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매닝(John Manning)은 미국출신의 싱어송라이터다. 당시 미국의 우드스탁 지방에서 성했던 루츠 음악씬에서 이름을 날리던 백업 밴드 바자(Bazaar)와 함께 1971년에 한 장의 음반을 남겼고, 신인임에도 불구하고 이 앨범에도 수록되었던 두 곡으로 데니스 호퍼(Dennis Hooper) 주연의 자전적 다큐멘터리 ‘아메리칸 드리머(The American Dreamer)’에 참여했다. 하지만 블랙 오크 아칸사스(Black Oak Arkansas)나 딥 퍼플(Deep Purple) 등의 밴드의 오프닝 액트에 몇 차례 참여한 이후 음악계에서 자취를 감췄다. 이 정도가 그에 대해 알려진 정보의 거의 대부분이다. 하지만 이 음반은 인터넷 경매 사이트에서 언제나 어느 정도 이상의 가격을 형성하고 있으며, 아직도 음반을 찾는 사람이 줄을 잇는다. 2002년에 일본에서 처음으로 CD가 발매되기도 했지만, 이 역시도 구하는 일이 그리 녹록치 않다. 물론 희귀하다는 이유만으로 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르는 경우도 많지만, 이 경우는 그렇지 않다. 그 안에 담긴 내용물에 대한 가치가 그대로 가격에 반영되었기 때문이다. 내용물이란 바로 음악을 이야기한다.
1971년 발매, 미국의 싱어송라이터. 이 정도의 정보를 가지고 머릿속에 떠올릴 수 있는 음악은 아마도 ‘어쿠스틱 사운드’와 ‘컨트리풍의 포크’ 정도가 될 것이다. 물론 존 매닝의 음악은 이 모두를 간직한 음악이다. 시종 그 스스로 연주하는 12현 기타가 주는 부드러움과 강렬함의 조화가 음반의 분위기를 이끈다. 하지만 여기에 양념처럼, 아니 음악에 핵심 요소로 피아노, 현악, 그리고 목관악기를 적절히 안배하며 실내악의 단아함을 표현한다. 또 오르간과 함께 배치되어 부지런히 지판을 누비는 베이스기타와 드럼의 밴드 편성은 수록곡들에 블루스의 끈끈함과 락킹한 차별성을 부여한다. 이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악기들과 장르들은 존 매닝의 목소리 안에서 어울리는 하나가 된다. 존 매닝의 목소리는 미국 컨트리 특유의 소위 “뼈가 없는 목소리”처럼 장르에 익숙하지 않는 청자들에게 이물감을 주지 않고, 부드러운 감성으로 넓은 공감대를 이룬다.
이 음반의 프로듀스를 맡은 인물은 닉 베넷(Nick Venet)이다. 캐피톨 레이블의 A&R을 담당하며 비치 보이스(The Beach Boys)와 계약을 맺고 초기 그들의 음반 프로듀스를 담당한 인물. 이후 그는 린다 론스태드(Linda Ronstadt)가 솔로로 독립하기 전 활동했던 밴드인 스톤 포니스(The Stone Ponys)나 초기 이글스(Eagles)의 기타리스트로 알려진 버니 리든(Bernie Leadon)와 같이 컨트리와 락이 융합된 음악들의 프로듀스를 담당한 바 있는 1960년대에서 1970년대 웨스트코스트를 대표하는 프로듀서 가운데 하나다. 앞서 이야기한 것과 같은 음반 수록곡의 특징 역시 이러한 그의 프로듀스에도 많은 영향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물론 조금만 더 파고 들어가서 짐 크로치(Jim Croce)의 음반에서 테리 캐시먼(Terry Cashman)과 함께 공동 프로듀스를 담당했다는 점을 파악한다면 타 장르와의 공조가 자연스러웠던 이유를 더욱 쉽게 눈치 챌 수 있을 것이다.
점층적으로 페이드인 되는 ‘Leaving Home Again’에 이어지는 ‘Theme From H+2’는 이 음반에서 가장 아름다운 트랙이다. 어렵지 않은 멜로디, 뛰어난 가창력은 아니지만 친근해서 너그러운 보컬, 아련한 플루트 연주가 오랜 여운을 남긴다. ‘Free Clinic Song’는 간주에 흐르는 오르간의 혼미한 배경 위로 흐르는 피아노 건반의 타건과 규칙적으로 반복되는 어지러운 베이스라인, 날카로운 12현 기타 소리가 사이키델릭의 중독적인 퇴폐로 이끄는 곡이고, ‘Music Belongs To The People’에서 들을 수 있는 여성 코러스와 자유분방한 분위기는 가스펠을 떠오르게 만든다. 데니스 호퍼 주연의 영화 ‘아메리칸 드리머’에 수록된 ‘Hard On The Road To New Mexico’가 그 자신이 연주하는 12현 기타 외에 다른 악기가 거의 사용되지 않은 어쿠스틱 버전인 것과 달리, 이 앨범에 수록된 버전은 드럼 비트가 삽입되며 더욱 락킹한 넘버로 수록되었다. ‘The Whole Song’ 역시 영화의 O.S.T.에 담겼던 곡. ‘Theme From H+2’와 함께 음반을 대표하는 서정성 가득한 넘버로 클라이맥스의 소박하고 목가적인 현악파트 연주는 가슴 뭉클하다. 흐느적거리는 오르간이 전면에 배치된 업비트의 락킹한 넘버 ‘Down Inside The Jungle’로 음반은 모두 마무리된다.
다시 집을 떠나서(Leaving Home Again) 자신이 불렀던 노래처럼 다시는 돌아가지 않겠다(The Whole Song)던 그의 유일한 음반의 노랫말처럼 이 한 장의 음반은 그가 남긴 유일한 독집 음반이 되고 말았다. 흔히 팀 버클리(Time Buckley)나 닉 드레이크(Nick Drake)에 존 매닝을 비교하곤 하지만, 염세적 음습함을 덜어낸 존 매닝의 음악이 더욱 넓은 포용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포용성은 입맛 까다로운 브리티시 포크 매니아들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되고 있다.
글 송명하 (월간 파라노이드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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