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도적인 힘이 그 바탕에 깔린 무자비하고 호전적인 사운드의 홍수로, 나약해진 국내 메틀러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던 데뷔앨범 「Survival Ov The Fittest」(2006)를 발표한 지 3년. 메써드의 두 번째 앨범이 발표되었다. 타이틀은 「Spiritual Reinforcement」, 말 그대로 비주류의 음악을 하면서 수없이 부딪치는 비합리와 부조리를 스스로의 힘으로 이겨나가려는 ‘정신적인 재무장’이다.
스래쉬메탈을 추구하면서 피해갈 수 없는 이름들인 슬레이어, 테스타먼트와 같은 선조들의 윤택한 자양분을 흠뻑 흡수하였음은 두 말할 나위없는 사실이겠지만, 메써드는 이들의 맹목적 추종을 통한 천편일률적 아류작의 무분별한 복제가 아니라, 인접장르의 노른자위들을 선택적으로 섭취하며 횡적인 자가 증식을 통해 스스로의 오리지널리티를 확립하였다. 인접장르란 유럽의 멜로딕 데쓰메탈, 블랙메탈과 같은 익스트림 계열에서 80년대식 감성의 멜로디어스한 하드록이나 극한의 스피드를 향해 치닫던 90년대의 기타 인스트루멘틀 음악에 이르기까지 무척이나 다양하지만, 단순한 나열이 아니라 세포분열을 통해 단단한 구조물과도 같이 완벽하고 독창적인 자신만의 사운드를 만들었다는 데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자신의 자리에 만족하지 않고 다채로운 장르를 흡수한 그 끝을 알 수 없는 진보의 욕구는 음반을 CD 트레이에 넣고 플레이 버튼을 누름과 동시에 확인이 가능하다. 영화의 후반부 멘트를 적절히 도입부에 인용하여, 선악의 모호한 경계와 그러한 양자택일 사이에서의 심오한 갈등과 고뇌를 시각적으로 그려낸 In Rotten Justice, 이미 마이스페이스를 통해 뮤직비디오로 공개된 Existence To Nonexistence를 필두로, 변화무쌍한 리프와 변칙적인 리듬 플레이에 데쓰메탈과 블랙메탈의 경계를 자유로이 오가는 류민의 진일보한 보컬이 입혀지고, 유로피언 멜로딕 데쓰메탈 혹은 전술한 바와 같이 90년대의 기타 인스트루멘틀 음반에서 들었을 법한 아름다운 기타 멜로디의 향연이 이내 트윈 리드기타의 절묘한 화음으로 발전해 가는 Crawl Through나 Kill All Despair. 또 확고한 자아를 찾아 헤매는 1인칭 시점의 이야기를 역시 노련하고 유려한 진행으로 이끌어 내는 Locked In Fate 등 주체할 수 없는 헤비 사운드의 홍수는 기타리스트 김재하가 평소 존경한다고 밝힌 제이슨 베커, 혹은 마이클 셍커가 가진 우수로 무장한 아름다운 연주곡 Crying For Liberation, 뒷자리를 묵묵히 지키던 리듬파트의 실험성이 강조된 Black Eagle과 공존하며 음반 전체의 작품성을 부여한다.
척박한 환경이라고 이야기하지만, 이런 상황은 누구에게나 마찬가지의 경우가 될 것이다. 누군가는 그 환경을 이유로 중간에 포기하지만, 또 다른 누군가는 남아서 스스로 역사를 만들어 나간다. 대한민국에 향후 수십년이 지난 뒤라도 헤비메탈이라는 대중음악의 한 장르가 남아있다면 메써드가 새롭게 공개한 「Spiritual Reinforcement」가 이 장르를 대표하는 최고의 명반 대열에 들 운명을 타고난 음반이라는 데 이의를 제기할 이가 있을까. 환경이니, 대한민국이니 복잡한 수식어들을 모두 떼어내고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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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핫트랙스 2009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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