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선은 자신의 솔로활동 외에도 해바라기, 풍선, 신촌블루스에서 활동했다. 포크와 블루스를 오가는 그의 솔로활동과 밴드활동을 연관 지어 살펴보면 더욱 이정선의 음악세계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듯하다. 이정선 디스코그래피 그 마지막 시간으로, 이정선이 주도적으로 참여한 밴드들의 음반들이다.
신촌블루스
그대 없는 거리 / 아쉬움 (1988)
신촌 블루스
신촌 Blues II (1989)
신촌 블루스 최고의 명반으로 꼽을만한 음반이다. 이전 음반에서 최고의 히트곡을 만들었던 정서용은 김창완의 ‘황혼’과 ‘빗속에 서있는 여자’에 참여했다. ‘빗속에 서있는 여자’는 명혜원의 두 번째 음반에 수록되었고, 한영애도 즐겨 불렀지만, 정서용의 버전은 끈끈한 블루스 특유의 매력이라기 보다는 다소 몽롱하고 환상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다. 두 번째 음반의 분위기를 쇄신한 인물은 역시 김현식이다. 1집에 한영애의 버전으로 수록되었던 엄인호의 스타일로 다시 편곡한 ‘바람인가 / 빗속에서’ 접속곡은 아무렇게나 내뱉는 것처럼 부르는 것 같지만, 김현식이라는 뮤지션의 무게가 얼마나 큰지를 보여주는 곡이고, 이전 여러 버전으로 소개되었던 ‘골목길’은 그가 없었으면 불가능했을 신촌 블루스 최고의 명곡가운데 하나다. 물론, 한 사람의 재능이 명곡을 만든 것 아니라는 점은 또 하나의 명곡 ‘루씰’을 들으면 분명해 진다. 절묘한 혼 섹션과 코러스라인의 조화는 국내 대중음악의 진일보를 말해주는 쾌거라고 할 수 있다. 슬로우 템포의 완만한 진행이 블루스의 정의가 아님을 보여주는 ‘산 위에 올라’, 복고풍의 소울 넘버로 거듭난 ‘환상’ 등, 어느 한 곡 소홀히 할 수 없는 수작 음반이다.
풍선
너무나 속상해 / 불새야 동산으로 (1979)
부산에서 상경한 엄인호가 처음으로 레코딩에 참여한 음반이다. 원래는 엄인호와 이광조의 듀엣으로 이루어졌지만, 제작자의 의도가 반영되어서 편곡과 어레인지를 맡고 있던 이정선까지 3인조의 형태를 띠게 되었다. 포크의 성향이 진하지만, 대다수의 곡들이 텐션이 강한 코드로 이루어져, 기존에 발표되었던 포크 넘버들과는 많은 차이가 있다. 이후 신촌 블루스의 음반에 ‘기적소리’라는 제목으로 불려진 곡의 원곡 ‘너무나 속상해’를 비롯해서 초기 엄인호의 음악세계를 엿볼 수 있는 음반이다. 이후 그의 작품들에서는 보기 어려운 전통 음악 스타일의 ‘엿장수’는 독특한 트랙. ‘여름’이 수록되어 있긴 하지만, 풍선들이 부른 것이 아니고 예전 해바라기의 녹음으로 보인다. 이들의 온전한 곡들 보다는 오히려 대학가요제에서 발표되었던 ‘젊은 연인들’이 관심을 모은 바 있다.
해바라기
해바라기 노래모음 제1집 (1977)
해바라기
해바라기 2집 (1979)
해바라기
해바라기 (1986)
미국에 거주하다가 일시적으로 귀국한 김영미와 함께 일시 재결성한 해바라기의 음반이다. 수록곡은 신곡보다 기존에 발표했던 두 장의 음반에서 선곡된 곡으로 이루어졌으며, 물론 모든 트랙은 새롭게 녹음된 트랙들이다. 당시 김영미를 제외한 이정선, 이광조 그리고 한영애 모두 솔로로 어느 정도의 지명도를 가지고 있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일종의 슈퍼 프로젝트라고도 할 수 있는 재결합이라고 하겠다. 1집에 참여했던 이주호는 유익종과 함께 듀오 해바라기를 결성해 인기의 상종가를 유지하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두 해바라기간의 대결 역시 흥미로운 구경거리였다. 기존 두 장의 음반에 수록되지 않았던 ‘지금은 헤어져도’가 머릿곡으로 실리며 많은 사랑을 받았는데, 이정선 작곡이긴 하지만 이주호의 해바라기가 먼저 취입한 바 있다. 대부분의 곡이 처음 수록될 당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편곡으로 이루어졌지만, 보다 많은 악기가 사용되며 소박한 느낌은 거세된 반면 빅밴드 스타일의 재즈 넘버들이 떠오르기도 한다.
글 송명하 (20111214)
* 밀러 공식 블로그(http://blog.naver.com/blogmiller)에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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