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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ER'S MUSIC LIFE/LINER NOTES (OVERSEAS)

Nightwish, 새로운 보컬과 함께 제작된 서정적이며 웅장한 나이트위시 사운드의 집약



국내에는 하워드 블레이크(Howard Blake)의 애니메이션 '스노우맨(The Snowman)'의 주제가를 리메이크한 'Walking In The Air'를 통해 알려지기 시작한 나이트위시지만, 1997년 데뷔앨범 [Angels Fall First]을 발표하고 10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는 동안 이들은 여성 보컬리스트를 앞세운 메틀음악을 대표하는 밴드로 확고한 자신의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그러한 배경 안에는 분명 타르야(Tarja Turunen)이라는 걸출한 보컬리스트가 있었다. 자칫 평이하게 흐르는 몰개성의 멜로딕메틀이 될 수도 있었을 법한 밴드의 사운드에 오페라에서 차용한 클래시컬한 감성을 불어넣어 준 인물이 바로 그녀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2005년 말, 표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던 밴드의 내부 갈등이 인터넷에 공개된 편지를 통해 타르야의 해고로 이어지고, 나이트위시는 데뷔이래 가장 커다란 위기를 맞는 것으로 보였다. 특히 'Nemo'의 스매시 히트와 함께 밴드가 가장 커다란 위치로 도약할 수 있는 교두보를 눈앞에 두고 선택한 이러한 극약처방은 그때까지 묻어뒀던 타르야와 나머지 멤버간 갈등의 골이 얼마나 컸는지를 그대로 보여주는 행동이었다.

어쨌거나 일단 4명의 나머지 멤버만으로 활동을 계속하기로 한 나이트위시는 2006년, 6곡의 트랙에 보컬파트를 제외한 밴드의 연주와 오케스트라, 코러스파트를 에비로드 스튜디오에서 녹음하는 한편 3월 17일 나이트위시의 새로운 보컬이 되고자 하는 사람은 자신들에게 데모 테이프를 보내라는 메시지를 남기며 그 전까지 인터넷을 통해 돌고있는 새로운 보컬리스트에 대한 이야기는 모두 소문일 뿐이라는 이야기를 덧붙였다. 그리고 올해 1월 15일까지 도착한 2000개가 넘는 데모테이프들 가운데 새로운 나이트위시의 프론트우먼 자리는 35살의 스웨덴 보컬리스트 아네트(Anette Olzon)에게로 돌아갔다. [Century Child]에 수록된 'Ever Dream'이 담긴 그녀의 데모테이프가 밴드의 멤버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기 때문이다. 키보드를 담당한 밴드의 리더 투오마스(Tuomas Holopainen)는 "자연히 우리는 새로운 보컬리스트가 우리가 과거에 발표했던 곡을 좋아한다는 점에 끌렸다. 새로운 앨범에는 물론 새로운 곡들이 들어가겠지만, 우린 공연에서 'Nemo' 혹은 'Wishmaster'나 'Sleeping Sun'와 같이 이전 음반 수록곡들을 연주할 것이다. 아네트가 언제나 타르야와 비교되겠지만 나는 그녀가 잘 해줄 것이라 확신한다."라는 이야기를 남긴 바 있다. 이렇듯 한 밴드의 보컬리스트 자리를 놓고 수많은 경쟁자들이 모였다는 점, 또 소문에 불과한 것으로 판명되었지만 리브즈 아이즈(Leaves' Eyes)의 리브 크리스틴(Liv Kristine), 스트림 오브 패션(Stream Of Passion)의 마르셀라 보비오(Marcela Bovio), 전 트리스타니아(Tristania)의 비베케 스테네(Vibeke Stene)에서 사라 브라이트만(Sarah Brightman)까지 한결같이 뚜렷한 개성을 가진 걸출한 여성 보컬리스트들의 이름이 거론되었다는 것은 나이트위시의 새로운 보컬 자리에 대한 팬들의 기대가 어떤 것이었는지를 보여주는 가까운 예들이다.

이렇듯 어느덧 일거수 일투족이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는 이상, 2만에 공개되는 새로운 앨범 [Dark Passion Play]에 대한 밴드의 부담감이 컸으리라는 점은 어쩌면 당연한 사실일 것이다. 그러한 사실을 증명하듯 런던 세션 오케스트라와 메트로 보이시스의 코러스가 가세하고 특별히 아이리시 민속악기 파트에 세션 연주자들이 배치되며 핀란드 음반가운데에서는 그 유례가 없는 50만 유로라는 제작비를 음반과 뮤직비디오 제작에 쏟아 부은 음반. 자국인 핀란드에서는 발매와 동시에 40,000장의 판매고를 기록하며 가뿐히 플래티넘을 기록했다.

음반의 오프닝에 포진된 곡은 14분에 육박하는 대곡 'The Poet And The Pendulum'이다. 아네트와 함께 하는 새로운 나이트위시의 시대를 선포하는 장쾌한 곡으로, 이처럼 대곡 스타일의 곡을 첫 번째에 배치한 의도는 바로 타르야가 빠졌음에도 밴드에게는 아무런 변화가 없으며, 오히려 더욱 다양한 음악과 강력한 임펙트를 남길 수 있음을 조금이라도 빨리 세상에 선포하려는 자신감으로 보인다. 또 보컬파트의 역할 분담이 이전에 비해 더욱 두드러져 마르코(Marco Hietala)와 투오마스의 보컬 비중이 상대적으로 수직 상승했다는 점 역시 음반 전체의 커다란 특징이다. 특히 'Bye Bye Beautiful'은 타르야의 해고에 대한 내용을 뉴메틀 스타일의 리프에 실어 표현한 곡으로 후반부 보컬파트를 장악하는 투오마스의 거친 샤우팅은 그의 심경을 대변하는 듯 들린다. 성악에 기본을 둔 벨칸토 창법을 구사하는 타르야와는 달리 주로 진성으로 노래하며 가성을 사용할 때는 마치 보이 소프라노와 같은 음색을 가진 아네트의 목소리는 가입한 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앞서 이야기한 것과 같이 나이트위시의 음악적 스펙트럼을 넓히는 데 일등공신을 담당하고 있다. 이는 앞서 타르야 시절에 발표되었던 발라드 넘버들과 이미 싱글을 통해 그 가능성을 확인했던 처연한 아름다움을 가진 'Eva'를 비교해 듣거나, 지난 음반의 'Nemo'를 연상시키는 'Amaranth'를 들으면 더욱 확실해진다. 'Nemo'를 통해 다소 팝적인 접근을 시도했던 밴드의 의도를 표현하는 데에는 약간 안개에 둘러싸인 타르야의 목소리보다는 콘트라스트가 분명한 아네트의 목소리가 더욱 잘 어울렸던 것이다. 그렇다고 전반적인 밴드의 사운드가 가벼워졌다는 이야기는 물론 아니다. 'Master Passion Greed', 'Sahara'에서 들을 수 있는 저돌적인 돌진과 오케스트레이션, 코러스를 십분 활용한 압도적인 무게는 나이트위시라는 밴드의 중심이 어디에 있는지를 분명히 각인시키고 남음이 있다. 특히 'Sahara'의 주술적이고 토속적인 어프로치를 연주곡 'Last Of The Wilds'와 'The Islander'에서 아이리시나 중세 포크 스타일로 발전시키는 점에도 주목할 만 하다. 'The Islander'는 별다른 설명 없이 듣는다면 제쓰로 툴(Jethro Tull)의 미발표곡 중 하나로 느껴질 정도다. 앞서 설명한 모든 설명들을 모두 한 곳에 집약시킨 듯한 또 하나의 대표곡 '7 Days To The Wolves'에 이어 종교적인 숙연함이 느껴지는 'Meadows Of Heaven'으로 75분이 넘는 러닝타임은 모두 마무리된다.

사실 나이트위시의 이름을 기억하고, 그들의 곡 가운데 한 곡이라도 좋아하는 곡이 있는 사람이라면 타르야의 부재가 무척 아쉽게 느껴질 것이다. 하지만 밴드는 프론트 우먼의 교체라는 초강수를 두며 새로운 나이트위시를 출범시켰고, 그 결과물은 수록된 모든 트랙이 베스트라고 할 정도로 충분히 만족스럽다. 이는 어쩌면 타르야가 밴드의 보컬리스트였을 지언정 분명 나이트위시의 모든 것이 아니었음을 보여주려는 멤버 모두의 오기와도 같은 노력에 의한 결과일 것이다. 좋지 않은 일로 그 사이가 벌어졌을지언정 지난 해 말 크리스마스 앨범을 발표하며 먼저 행동을 취한 타르야와 데뷔앨범 발표 후 10년 만에 새로운 모험을 감행하는 나이트위시의 멋진 선의의 경쟁을 기대해본다. (20071004)

글 송명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