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의경 / 내노래 모음


01. 그들
02. 폭풍의 언덕에 서면 내 손을 잡아주오
03. 들에 있는 나의 집
04. 불나무
05. 파도 바람 구름 철길 친구
06. 나그네처럼
07. 할미꽃
08. 내리는 비야
09. 풀잎
10. 친구야
11. 겨울
12. 오가는 길

1972년 / 유니버어살

방의경은 1970년대 초반 활동했던 여성 싱어송라이터다. 얼마 전 CD로 재발매된 [내노래 모음](1972)은 그녀의 유일한 독집 음반이고, 이 음반 외의 활동은 같은 해 발매된 일종의 컴필레이션 [아름다운 사람아 아름다운 노래를]에 ‘불나무’를 수록한 것과, 양희은의 히트곡 ‘아름다운 것들’의 가사, 김인순과 김세화가 불렀던 ‘하양 나비’의 작사·작곡 정도 밖에는 없다. 그리고 동시대에 활동했던 많은 포크 싱어들과 달리 현재 그 이름을 기억하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유일한 독집은 국내 음악에 대한 재발매의 바람이 일어나던 시절부터 언제나 0순위에 꼽혀왔다. 당시 발매되었던 오리지널 LP는 중고시장에서 터무니없다 싶을 정도로 높은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고, 그마저도 나오기가 무섭게 솔드 아웃되어 버린다. 이 한 장의 음반이 음악성과 희소성을 동시에 안고 있다는 이야기에 대한 방증일 것이다.

우선 방의경의 [내노래 모음]이 희귀한 이유는 비슷한 시기에 나왔던 다른 음반들과 마찬가지로, 일반적으로는 납득하기 어려운 기준을 가지고 있던 당시 검열의 잣대 때문이다. 현실을 은유적으로 담았다고는 하지만 가사만으로는 그러한 의미를 제대로 알아차리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발매와 동시에 수록곡의 대부분에 금지곡의 멍에가 씌워지고 음반은 폐기처분되었다. 방송에서 금지가 된 것은 물론이다. 유일한 음반에 내려진 이러한 조치에 방의경이라는 이름이 후세에 제대로 전해지지 못했던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 것이다. 하지만 그녀의 이름을 기억하던 몇몇 충성도 깊은 애호가들에게서 비롯된 관심은 결국 이 음반을 국내 1970년대 포크의 최고 명반 중 한 장으로 등극시켰다. 소위 ‘7080’이나 ‘세시봉’과 같이 일종의 대명사가 되어버려 청자들의 추억과 입담의 소재로 전락해버린 음악들과는 그 태생부터 다른 풋풋한 아름다움으로 가득한 음반의 내용 때문이다.

휘파람 소리나 몇몇 효과음이 들어간 것과 서유석의 음반 수록곡과 동일한 음원이 수록된 ‘친구야’를 제외한다면 수록된 모든 곡은 방의경의 목소리와 어쿠스틱 기타, 혹은 나일론 기타 한 대만으로 녹음되었다. 한 장의 음반을 감상한다는 느낌보다 숨소리까지 들릴 것 같이 가까운 거리에서 실제로 노래를 부르고 있는 것을 보는 듯 생생하며, 유일한 악기인 기타의 위치마저 오른쪽 채널에 치우쳐있어 그런 느낌은 더하다. 또 어찌 들으면 ‘복음성가’를 듣는 것과 같은 그녀의 작곡 스타일은 곡과 곡 사이의 여백을 인식하지 못할 정도로 유사하다. 이렇듯 단순한 연주의 편성이 그녀 혼자 작사와 작곡 그리고 노래까지 담당한 음반의 색깔을 지나치게 획일화시켜 미완성의 데모 음원을 듣는 듯한 느낌을 주는 것 역시 사실이지만, 그 때문에 발표된 지 40년이라는 시간의 간극은 사라진다. 당시 발표되었던 일반적인 음반들처럼 소위 ‘XX 레코드사 전속 관현악단’의 천편일률적인 편곡과 연주가 창작자의 의도를 희석시킬 여지를 애초에 지워버린 것이다. 

마스터 테이프의 유실에도 불구하고 LP음원의 꼼꼼한 복각으로 다시금 영원한 생명을 부여받은 한 장의 음반. 가만히 스피커를 통해 나오는 음악만 듣고 있어도 물질적으론 가난했을지언정 정신적으로는 한없이 풍요로웠고, 억압 가운데 웅크리지 않고 의연하게 한줄기 빛을 향하던 당시 젊은이들의 모습이 보이는 듯 하다. 단순하게 우리 대중음악사에 있어서 유실되었던 한 축을 복원했다는 커다란 의미 외에도 격동의 시대를 거치며 잃어버렸던 역사의 퍼즐 하나를 찾아냈다는 점 역시도 무척이나 소중하다. 당연한 얘기겠지만 초창기 한국 포크는 소위 ‘세시봉’이 전부가 아니다. 때문에 우리의 1970년대는 더욱 아름다울 수 있었다.

글 송명하 (20111222)

* 월간 핫트랙스 매거진(http://info.hottracks.co.kr/company/main)에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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