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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ER'S MUSIC LIFE/EXTERNAL CONTRIBUTIONS

목소리의 질감을 강조한 두 번째 음반, 넌 나의 바다 / 강허달림


01. 한번쯤은 좀 어때
02. 죽도록 사랑해도 괜찮아
03. 사랑이란
04. 꼭 안아주세요
05. 작은 새 한마리
06. 아무도 모르고
07. 넌 나의 바다
08. 다시 사랑하는 사람
09. 소리쳐
10. 멈춰버린 세상
11. 그리되기를

2011 / 런뮤직

본인도 참 답답할 것 같다. 그 시작부터 따라 붙기 시작한 ‘블루스 싱어’, 또 활동과 함께 계속해서 그녀의 언저리를 떠돌고 있는 ‘인권가수’라는 호칭. 물론 강허달림이 블루스 싱어나 인권가수가 아니란 얘기가 아니다. 하지만 그 두 단어로 강허달림의 음악을 온전히 표현하는 데에는 분명 무리가 따른다. 아니 그녀의 음악을 들을 땐 그러한 선입견들을 잠시 접어두는 편이 더 낫다. 음반 발매 이전 해 왔던 저스트 블루스에서의 공연, 또 신촌 블루스에 뒤늦게 합류해 벌였던 활동들이 지금 강허달림의 음악에 기본 골격이 되고 있다는 점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또 데뷔앨범 발표 이후 해 왔던 여러 인권관련 행사에 참여하며 스스로의 팬베이스를 넓혀갔다는 점 역시 사실이다. 하지만 2005년 발표했던 EP 「독백」에서 2008년 발표한 데뷔앨범「기다림, 설레임」, 그리고 이번에 발매된 「넌 나의 바다」에 이르기까지 음반 수록곡에서 온전한 정통 블루스 넘버는 찾아보기 어렵다. 가사 역시도 중의를 함축하고 있는 경우가 많아 듣는 입장에 따라 다른 해석이 가능하다. 블루스나 인권, 모두 그녀 음악에 녹아든 일부분일 뿐 전부가 아니기 때문이다.

데뷔앨범 발표 이후 3년 6개월 만에 공개된 정식 두 번째 음반 「넌 나의 바다」는 앞서 이야기한 고정된 선입견들을 탈피하려는 강허달림의 의도가 심화된 음반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의도를 구체화 하는데 있어서 가장 먼저 선택한 방법은 목소리의 강조다. 어느 정도 목소리와 대등한 위치를 이루던 전작의 악기파트는 한걸음 쯤 뒤로 물러났다. 또 악기의 솔로나 독자적인 진행은 애당초 철저하게 배제되었고 그 사운드가 만들어내는 레이어도 무척 얇다. 이는 밴드 편성의 곡이나 어쿠스틱 세트로 이루어진 곡은 물론 피아노, 첼로와 바이올린으로 이뤄진 소규모 실내악 편성의 곡들 모두에 동일하게 적용되는 이번 음반의 전체적인 특징이다. 덕분에 버석 버석한 모래 바람이 날리는 듯 거친 목소리의 질감은 청자와의 거리를 더욱 좁혔으며, 가사는 명료하게 전달된다. EP 이후에 무뎌진 듯 했던 날은 다시 어느 정도 날카롭게 세워졌고, 덕분에 한층 ‘날것’의 느낌은 살아났다. 

이러한 느낌으로 강허달림은 진득한 정통 블루스를 재현하기보다 <한번쯤은 좀 어때>와 같은 레게넘버나 <꼭 안아주세요>의 셔플을 통해 자신의 음악적 뿌리로 우회 접근을 시도한다. 그런가 하면 마지막 트랙 <그리되기를>에서는 타령과 블루스를 한데 뒤섞으며 새로운 방향을 모색한다. 빈티지한 피아노 사운드와 처연한 남성 코러스가 종교적인 분위기를 유도하는 강허달림식 고해성사 <사랑이란>은 처연한 듯 애처롭고, 게스트로 참여한 이정선의 하모니카 연주가 마치 멀리 보이는 수평선을 연상시키는 <넌 나의 바다>는 덤덤해서 안타깝다. 데뷔앨범과는 또 다른 느낌의 두 번째 음반. 분명 처음부터 끝까지 결코 생활의 BGM처럼 가볍게 흘려들을 만큼 녹록한 음반이 아니다. 이번 음반을 통해 강조하려 애썼던 목소리는 그 갈라진 틈서리만큼이나 깊숙한 골짜기의 바닥부터 끌어올려진 나지막한 절규이며 묵직한 읊조림이기 때문이다. 

되도록 번들 이어폰이나 조그만 PC 스피커에서 나오는 얕은 진동 몇 번으로 섣불리 한 장의 음반을 평가 하는 우를 범하지 말고, 제대로 된 스피커를 통해 세 번만 진득하게 감상하길 권한다. 딱 세 번이면 족하다. 그 이후에는 누가 더 들으라고 하지 않더라도 섣불리 빠져나올 수 없는 그녀의 매력에 사로잡혀, 계속해서 음반을 무한 반복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글 송명하 (20120126) 

* 월간 핫트랙스 매거진(http://info.hottracks.co.kr/company/main)에 기고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