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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ER'S MUSIC LIFE/LINER NOTES (OVERSEAS)

Anthem : Ultimate Best Of Nexus Years

종주국의 메틀 시장을 향해 의욕과 혈기로 도전했던 한 밴드의 비망록


앤썸(Anthem)은 1981년에 결성되어 현재도 활동하고 있는 관록의 일본 헤비메틀 밴드다. 알려져 있다시피 앤썸의 활동은 1992년 해산할 때까지의 활동과, 2000년 재결성 이후 활동으로 나뉜다. 이번에 발표되는 베스트 음반은 데뷔앨범에서 해산하기 전 발표한 마지막 앨범인 [Domestic Booty](1992)까지 비교적 고르게 추린 곡들을 수록한 음반이다. 초기 보컬리스트인 에이조 사카모토 시기 앤썸이 CD 1에, 두 번째 보컬리스트인 유키오 모리카와 시기 앤썸이 CD 2에 담겼다. 선곡된 곡들이 담긴 앨범들에 따른 앤썸의 활동을 살펴보자.




CD 1

1. Wild Anthem

2. Warning Action!

3. Steeler

1985년에 발매된 셀프타이틀의 데뷔앨범 수록곡들이다. 라인업은 나오토 시바타(柴田直人; B), 타카마시 오후치(大内貴雅; Ds), 에이조 사카모토(坂本英三; Vo), 히로야 후쿠다(福田洋也; G). 당시 일본에서는 라우드니스의 데뷔앨범이 1981년, 어쓰셰이커(Earthshaker)의 데뷔앨범이 1983년, 그리고 바우 와우(Bow Wow)의 후신이라고 할 수 있는 바우 와우(Vow Wow)의 데뷔앨범이 1984년에 각각 발매되며 자국내의 메틀팬들을 집결시키고 있었고, 특히 라우드니스의 [Thunder In The East](1985)가 미국에 정식 발매되며 ‘J-Metal’이라는 가능성이 조금씩 현실로 바뀌고 있었다. 이러한 시기에 이미 활발한 공연 활동으로 어느 정도의 팬층을 거느리고 있던 앤썸의 정규앨범 발매는 하나의 커다란 사건이 되기에 충분했다. 또 결성멤버였던 토시히토 마에다(前田敏仁)가 탈퇴한 후, 앨범 발매를 얼마 남기지 않고 오디션을 통해 가입한 에이조 사카모토는 이전 경력이 거의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한 장의 음반을 통해 순식간에 일본을 대표하는 메틀릭 보컬리스트로서의 지위를 획득한다. 녹음이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다소 아쉬움이 남지만, 패기만만한 자신감은 이후 발매된 어느 음반에도 뒤지지 않는다. ‘Wild Anthem’은 밴드를 대표하는 일종의 ‘그룹송’이며 선곡된 ‘Warning Action!’과 ‘Steeler’ 역시 계속해서 이들의 공연에 등장하는 대표곡들이다.


4. Ready To Ride

5. Shed

6. Rock’N Roll Stars (English Version)

7. Lay Down (English Version)

데뷔앨범에 수록된 세곡을 영어버전으로 재수록하고 신곡 두 곡을 더해 데뷔앨범과 같은 해에 발표한 EP [Ready To Ride]에 수록된 곡들이다. EP에는 총 5곡이 수록되었는데, ‘Steeler’의 영어버전을 제외한 모든 곡이 담긴 셈이다. ‘파워메틀 계엄령’이라는 카피문구로 등장했던 데뷔앨범의 노선을 계승하며 자신만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음반으로, 수록된 영어버전의 곡들은 당시 밴드의 시선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를 알려주는 힌트와도 같다. 음반에 담긴 신곡들은 모두 기타리스트 히로야 후쿠다의 곡이고 처음으로 밴드 스스로 프로듀스를 맡았다.


8. Victim In Your Eyes

9. Night After Night

10. Tightrope Dancer

11. Driving Wire

12. Black Eyed Tough

1986년 발매된 정규 2집 음반 [Tightrope] 수록곡들이다. 전작인 EP [Ready To Ride]와 마찬가지로 멤버들이 직접 프로듀스를 맡았고, 감마(Gamma), 저니(Journey), Y&T 등과 함께 작업을 한 적이 있는 켄 케시(Kem Kessie)가 엔지니어로 참여했다. 하지만 음반에 수록된 사운드는 다소 선명하지 못한 아쉬움이 남는다. 대신 밴드의 응집력은 확고해져 데뷔앨범과 시기적으로 그렇게 큰 차이는 나지 않지만, 음반의 타이틀에 ‘Tight’가 들어간 것처럼 음반을 구성하고 있는 음들의 밀도는 높아지고 균형적이다. 저돌적으로 돌진하는 ‘Victim In Your Eyes’, ‘Driving Wire’와 클라이맥스의 키치한 멜로디로 지금까지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Night After Night’ 등 5곡이 선곡되었다. 동시대에 활동했던 밴드들에 비해 비교적 후발주자긴 하지만, 앤썸은 이 앨범의 성공을 통해 확실한 자신들의 자리를 확보하게 된다.


13. Bound To Break

14. Show Must Go On!

15. Soldiers

16. Headstrong

17. Fire’N’The Sword

물 오른 밴드의 사운드가 일급 프로듀서인 크리스 탕가리스(Chris Tsangarides)를 만나 한껏 개화한 [Bound To Break](1987)에 수록된 곡들이다. 음반의 마스터링 역시 뉴욕의 마스터디스크에서 밥 루딕(Bob Ludwig)이 맡았다. 때문에 앨범의 수록곡들은 에이조 사카모토 시절 앤썸의 최고작이라고 할 만한 결과물들이 담겼다. 안정된 프로듀싱에 의한 사운드는 동시대 종주국 밴드들의 결과물에 비해 한 치의 모자람도 없으며, 이후 벌어질 일에 대해 짐작조차 할 수 없었기에 그동안 다져온 멤버간의 끈끈한 결속력은 이전의 그 어느 음반보다 뛰어나다. 파워메틀을 근간으로 한 스피드메틀이라는 앤썸의 매력은 타이틀 트랙 ‘Bound To Break’를 필두로 16비트의 커팅에 의한 ‘Soldiers’와 같은 곡에서 빛을 발하고 있으며, 전작의 ‘Light It Up’과 함께 고 나가이(永井 豪)의 ‘데빌맨 탄생 편’ OVA에 사용되기도 했던 ‘Show Must Go On!’이나 ‘Headstrong’의 육중한 진행은 당시 해외의 트렌드를 흡수하고 있다. 실제로 앤썸은 이 앨범을 통해 같은 해 6월 해외공연을 시작하며 본격적인 미국진출의 꿈을 실현 했으며, 당시 공연의 생생한 현장은 10월 발표된 라이브 음반 [The Show Carries On!]에 수록되었다. 하지만 해외로 이어진 밴드 활동에 대한 불안감과 스트레스, 피로의 누적과 생계에 대한 불확신 등을 이유로 보컬리스트 에이조 사카모토가 탈퇴하며 결과적으로 앤썸에게는 적신호의 시작이 된 음반이 되고 말았다. 


CD 2

1. Gypsy Ways (Win, Lose Or Draw)

2. Love In Vain

3. Cryin’ Heart

4. Shout It Out!

보컬리스트가 유키오 모리카와(森川之雄)로 교체된 후 첫 음반인 [Gypsy Ways](1988) 수록곡들로, 음반의 프로듀싱과 마스터링은 전작과 동일하게 크리스 탕가리스와 밥 루딕이 각각 맡았다. 유키오 모리카와는 앤썸이 메이저로 진출할 당시 보컬 오디션을 봤을 때 에이조 사카모토와 마지막까지 경쟁을 펼쳤던 인물로 일본의 ‘그레이엄 보넷(Graham Bonnet)’이라는 닉네임이 붙을 정도로 막강한 음역과 파워를 자랑하는 보컬리스트다. 이러한 그의 가입은 걸출한 보컬리스트 에이조 사카모토 탈퇴 이후 여러모로 느슨하고 불안했던 앤썸의 처지를 전화위복으로 만들기에 충분했다. 타이틀 트랙 ‘Gypsy Ways (Win, Lose Or Draw)’은 유키오 모리카와의 목소리 때문인지 전작까지 들려줬던 맹렬한 스피드/파워메틀 스타일에 레인보우(Rainbow)의 양식미까지 더해진 느낌을 주며, 앤썸의 자랑이라고 할 수 있는 박진감 있는 진행에 어우러진 풍부한 멜로디감은 더욱 빛을 발한다. ‘Love In Vain’과 ‘Cryin' Heart’의 숨 막히는 질주감도 좋지만 결코 속도에 밀려 멜로디를 잃어버리는 법이 없으며, 전반적으로 키보드의 적절한 활용도 눈의 띈다.


5. The Juggler

6. Hunting Time

7. Tears For The Lovers

8. Jail Break(Goin’ For Broke)

[Hunting Time](1989)에 수록된 곡들이다. 전작인 [Gypsy Ways]에서 눈에 띄는 특징 가운데 하나였던 세션 키보드의 효과적인 기용은 이 앨범까지 이어지며 또 하나의 밴드의 사운드메이킹 방법으로 등극한다. 앨범 녹음 중에 유키오 모리카와의 성대에 이상이 생겨 목에 직접 근육주사를 맞기도 하고, 회의도 소리를 내지 않고 필담으로 진행했다는 에피소드가 내려오는 음반이지만, 녹음을 통해 듣는 그의 목소리는 전작보다도 훨씬 힘에 넘친다. 긴장감으로 청자를 몰입시키며 등장하는 타이틀 트랙 ‘Hunting Time’은 물론 완서곡이지만 발라드풍으로 편곡되지 않고 압도적인 힘으로 밀어붙이는 ‘Tears For The Lovers’의 아이디어도 좋다. 밴드 내부적으로는 전작부터 작곡 참여도가 증가한 나오토 시바타와 히로야 후쿠다간의 간극이 점차 벌어지기 시작한다. 일반적으로 앤썸의 3대 명반으로 꼽는 연작 시리즈의 종지부를 찍는 음반이기도 하다. 프로듀서는 역시 크리스 탕가리스.


9. Are You Ready? 

[Hunting Time]을 녹음할 때 수록하지 않았던 일종의 아웃테이크 넘버로, 보컬 녹음이 되지 않았던 곡에 보컬 멜로디와 키보드 더빙을 입혀 완성된 곡이다. 정규앨범에는 수록되지 않았고 1990년에 발표된 베스트 음반에 처음으로 담겼던 트랙.


10. Shadow Walk 

11. Blinded Pain

12. Do You Understand

13. Love On The Edge

[No Smoke Without Fire](1990) 수록곡들이다. 크리스 탕가리스와 결별한 앤썸은 새로운 프로듀서로 비슷한 시기 바우 와우(Vow Wow)의 음반을 프로듀스한 바 있는 토니 태버너(Tony Taverner)를 기용했다. 나오토 시바타와 히로야 후쿠다의 사이는 영국에서 앨범을 녹음하는 동안 더욱 벌어져, 녹음을 마친 히로야 후쿠다는 음반이 발표되기 전 밴드를 탈퇴하고 만다. 하지만 수록된 음원에서 멤버들의 불화는 드러나지 않는다. 성큼 성큼 진행되는 ‘Blind Pain’의 장중하고 도도한 양식미는 이미 일본을 대표하는 메틀밴드의 위치로 등극한 앤썸의 노련함을 대변하며, 전작까지 이어진 소위 3대 명반에 결코 뒤처짐 없는 양질의 곡들이 담겼다. 게스트로 참여한 키보디스트는 돈 에어리(Don Airey). 히로야 후쿠다가 음반의 녹음을 모두 마치고 탈퇴한 뒤 허리 스쿠어리(Hurry Squary) 출신의 기타리스트 히데아키 나카마(中間英明)가 가입했지만, 몇 차례의 공연 후 계약 조건이었던 앤썸의 해외활동이 이어지지 않자 다음 음반을 준비하기 전 다시 탈퇴하고 만다.


14. Venom Strike

15. Renegade

16. Gold & Diamonds

재결성되기 전 앤썸이 발표한 마지막 음반 [Domestic Booty](1992)에 수록되었던 곡들이다. 20세의 젊은 기타리스트 아키오 시미즈(清水昭男)의 등장은 유키오 모리카와의 탈퇴 선언과 함께 밴드의 해산을 생각했던 나오토 시바타의 생각을 “이 기타리스트와 함께 유종의 미를 거두겠다.”고 고쳐먹게 할 정도로 새로운 활력소가 되었다. 전체적인 내용은 전작들에 미치지 못할지도 모르지만, ‘Venom Strike’와 같이 앤썸의 또 다른 명곡이 될 가능성을 담보한 트랙 역시 담겨있다. 아키오 시미즈의 새로운 기타 톤은 앤썸의 기존 사운드를 확실하게 바꿀만한 색깔을 가지고 있었고 테크닉 역시 출중해, 결국 2000년에 재결성되는 앤썸에서도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전작에 이어 돈 에어리가 키보드 세션으로 참여했고 프로듀스는 다시 크리스 탕가리스가 맡았다.


[Ultimate Best Of Nexus Years]란 타이틀로 등장한 앤썸의 해산하기 이전 베스트 음반. 킹 레코드 산하 넥서스 레이블 시절 발표한 궁극의 베스트라는 제목이긴 하지만, 이 음반은 단순히 앤썸의 베스트가 아니다. 앨범의 발표순으로 정열된 수록곡들은 초기 일본 헤비메틀의 역사에 대한 방대한 기록이며, 치열했던 종주국의 메틀 시장을 향해 의욕과 혈기로 도전했던 한 밴드의 비망록이다. 최근 일본을 여행하며 커다란 음반샵에서 앤썸의 신보 홍보 포스터를 보고 마음 한 켠에 가지고 있던 부러웠던 감정은 아마 이러한 밴드들의 꾸준한 활동에 기인한 것이었던 듯하다. 일본 메틀에 관심이 있는 사람, 아니 헤비메틀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구매해야할 ‘베스트’ 음반이다.


글 송명하 (월간 파라노이드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