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나위의 멤버들로 구성된 블루스 프로젝트의 유일작, Old Passion / 자유


01. 멀어져간 사람아
02. 다시 또 한번
03. 우리의 노래가 세계로
04. 라디오에선 락엔롤 음악이
05. 저별은
06. 나에게 꿈이 있다면
07. Rock Me Baby
08. 어떤 우연

1991 / 신세계음향

자유는 4집 앨범을 발표한 후 일시 해산한 시나위의 신대철과, 역시 해산한 아시아나의 베이시스트 김영진이 결성한 밴드다. 두 명의 멤버로 데모 작업을 하던 중, 뮤즈에로스 출신으로 시나위의 4집 음반에서 드럼을 담당했던 오경환이 합류했다. 시기는 달랐지만 어쨌거나 시나위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멤버들의 집합이었던 만큼 그 원류는 시나위의 음악에서 찾을 수 있다. 하지만 기타의 디스토션 사운드를 최소한으로 억제하고 거추장스러운 장식들을 차례로 떼어내며 블루스록, 혹은 블루스에 기본을 둔 하드록을 적극적으로 수용했다. 자신들의 의도에 맞는 보컬리스트를 찾지 못한 밴드는 결국 자신이 만든 곡은 자신이 부르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이 역시도 이들이 롤모델로 삼았음직한 3인조 밴드들인 크림(Cream)이나 지미 헨드릭스 익스피리언스(Jimi Hendrix Experience)의 외형적 요소가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결성된 라인업은 김영진이 제안한 ‘블루 블러드 (Blue Blood)’라는 이름으로 1990년 10월 레코딩에 들어가 1991년에 유일한 음반 [Old Passion]을 발매한다. 음반을 제작하며 밴드의 이름도 자유로 개명했다.

신대철이 직접 보컬까지 담당한 ‘멀어져간 사람아’는 군더더기 없는 기타 멜로디와 가식 없이 부르는 솔직한 창법이 오히려 매력적인 트랙으로, 이후 박상민에 의해 다시 불려지면서 스매시 히트 했다. 유사한 스타일의 ‘다시 또 한번’은 김영진이 부른 곡으로, 개인적으로는 이 곡 역시도 다른 누군가가 박상민의 경우와 같이 리메이크 했어도 유사한 반향을 일으키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흡사 신중현과 엽전들의 명곡 ‘미인’의 리프를 연상시키는 ‘우리의 노래가 세계로 (Blue Blood)’는 밴드의 희망을 담은 일종의 그룹송으로, 오밀조밀한 브리티시 록이 아니라 커다란 아메리칸 하드록 스타일의 호방한 진행이 돋보이는 음반의 베스트 트랙 가운데 하나. 어깨가 들썩이는 블루스의 고전 ‘Rock Me Baby’의 셔플 사운드와 함께 밴드 자유가 추구하는 색깔을 확실하게 함축하고 있는 곡이다. 천편일률적이지 않고 좀 더 빈티지한 키보드 사운드가 담겼으면 더욱 좋았을 듯한 슬로우 넘버 ‘저 별은’과 일종의 어쿠스틱 발라드 ‘나에게 꿈이 있다면’ 역시 필청 트랙들.

결과적으로 시계는 1960년대 말에서 1970년대 초반으로 맞췄지만, 의도와는 다르게 지나치게 매끄럽게 빠져버린 레코딩과 끈끈한 점성을 잃어버려 건조하고 힘겹게 들리는 보컬파트로 음반의 타이틀인 “Old Passion”을 표현하는 데는 다소 무리가 되었다는 느낌은 지울 수 없다. 물론 이 이야기는 조금 더 거친 사운드와 음악에 어울리는 전문 보컬리스트가 참여했다면 더욱 좋은 음반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일말의 아쉬움이다. 잠시였지만 국내 헤비메탈의 역사를 만들어갔던 뮤지션들의 외도로 치부하기에는 곰씹어 들어봐야 할 양질의 음원들이 대거 포진되었고, 시기적으로는 물론 음악적으로도 초기 헤비메탈 시나위와 재결성되는 얼터너티브 시나위가 완벽하게 단절되지 않고 한 호흡으로 이어지는 과정이었음을 증명하는 음반이기 때문이다. 또 신대철이 시나위는 물론 솔로음반 [Corona]를 통해서 보여줬던 말끔한 퓨전스타일의 어프로치와는 대각을 이루는 시도를 하며, 계속해서 자신의 음악적 영역을 넓혀가고 있음 역시 확실하게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의욕적인 출발과는 달리 자유 역시 대중적인 성공을 거두는 데는 실패했고, 이후 신대철은 약 3년 정도 세션작업에만 치중하다가 자유에서 활동할 무렵 영입하려 했던 보컬리스트 손성훈, 전사와 다운타운을 거친 베이시스트 정한종 그리고 제로 지의 드러머 신동현과 함께 1995년 시나위를 재결성하게 된다.

글 송명하 (20120115)

* 다음뮤직(http://music.daum.net/)과 백비트(http://100beat.hani.co.kr/)에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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