Closer’는 일렉트로닉 사운드에 대한 프리키의 관심이 구체화된 트랙들이다. 특히 ‘Closer’는 지난 싱글 ‘Pearl’에서 이어지는 새로운 도회적 사운드의 완성이라는 점에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또 한곡의 이색작 ‘거짓말’은 지금까지 이들이 발표한 곡 가운데에서 가장 강렬한 리프를 가지고 있으며, ‘Closer’와 함께 진행의 주요부위에 등장하며 주위를 환기시키는 피아노의 역할도 흥미롭다. 영화의 O.S.T.를 위해 만들어진 ‘사막의 노래’는 아르헨티나의 탱고를 자신들의 영역으로 끌어들인 곡. 물론 이들 역시 기존 프리키의 곡들과의 간극은 그렇게 멀지 않다.

일반 메이저계열의 음악 혹은 음악 산업에 열광하는 사람들이 인디음악의 존재를 아예 인정하지 않거나 인정하더라도 마이너적인 한 단면으로만 보는 것도 좋지 않지만, 그렇다고 자폐 속으로 침잠하거나 단발적인 흥미위주로 접근하는 인디음악만이 ‘쿨’한 것인냥 단정하고 그 안에만 갇혀있는 것은 더 좋지 않다. 우리가 하늘의 공기를 호흡하듯이 자연스럽게 들려오는 음악과, 그저 내 몸의 일부분인 것처럼 흡수되는 많은 음악들을 애써 외면할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프리키의 두 번째 앨범. 어두운 방 구석자리에서 장판을 긁으며 들을 필요도, 공부를 하듯 머리를 싸매고 들을 필요도 없다. 그냥 플레이 버튼을 누르고 가만이 있기만 하면 된다. 그 뒤에는 손가락이 까딱거리던지, 고개가 끄덕거리던지, 그렇지 않으면 콧노래가 나오던지 그냥 저절로 몸이 일으키는 반응에 나를 맡기면 되겠다. 한번 듣고 CD장으로 들어갈 장서용 혹은 자료용 음반이 아니고, 오래도록 책상 위나 나에게서 가장 가까운 곳에 둘만한 친한 친구 같은 음반이다.

글 송명하 (20111218)

* 다음뮤직(http://music.daum.net/)과 백비트(http://100beat.hani.co.kr/)에 기고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