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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ER'S MUSIC LIFE/EXTERNAL CONTRIBUTIONS

유복성과 신호등, 라틴 퍼커션과 재즈의 신명나는 어울림 한마당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퍼커셔니스트로 손꼽히는 유복성은 1941년에 태어나 1958년 미8군 쇼에 입단한 이래, 1960년대 이봉조 악단과 길옥윤과 재즈 올 스타즈를 거쳐 1970년대 초반 정성조의 재즈 매신저스에서 활동했다. 이후 그가 결성한 라틴 코리아나(Latin Koreana)는 1972년 데뷔앨범을 발표했는데, 이 음반은 1978년 발매된 두번째 음반이다. 초기에는 강병철이 기타를 담당하기도 했지만, 장세용과 함께 머슴아들(나미의 백밴드와는 동명이그룹)을 결성하며 탈퇴하여 이 앨범에는 참여하고 있지 않다. 하지만 이 세 명의 커넥션은 장세용이 기획한 대부분의 음반에 유복성이 세션을 담당할 정도로 돈독한 것이었다. 음반의 표지에 트리오의 이름이 ‘라틴 코리아나’와 ‘신호등’으로 병기된 이유는 당시 국내 밴드들에게 내려진 한글 이름 사용에 대한 ‘권고’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음반은 LP의 앞면과 뒷면이 각각 ‘유복성 & 라틴 코리아나 노래’와 ‘유복성 & 봉고 오케스트라 연주’로 구분되어 표기되었다. 앞면에는 노래가 들어간 라틴 스타일의 음악이고, 뒷면은 보컬이 빠진 연주 위주로 구성되었다는 얘기다. 하지만 음반의 크레디트에서도 볼 수 있듯이 앞면에도 대규모의 혼 섹션이 가세하여 3인조의 밴드와 호흡을 맞추며 A, B면 모두 특별히 섹션을 나누지 않아도 무방할 정도로 큰 차이를 보이진 않는다. 몇몇곡을 제외한다면 음악을 들으면서 연상되는 장면은 자켓에 등장하는 사진처럼 ‘솜브레로(Sonbrero)’를 쓰고 연주하는 남미 뮤지션들의 모습이며, 브라스파트의 연주 역시 빅밴드 스타일이 아니고 ‘마리아치(Mariachi)’ 스타일이다. 


<혼자 걷는 명동길>은 연주자 유복성이 아니라 작곡자 유복성의 대표곡이다. 원래는 가요제에 출품하기 위해 작곡한 곡이었지만 성사되진 않았고, 이용복이 옴니버스 앨범 「젊은이의 광장 제1집」(지구, JLS 1201022, 1975)에 먼저 발표했다. 이용복의 버전이 선이 굵은 일렉트릭 기타의 리프가 주도하는 3인조 밴드 편성의 본격 하드록 버전인 반면, 원작자 유복성의 버전은 자신의 갖가지 퍼커션들을 전면에 내세운 본격 라틴록 버전이다. 한국에도 예전에 조커스(Jockers: 신중현의 밴드와는 동명이그룹)이 라틴록을 연주했었고, 중창단 가운데는 블루 벨스(Blue Bells)에서 세샘 트리오, 닐리리(Trio Romantica)로 이어지는 계보가 존재하긴 했지만, 유복성과 신호등의 연주는 이들에 비해 훨씬 남성적이고 강렬하다. 물론 앞서 열거했던 감미로운 스타일 역시 <자마이카여 안녕 (Jamaica Farewell)>을 통해 감상이 가능하다.




앞서 남성적이고 강렬하다고 표현한 이유는 이들 역시 록의 영향권, 좀 더 정확하게 얘기하자면 산타나(Santana)의 직접적인 영향 아래에 있다는 점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산타나의 곡에 직접적인 접근을 시도한 <멋쟁이 (Oye Como Va)>, <마술사 여인 (Black Magic Woman)>에서 이러한 영향력은 어렵지 않게 감지된다. 물론 일렉트릭 기타 대신 정성조가 리드하는 브라스파트가 전면에 배치되며 보다 재즈로 접근한다는 차이가 있다. 이러한 재즈적인 성향은 스윙감 넘치는 마지막 트랙 <재즈의 혼이여 내게로 (Come on Jazz Soul)>에서 확실하게 구체화되며 향후 유복성의 진로를 규정짓게 된다.


이 음반이 가지는 의미는 이렇듯 우리 가요의 진행방향과는 무관하게 독자적인 노선을 택했던 사생아와 같은 음반이었으며, 연주자 유복성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몇 되지 않는 음반 가운데 한 장이란 점에서도 찾을 수 있다. 유복성은 이후 자신의 이름을 앞세운 활동보다는 여러 뮤지션들의 세션활동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며 독보적인 자신의 음악성을 공유했다. 또 2000년대가 넘어서는 한국 재즈 초창기의 연주인들과 함께 한국 재즈 1세대라는 이름으로 현역에서 연주활동을 벌이며 식지 않는 음악적 열정을 불사르고 있다. 비록 그의 이름이 전면에 등장하지는 않을 지라도 이러한 그의 활동이 다른 뮤지션들에게 귀감이 되리라는 것은 자명한 사실일 것이다.


유복성과 신호등

혼자 걷는 명동길 / 설마 (국제기획 / 힛트, HLM027, 1978)


Side A - 유복성 & 라틴 코리아나 노래

1. 혼자 걷는 명동길

2. 설마

3. 파란 행복

4. 기분이 좋아요 (Tequila)

5. 손뼉치며 노래하세 (La Bamba)

6. 그 아가씨 (Quien Sera)

7. 자마이카여 안녕 (Jamaica Farewell)


Side B - 유복성 & 봉고 오케스트라 연주

1. 멋쟁이 (Oye Como Va)

2. 눈이 내리네 (Tombe La Neige)

3. 마술사 여인 (Black Magic Woman)

4. 권투선수 (Rocky 영화 주제곡)

5. 햇빛 (Nasqunada)

6. 재즈의 혼이여 내게로 (Come on Jazz Soul) 


글 송명하 (20120422)


* 월간 핫트랙스 매거진(http://info.hottracks.co.kr/company/main)에 기고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