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컴 나이스 가이! D.C. 쿠퍼의 복귀작, Show Me How To Live / Royal Hunt


01. One More Day
02. Another Man Down
03. An Empty Shell
04. Hard Rain's Coming
05. Half Past Loneliness
06. Show Me How to Live
07. Angel's Gone

2012 / 에볼루션 뮤직

D.C. 쿠퍼(D.C. Cooper)가 돌아왔다. 로얄 헌트(Royal Hunt)라는 밴드가 리더인 앙드레 안데르센(Andre Andersen)의 의도를 표출하기 위한 일종의 분신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D.C. 쿠퍼의 복귀는 확실히 커다란 의미가 있다. 이미 전작들에서 앙드레 안데르센은 보컬리스트의 선별적 기용으로 밴드 사운드를 조율했던 이력이 있기 때문이다. 이는 로얄 헌트에 있어서 보컬리스트의 교체는 단순히 밴드의 한 구성원이 바뀌는 것이 아니라 밴드의 사운드를 새롭게 직조하려는 의지가 그 바탕에 깔려있음을 의미한다. 로얄 헌트는 이미 존웨스트(John West)의 마지막 참가작인 [Paper Blood](2005)부터 자신들의 최고 전성기라 할 수 있는 1990년대 드라마틱한 사운드로 회귀하려는 의도를 흘렸다. 또 전작 [Collision Course - Paradox II](2008)를 통해 강력한 보컬리스트 마크 볼스(Mark Boals)를 영입하며 이러한 의도를 구체화시켰다.

앙드레 안데르센은 마크 볼스(Mark Boals)의 가입 즈음에 했던 인터뷰를 통해 새롭고 젊은 신인 보컬리스트를 영입하려 했다는 이야기한 적이 있다. ‘Paradox II’라는 부제가 붙어있을지언정 예전과 완벽하게 ‘동일한’ 음악으로 돌아가지는 않을 것이란 의지의 표명이었을 것이다. 물론 표면적으로 그 의도와는 달리 이미 확실한 명성을 쌓아왔던 마크 볼스에게 그 자리는 낙점되었지만, 어쨌거나 내용면에서 그 목적은 충분히 이뤘다고 볼 수 있다. 존 웨스트와 D.C. 쿠퍼라는 상이한 보컬리스트의 강점들을 모두 수용한 마크 볼스의 보컬로 인해서, 존 웨스트를 들으며 로얄 헌트에 매료된 팬들이라도 이물감 없이 밴드의 변화를 수용할 수 있는 안전장치를 마련한 셈이니 말이다. 어찌 보면 전작에 엘러지(Elegy)의 이안 페리(Ian Perry), 전 레인보우(Rainbow)의 두기 화이트(Doogie White), 나리타의 케니 루브케(Kenny Lubcke)라는 다채로운 보컬리스트가 함께 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이번에 발표된 [Show Me How To Live]. 로얄 헌트의, 아니 앙드레 안데르센의 시계는 조금 더 과거를 향했다. 친정집에 돌아온 D.C. 쿠퍼는 강성의 밴드 사운드를 중화시키며 주도적이지 않으면서도 자신의 존재감을 확실하게 각인 할 수 있는 능력의 소유자로, 자타가 공인하는 로얄 헌트의 최고작인 [Moving Target]과 [Paradox]의 장대한 컨셉트를 완성하며 1990년대 자신들의 최 전성기를 견인했던 일등공신이다. D.C. 쿠퍼의 보컬이 마치 물 흐르듯 유려한 진행을 보여준다면 앙드레 안데르센의 키보드는 거대한 폭포와 같이 낙차 큰 위상이 만드는 압도적인 힘이다. 이 둘의 조화야말로 로얄 헌트의 골수팬들이 이들의 이름만으로 신보를 사 모으며 꿈꿔왔던 가장 커다란 매력인 것이다. 그리고 언제부턴가 점점 그 존재감을 키워가고 있는 도발적인 혼성코러스라인은 앞서 언급한 기존 밴드의 매력과 완벽하게 어우러지며 서사적이고 드라마틱한 곡 전개를 이끌며 새롭게 출범하는 밴드의 의도가 단순히 과거의 재현 혹은, 복제가 아니라 또 다른 진보임을 일깨워 준다.

중세시대 전장의 효과음에 이어지는 장중한 키보드 사운드, 서사적인 혼성코러스가 청자의 관심을 유도하는 ‘One More Day’를 듣고 감격에 젖지 않을 로얄 헌트의 팬들이 과연 몇이나 될까. 우리가 머릿속에 그리고 있는 로얄 헌트의 매력이 온통 한 곳에 집약된 신보의 베스트 트랙 가운데 하나이며, 이들을 명성을 이어가는 또 하나의 명곡이다. ‘Another Man Down’은 전작에 참여하며 어느덧 밴드의 일원처럼 투어까지 동행하고 있는 미셸(Michelle Raitzin)과 보컬의 소절을 주고받는 곡으로, 클라이맥스의 미려한 멜로디라인은 통속적이지만 언제나처럼 매력적이고 중독성 가득하다. 새롭게 영입된 기타리스트 요나스 라르센(Jonas Larsen)은 2008년과 2009년 연속해서 ‘코펜하겐 기타 배틀’에서 우승한 전력을 가진 인물로 자칫 주눅들기 십상인 심포닉 사운드의 십자포화 가운데서 ‘An Empty Shell’의 중반부 펼쳐지는 화려한 솔로처럼 전 곡을 통해 끊임없이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낸다. 10분대의 타이틀트랙 ‘Show Me How To Live’는 중첩되는 복잡다단한 구성이 아니라 완만한 진행을 점진적으로 발전시키는 장중한 트랙.

물론 아쉬움은 남는다. 그렇게 기다려왔던 D.C. 쿠퍼의 복귀지만, 45분이 채 되지 않는 러닝타임 때문이다. 하지만 러닝 타임에 대한 아쉬움은 구성력을 중시하는 밴드의 의도 때문에 더욱 짧은 체감상의 느낌이 더욱 강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아쉬움은 오는 5월 18일로 예정된 내한공연을 통해 말끔하게 해소되리라 믿는다. 앙드레 안데르센이 마크 볼스를 영입하며 쳤던 양수겸장에 이어지는 D.C. 쿠퍼를 통한 외통수. 팬들로서는 궁을 내던지지 않을 수 없다. 14년 만에 복귀한 나이스 가이. 진심으로 환영한다.

글 송명하 (20120128)

* 다음뮤직(http://music.daum.net/)과 백비트(http://100beat.hani.co.kr/)에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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