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Doors Down / The Greatest Hits

 

신곡 3곡을 포함한 ‘베스트’ 앨범, 그 치명적인 유혹

굳이 크리드(Creed)의 해산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포스트 그런지는 록 팬들의 관심에서 한참 멀어진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러한 시대나 트렌드의 변화와 무관하게 그 시작부터 지금까지 계속해서 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밴드가 있다. 바로 이번에 [Greatest Hits] 음반을 발표하는 3 도어스 다운(3 Doors Down)이다. 음악과 외모가 크게 관련이 있는 건 아니지만, 어쨌거나 프론트맨의 외모는 밴드의 인기에 큰 영향을 미치기 마련이다. 하지만 3 도어스 다운의 멤버들은 그저 수수한 외모를 가지고 있다. 본인들은 억울하다고 할 지 모르지만, 말 그대로 음악으로만 승부는 거는 밴드라는 의미가 될 것이다. 때문에, 이어서 살펴보겠지만 이들의 인기가 끊이지 않고 계속되었다는 사실은 그들의 음악이 출중하다는 사실에 대한 확실한 증명이다.

3 도어스 다운

3 도어스 다운은 1996년 미시시피의 소도시 이스카토파(Escatawpa)가 고향인 세 명의 친구, 드러머 브래드 아놀드(Brad Arnold)와 기타리스트 매트 로버츠(Matt Roberts)그리고 베이시스트 토드 해럴(Todd Harrell)이 결성한 밴드다. 어린 시절 무엇이든 두드리며 타고난 드러머의 기질을 보였던 아놀드는 보컬과 작곡을 겸했고, 친구의 파티에서 4곡을 연주한 것이 이들의 첫 공연이다. 자신들의 곡이 늘어나면서 알라바마주로 공연지역을 넓히기 시작했다. 밴드명은 건물 앞에 떨어진 종이에 쓰인 ‘Doors Down’이라는 문구에 당시 멤버 수인 3을 더해 지은 것. 기타리스트 크리스 헨더슨(Chris Henderson)이 밴드에 합류한 것은 밴드 결성 2년 후였다. 그의 가입과 함께 1997년 데모 CD를 제작해 공연장에서 판매를 시작했고, 점차 2,000명 이상의 관객이 넘는 규모로 확대된다. 특히 ‘Kryptonite’의 인기는 뉴욕까지 미쳐 CBGB 클럽 공연 후 메이저 레이블과 계약을 맺는다. 

2000년 2월 데뷔작 [The Better Life]가 발매되고 ‘Kryotinite’의 히트와 함께 빌보드 앨범차트 7위와 6백만장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한다. 드럼과 보컬을 겸했던 브래드가 보컬에 전념하기 위해 투어 드러머 리차드 라일스(Richard Liles)가 참여했고, 그와 함께 펼친 투어를 통한 개인과 밴드의 성숙을 담은 두 번째 앨범 [Away From The Sun]이 2002년 11월 발매된다. 이 앨범 역시 발매 일주일 만에 빌보드 앨범차트 8위로 데뷔하는 성적을 거둔다. 데뷔앨범의 예기치 못했던 커다란 히트는 두 번째 앨범 제작에 있어 앨리스 인 체인스(Alice in Chains), 펄 잼(Pearl Jam), 블라인드 멜론(Blind Melon)과 함께 작업한 적이 있는 프로듀서 릭 페러샤(Rick Parashar), 퍼펙트 서클(Perfect Circle)의 드러머 조시 프리즈(Josh Freese), 벡(Beck)의 아버지 데이비드 캠벨(David Campbell)의 현악파트 참여 등 풍요로운 환경을 제공한다. 특이하게도 러쉬(Rush)의 기타리스트 알렉스 라이프슨(Alex Lifeson)이 세 곡에 프로듀서로 참여했다. 

인기의 여세를 몰아 이듬해인 2003년 시카고, 일리노이에서 열린 투어 실황을 담은 라이브 EP [Another 700 Miles]를 발표한다. 이전 앨범에 수록되지 않았던 ‘It's Not Me’가 수록되었고, 앨범의 마지막에 담긴 레너드 스키너드(Lynyrd Skynyrd)의 커버버전 ‘The Smell’은 자신들의 음악적인 뿌리를 내 보이는 하나의 단서기도 하다. 이러한 점은 다음 음반의 히트곡 ‘Landing in London’에 듀엣으로 참여한 밥 시거(Bob Seeger)의 모습에서 역시 확인이 가능하다. 데뷔앨범 [The Better Life]가 발표된 지 꼭 5년이 지난 2005년 2월 8일에는 밴드의 공식 세 번째 음반인 [Seventeen Days]를 발매한다. 빌보드 앨범차트 정상을 밟은 이 앨범은 원래 2004년 발매 계획이었다가 밴드의 공연 스케줄 때문에 발매가 늦춰진 앨범이다. 앨범 타이틀도 투어의 끝과 이 앨범의 스튜디오 작업 사이에 17일 밖에 휴식시간이 없었다는 의미를 담고 있으며, 투어 드러머였던 리차드 라일스의 뒤를 이어 공연에서 드럼을 맡았던 다니엘 어데어(Daniel Adair)가 정식 멤버로 가입하여 처음으로 5인조 밴드 체제로 나온 음반이기도 하다.

같은 해 스테인드(Stained), 브레이킹 벤자민(Breaking Benjamin)과 함께 가진 투어를 홍보하기 위해 발매된 EP [Acoustic EP]가 베스트 바이를 통해 독점 판매된다. 발매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절판된 이 앨범은 이듬해인 2006년 아이튠즈를 통해 디지털로 서비스를 시작한다. 2008년에는 셀프타이틀의 4번째 정규앨범이 발매되어, 발매 첫 주 154,000장의 판매고를 올리며 전작에 이어 다시 빌보드 앨범차트 넘버원에 등극한다. 음반의 프로듀스는 전작과 마찬가지로 자니 K(Johnny K)가 맡았지만, 다니엘 어데어가 니켈벡(Nickelback)으로 이적하며 그렉 업처치(Greg Upchurch)로 교체되었다. 2009년에는 크리스마스 싱글 ‘Where My Christmas Lives’를, 2010년에는 2010 동계 올림픽을 위한 싱글 ‘Shine’을 디지털로 공개하기도 했다. 빌보드에서 2000년에서 2010년까지를 정리하는 차트에서는 30위를 기록했다. 

2011년, 다섯 번째 앨범 [Time of My Life]를 발매한다. 이 앨범 역시 발매 첫 주에 앨범차트 3위에 안착한다. 발매한 5장의 음반 모두를 빌보드 앨범차트 10위권 안에 진입시킨 밴드가 된 것이다. 2012년에 접어들며 창단 멤버로 함께 했던 기타리스트 매트 로버츠가 건강문제로 밴드에서 하차하게 된다. 매츠의 빈자리에는 크리스 헨더슨의 오렌 기타 테크니션 체트 로버츠(Chet Roberts)가 참여했고, 지지 탑(ZZ Top) 등과 함께 펼쳤던 ‘Gang of Outlaws’ 투어를 마친 후 크리스 헨더슨은 신곡이 포함된 [Greatest Hits]앨범이 발표될 예정이라고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밝혔고, 이제 그 음반이 우리 손에 들려있다.

Greatest Hits

총 12곡이 수록된 [Greatest Hits]에는 9곡의 지난 히트곡과 3곡의 신곡이 담겨있다. 지난 히트곡들은 데뷔앨범 [The Better Life] 수록곡이 4곡으로 가장 많고, [Away from the Sun]에서 3곡, [Seventeen Days]와 [3 Doors Down]에서는 각각 한곡씩이 선곡되었고, 5집인 [Time of My Life]에서는 단 한곡도 선곡되지 않았다. 음반의 타이틀만 ‘Greatest Hits’라고 붙여놓고 히트와는 관계없는 선곡을 보여주는 음반들도 있지만, 이 음반은 말 그대로 싱글 차트에서 좋은 성과를 거뒀던 곡만을 추린 음반이라는 증거일 것이다. 5집 역시도 앨범 차트 3위를 기록했지만, 또렷한 히트 싱글이 없는 음반이었다는 점을 떠올린다면 선곡되지 않은 것에 대해서도 수긍할 수 있을 듯하다. 일단 이번 음반에 수록된 싱글들의 차트상 성적을 살펴보자. 연도는 싱글로 커트되었던 해를 의미하기 때문에 앨범의 발매 연도와 차이가 있다.

1. Kryptonite [The Better Life] (2000) 미국 싱글차트 3위, 메인스트림 록 차트와 모던 록 차트 1위
2. When I’m Gone [Away from the Sun] (2002) 미국 싱글차트 4위, 메인스트림 록 차트 1위
3. Here Without You [Away from the Sun] (2003) 미국 싱글차트 5위, 어덜트 팝 차트 1위
4. It’s Not My Time [3 Doors Down] (2008) 미국 싱글차트 17위, 메인스트림 록 차트와 어덜트 팝 차트 1위
5. Let Me Go [Seventeen Days] (2004) 미국 싱글차트 17위, 어덜트 팝 차트 3위
6. Be Like That [The Better Life] (2001) 미국 싱글차트 24위, 어덜트 팝 차트 5위
7. Loser [The Better Life] (2000) 미국 싱글차트 55위, 메인스트림 록 차트 1위, 모던 록 차트 2위
8. Away From The Sun [Away from the Sun] (2004) 미국 싱글차트 62위, 어덜트 팝 차트  5위
9. Duck and Run [The Better Life] (2000) 미국 싱글차트 110위, 메인스트림 록 차트 1위, 모던 록 차트 2위

핫 100 차트인 싱글차트에서의 성적은 편차가 조금 있지만, 대체적으로 메인스트림 록 차트나 모던 록 차트에서 꾸준한 강세를 보여준 트랙들이 우선적으로 수록되었음을 알 수 있다. 때문에 이들을 대표하는 ‘Kryptonite’을 비롯해서 우리 귀에 익숙한 히트곡들이 대부분이다. 그리고 앨범에 처음 수록되는 3곡의 신곡. 물론 지난 10년 이상 이어져 내려오는 밴드의 음악적 노선에는 커다란 변화가 없다. 하지만 밴드 스스로 ‘오래된 미국식 로큰롤’이라 칭했던 3집 [Seventeen Days]를 발표하며 레너드 스키너드, 지지 탑 등과 가졌던 교류는 변함없는 밴드의 사운드에 다소 헤비한 양념을 첨가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으며, 이 음반 발매에 앞서 싱글로 선 공개된 ‘One Light’를 통해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지금까지 접할 수 있는 편안하고 보편적인 흐름에 역동성과 그루브가 첨가되어 박진감이 넘친다. 이전 이들의 음악을 좋아한다면 거부할 이유가 전혀 없는 ‘There's A Life’는 물론 특히 국내에서 많은 사랑을 받을 소지 가득한 3 도어스 다운 식의 발라드 넘버 ‘Goodbyes’에 이르기 까지. 이 정도라면 소위 이야기하는 ‘베스트 앨범’ 이상의 매력으로 가득한 앨범이 아니겠는가.

애초에 한 밴드의 음반을 모두 컬렉션 하는 컬렉터가 아니라면 베스트 앨범은 여러모로 구미가 당기는 음반이다. 게다가 히트곡을 다량 보유한 밴드의 베스트 앨범이라면 더욱 그렇다. 새로운 3곡의 신곡이 포함된 3 도어스 다운의 [Greatest Hits]. 이미 이들의 음악에 매료되어 모든 음반을 컬렉션 했더라도 비켜갈 수 없는 치명적인 유혹이다. 

 

글 송명하 (월간 파라노이드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