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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ER'S PRIVATE 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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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호 편집후기 가운데서... 시애틀에 사는 희가 잠시 귀국한 틈을 타서 극적인(?) 상봉을 했다. 만나서 곰곰이 따져보니, 근 20년이 된 것 같다. 짧은 시간이지만, 마치 20년이라는 시간의 간극은 존재하지 않았던 듯 풀어놓던 이야기 보따리는 이내 우릴 풋풋한 대학시절로 옮겨놓았다. 계속해서 나누던 즐거운 이야기들로 우리 테이블에선 웃음소리가 끊어지질 않았지만, 이상하게도 눈꺼풀은 뜨거워지고 가슴은 답답해왔다. 희는 귀국하며 손목시계 한 개를 선물로 사 가지고 왔다. 노티카에서 나온 크로노스 시계. 뜻하지 않은 선물은 코너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난 전혀 준비한 것이 없었는데... 게다가 희가 건네준 시계는 내 주변의 사람들이라면 내가 직접 샀다고 해도 그대로 믿을 만큼 내가 좋아하는 색깔과 모양이다. 시간을 볼 때마다 짧은 해후가..
‘2’에 관한 몇 가지 에피소드 “두시 어떠세요?” 인터뷰를 하다보면 언제나 시간약속을 하게 마련이다. 개인적으로 약속을 하는 시간은 늘 오후 두시다. 물론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는 아니고 일종의 습관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러한 습관이 시작된 것은 고등학교시절부터다. 정숙이라는 친구를 알게 되어 처음으로 약속시간을 잡게 되었는데, 도무지 시간약속을 몇 시에 해야할지 감이 오질 않았다. 마침 작은형에게 물어보니 두시가 적당하다고 했다. 점심시간이 지난 이후의 시간이니, 점심값을 걱정할 필요도 없고, 낮 시간이니 만나자마자 다른 곳으로 이동할 필요도 없이 경제적인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절호의 시간이라는 설명이었다. 이후로는 정숙이를 만날 때는 물론이고, 나의 낮 시간 약속은 무조건 두시로 굳어졌다. 또, 그 친구를 만나며 처음 드나들게 된..
제자리에 있다는 것... 어렸을 때 부터 우린, 부모님들께나 또 다른 어른들 한테서 제자리에 놓지 않은 물건들에 대해서 꾸중을 듣기 십상이었다. 제자리에 있다는 것... 그건 정말 중요한 일 같다. 어쩌다 마음먹고 들어 보려던 음반 한장도 제자리에 꽂혀있지 않으면, 제대로 듣지 못하고 마음속으로만 음악을 듣게 된다. 오늘은... 새장 속에 새가 없다. 아침에 운동 시키려 밖에 꺼내 놓은 새가, 전화벨 소리에 놀라서, 날아올라 베란다와 거실 사이의 유리창에 자기 몸과 꼭 같은 자국을 선명하게 남기고, 거실 바닥으로 떨어져 옴싹달싹 못하고 엎어져 있었다. 엄마는 새를 두손으로 감싸안고, 새가 죽은거 같다며 화장실에 있던 나를 재촉 했다. 울지도 못하고, 평소처럼 손가락을 가져다 대도 장난을 치지도 못하고, 날개를 퍼득이지도 못하고,..
AT.. OK.. ATDT... 요즈음 그냥 컴퓨터만 켜면, 넓은 인터넷의 세상으로 연결이 되는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 얘기지만... 예전 하이텔이나, 천리안 시절부터 통신을 해 왔던 사람들에겐 친근한 명령어가 바로 제목의 그 명령어일것이다. 집에 오면 컴퓨터를 켜고 '이야기'를 실행시킨 창에서 두드리던 자판들... 밤을 세워가며 하던 채팅에 가끔씩 알 수 없는 문자들이 뜨며 마지막에 씌여지는 'no carrier'라는 단어.. 두어달 정도 전화요금이 밀리면 2~30만원씩을 고스란히 전화국과 통신회사에 갖다 바쳐야 하거나, 전화요금을 아끼기 위해 야간 정액제를 신청해서 밤이 되기만을 기다리던, 어떻게 몇시간씩이나 통화중이냐며 꾸중을 하시던 부모님때문에 신청했던 '통대'신청, 전화가 걸려오면 어김없이 통신이 끊어져 답답했던 그때들... 어..
로보트태권V 나와 같은 세대를 살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언젠가 한번쯤은 가슴속에 품어봤을 법한 케릭터 이다. 특히 로보트를 좋아하던 무렵인 국민학교때 등장한 로보트태권브이 첫번째 편은 극장에서만 세번을 봤다. 물론 한 자리에 앉아서 세번 본게 아니고, 개봉관에서는 물론이고, 2류 3류극장에서 다시 보여줄때 모두 빠지지 않고 가서 보았던 만화영화이다. 극장에서 영화를 본 다음에는 만화방에 김형배와 차성진이 그린 만화책 로보트태권브이가 등장 했다. 국민학교 시절엔... 지금 주위에 음악을 듣는 동료들이 많이 있듯이, 만화를 보고 함께 만화를 그리던 친구들이 많이 있었다. 공책의 앞면과 뒷면, 교과서의 빈 곳들을 모두 모두 빼곡한 태권브이의 그림으로 새카맣게 칠하던 시절... 학교가 파한 후에는 친구들중 어느 한명의 집..
왜, coner인가? 1993년 부터니까... 통신을 시작 한지도 10년이 다 되어 가는것 같다. 천리안에 처음 아이디를 만들면서 시작한 통신생활은 이젠 생활의 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뗄 수 없는 그런 생활이 되어간다. 아이디를 만들때... 컴퓨터를 새로 사고, 2400모뎀을 끼우고... 데이콤에 전화를 해서 아이디를 만들었다. 우선은 좋아하는 그룹들 이름을 하나씩 불러서 아이디가 있는지 확인을 했다. klaatu, kayak, camel, yes, beatles.... 하나로 된 단어들 중에.. 역시 남아있는 아이디는 없었다. 다음은 노래 제목들... 지금은 고인이 된 Cozy Powell의 솔로 음반에 수록 되었고, 후에 Gary Moore에 의해서 리메이크 되었던.. Loner. 마침 쓰고 있는 사람이 없다고 했다....
토토로에 대한 기억 몇자락 오늘.. 지나가다 우연히 보게 된 포스터 한장. "이웃의 토토로" 잠시 포스터를 보면서 떠오른 몇가지 기억들이다. 천안 에니메이션 영화제 gun9412가 보내준 초대권으로 가게 되었다. 대학시절... 10년이 다 되어가는 것 같다. 써클의 몇몇 후배들과 천안엘 가서 일본의 에니메이션 포스터들의 포스터도 보고 (그때 본 천공의 성 라퓨타와,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포스터가 인상적이었다.) 중국의 에니메이션도 보고... 이웃의 토토로도 거기서 처음 보게 되었다. 열악한 환경으로 (요즈음 하는 영화제와는 확연히 다르다. 우리가 본 영화제는 동호회 수준의 영화제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보았기 때문에 자막도 잘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하지만, 수채화 같은 배경에 너무도 예쁜 화면들은 일본어를 알아듣지 못하더라도, 마..
영화 첫사랑 시사회에 다녀와서.. 영화가... 참 예쁘다... 전체적인 색깔도 그렇고, 입가에 미소를 띠게 만드는 이곳 저곳의 느낌들도 너무 좋다. 방송아카데미 수강 시절에, 서남준 선생님께서.. 무겁지 않은 주제로, 이야기 하듯이 쉽게 풀어가는 이런 일본의 영화들에 대해서 우리 영화는 한수 배워야 한다고 하셨던 말씀이 생각 났다. 어떻게 보면 영화의 마무리는 슬픈 앤딩이 드리우고 있다. 하지만, 영화가 끝난 다음에도 맘 한구석 슬픔이 느껴지진 않는다. 오히려 오랜동안 지니고 있었던 훈훈한 감정을 꼭 감싸안는 느낌이다. 물론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음악의 역량도 무시할 수 없다. 조 히사이시의 음악은 언제 들어도 그 영화가 이야기 해 주려고 하는 내용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느낌이다. 오랜만에 본 영화. 하지만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