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영화 ‘싱 스트리트(Sing Street)’는 코너(Conor)라는 한 소년의 성장 드라마라는 생각을 했다. ‘인류보완계획’이라는 거창한 이름을 붙였지만 결국은 ‘신지 보완계획’이었던 14살 신지의 성장 드라마 ‘에반게리온’이나, 기계 몸을 얻기 위한 여정을 그린 로드 무비가 아니고 테츠로(철이)가 어른이 되는 과정을 그린 ‘은하철도 999’처럼. 그렇다면 ‘싱 스트리트’에서 신지와 테츠로가 어른이 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미사토나 메텔의 역할은 누구였을까. 음악적인 부분에서 코너에게 도움을 주긴 했지만, 분명 코너의 형은 아니다. 오히려 그는 자신이 이루지 못했던 젊은 시절의 꿈을 동생 코너를 통해 대리 충족하는 역할이다. 어쩌면 코너를 성장시키는 건 어떤 한 인물이 아니라, 영화 속 빼곡하게 들어찬 음악일 것이다.
픽션이건 그렇지 않건 음악영화는 훈훈한 결말로 막을 내리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 이후를 생각할 땐 어김없이 비참한 현실이 오버랩된다. 국내 영화 가운데 ‘즐거운 인생’의 조개구이집 라이브 이후, 밴드 활화산의 멤버들은 과연 어떻게 됐을까. 또 ‘고고 70’의 밀폐된 클럽 공연을 펼치던 데블스를 향해 최루탄을 쏘며 진압하러 들어가던 전투경찰의 모습을 볼 때 막이 내린 후의 모습은 불을 보듯 뻔 할 것이다. 존 카니의 지난 영화들 역시 마찬가지다. ‘원스’의 마지막 장면, 마르케타 이글로바(Markéta Irglová)의 집에 피아노 한 대가 배달됐어도, ‘비긴 어게인’에서 그레타 제임스(Gretta James)의 온라인 음반 한 장이 유명 가수의 리트윗 한 번으로 큰 관심을 얻었다고 하더라도 주인공들의 앞길이 크게 밝아 보이지는 않는다는 얘기다. 감독은 이 모든 이야기들을 감상자의 몫에 맡기고 황급히 막을 내린다. 말 그대로 그 이후는 우리의 상상력이 만들어낼 부분이다.
‘싱 스트리트’에서 주인공 코너는 전학 간 학교에서 지내는 짧은 시간 동안 친구를 얻었고, 밴드를 얻었으며 새로운 음악과 라피나(Raphina)라는 사랑을 얻었다. 그리고 코너와 라피나는 조그만 모터보트를 타고 비바람이 몰아치는 바다로 나간다. 아일랜드를 떠나 더 큰 세상을 향해 떠나는 것이다. 어쩌면 이러한 마지막 장면 이후 이어질 이야기는 영화의 첫 부분 뉴스에 등장하는 아일랜드를 떠난 젊은이들이 맞았던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린 영화의 막이 내린 후에도 부정적인 생각보다는 훈훈한 마음으로 영화관을 나온다. 마지막 장면 등장인물들의 얼굴에서 희망을 봤기 때문이며, 영화관 전체에 울려 퍼지던 1980년대 음악들에서 우리의 과거 모습을 떠올렸기 때문일 것이다.
존 카니 감독의 전작들처럼, 아니 전작을 넘어설 정도로 적제적소에 배치된 음악은 OST만 듣고 있어도 그 장면이 눈에 그려질 듯 선하다. 그리고 아직 출시되지 않은 블루레이나 DVD를 찾아다니며, 주변 친구들에게 꼭 권할 정도로 놀라운 흡인력과 포용력을 자랑한다. 음악을 좋아한다면 적어도 두 번 이상은 보게 될 ‘청춘의 환영’이며 부끄럽지만 풋풋했던 ‘과거의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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