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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ER'S MUSIC LIFE/EXTERNAL CONTRIBUTIONS

PAIN OF SALVATION [Scarsick]

Pain Of Salvation (2007)

현재의 음악적 코드로 풀어나간 프로그레시브메틀의 새로운 접근
PAIN OF SALVATION [Scarsick]

우리가 일상 생활 가운데 많이 사용하는 “그 사람 머릿속엔 도대체 뭐가 있는지 한 번 들어가 보고 싶다.”라는 이야기가 딱 어울리는 뮤지션 가운데 한사람. 다니엘 길덴로우(Daniel Gildenlow)의 페인 오브 설베이션이 새로운 음반을 발매했다. 다니엘 길덴로우의 페인 오브 설베이션. 다른 멤버들이 조금 서운하게 생각할 지도 모르겠지만, 어차피 페인 오브 설베이션은 다니엘 길덴로우 그 자신이다. 지난 음반을 발표한 이후에 자신의 동생 크리스토페르 길덴로우(Kristoffer Gildenlow)까지 해고한 그는 이번 음반에서 송 라이팅과 보컬, 기타와 베이스를 담당했다. 전작 [Be]가 발매된 지 약 3년 만에 발표되는 음반으로, 다니엘은 이번 음반에 대해서 지난 모든 음반이 지난 음반들을 통해 제시했던 사회 비평의 문제에 대한 응답이라고 이야기한다. 지난 음반 [Be]가 발표될 무렵부터 떠오른 소재들을 틈틈이 적어두었다가 음악으로 만든 것으로, 모든 가사와 곡들은 개별적으로 존재하긴 하지만 결국 ‘Scarsick’이라는 주제 아래서 하나로 합쳐진다.

“[Scarsick]에서 가장 위대한 부분은 내면의 논리를 담고 있다는 점입니다. 예전 페인 오브 설베이션이 발표했던 음반들은 청자들이 임의로 트랙의 순서를 바꿔가면서 감상할 수 있었지만, [Scarsick]는 그렇지 않습니다. 각각의 트랙들은 개별의 강력한 곡으로 존재함과 동시에 순차적인 진행에 의해서 전체를 표현합니다. 호기심을 자아내는 소리의 모험이라고 할 수 있죠.”

이번 음반에서 다니엘 길덴로우는 지난 음반 [Be]의 주된 정서 가운데 하나였던 중세 포크적인 요소와 가스펠의 느낌 대신 강력한 그루브를 선택했다. 랩코어, 어느 부분에서는 이모코어 음악들을 연상시킬 만큼 물결치는 기타 리프의 그루브와 시종 이어지는 랩핑은 이전 음반을 통해 길들여진 팬들에게 있어서도 당혹감을 줄만큼 음반 전체의 분위기를 압도한다. 그리고 소위 ‘순대대’리듬으로 불리는 디스코 넘버인 ‘Disco Queen’은 글의 첫머리에 이야기했듯이 정말 이 친구의 머릿속에는 과연 무엇이 들어있을까 하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 만든다. 과거 존 트라블타가 흰색 바지와 ‘빽구두’를 신고 플로어를 누비던 그 음악이 과연 스웨덴을 대표하는 프로그레시브메틀 밴드인 페인 오브 설베이션의 음반에 들어가리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말이다. 물론, 이 곡은 그 느낌이 그럴 뿐이지 그 진행이나 주제는 우리 머릿속에 그리고 있는 디스코와 많은 차이가 있다. 오히려 그 저음의 보컬과 어우러지는 신세사이저 연주는 뉴웨이브에 영향 받은 뉴웨이브 고딕 음악의 일부분을 차용했다는 생각이다.

“이 곡은 [The Perfect Element Part I]에 수록된 ‘In The Fresh’나 ‘Ashes’와 같은 곡들이 가지고 있던 학대나 매춘에 대한 생각의 연장입니다. 육체적인 학대가 아니라 영혼의 타락에 대해서 다룬다는 차이는 있지만 말이죠. ‘America’와 함께 이번 음반에서 가장 독특한 트랙입니다.”

다시 생각해 본다면, 음악적인 면으로 따져볼 때 페인 오브 설베이션의 신보는 현재 가장 관심을 모으고 있는 이모코어와 뉴웨이브 음악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라고도 볼 수 있다. 프로그레시브메틀이라면 우선 심포닉한 사운드를 가지고 있어야하고, 기승전결이 뚜렷해야 하며 뚜렷한 멜로디라인을 가지고 있지만, 변화무쌍한 박자의 전개를 동반해야한다는 생각. 애초부터 [Scarsick]을 감상하기 전 버리고 들어가자. 결국 이러한 부분들 때문에 현재 이들의 신보에 대한 인터넷상의 반응은 극과 극을 달리고 있지만, 결국 무조건 드림 씨어터를 흉내내는 것만이 프로그레시브메틀의 정의임은 아니라는 확실한 명제 아래서 페인 오브 설베이션은 그 진보라는 단어가 포함된 프로그레시브메틀이라는 장르 이름에 가장 부합하는 밴드임을 이번 음반을 통해 증명해 보인 셈이다. (월간 핫뮤직 2007년 3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