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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ER'S MUSIC LIFE/EXTERNAL CONTRIBUTIONS

월간 토마토 2011년 2월호...

설 때문에, 마감 일정이 당겨진 만큼 제 시간에 맞춰서 책이 나왔다. 다만, 마감이 당겨진 까닭에 다른 마감과 겹쳐서 이틀동안 25매의 음반리뷰를 써댔다는... ㅠㅠ 교정 제대로 못봐서 수정원고를 다시 보내고;;; 이래저래 편집장님께 죄송~ ㅎ


송명하의 테마음악 파일 #2

기억, 이완 속 포근한 음악
글 송명하 (트위터 @MyounghaSong)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롭게 쏟아지는 음악들이 단지 트렌드만 따라가고, 말 그대로 새롭기만 하다면 우린 일찌감치 음악 듣는 일을 그만두었을지도 모른다. 새로 발표된 것이건 그렇지 않건 그 음악들에는 언제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담겨있다. 지난 음악이 우리에게 기억이라면, 새로운 음악 역시 듣는 순간 만들어지는 또 다른 기억이다. 이렇듯 우리는 음악이라는 관성에 의해 빨려 들어간 끝없는 뫼비우스 띠 속을 헤맨다. 무라카미 하루끼는 자신의 소설 <어둠의 저편>에서 “인간이란 결국 기억을 연료로 해서 살아가는 게 아닌가 깊어”라는 이야기를 했다. 차가운 날씨지만 수많은 음악을 통해 새로운 기억을 만들고, 그 기억이 만들어낸 연료가 있어 우린 언제나 이완 가운데 포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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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i Persen / Sweetheart (비트볼 레코드)
노르웨이의 싱어송라이터 마리 페르센(Mari Persen)의 데뷔앨범이다. 솔로로서는 첫 번째 음반이지만 로열티(The Royalty)라는 밴드에서는 키보디스트로, 또 여러 뮤지션들의 음반에서 오케스트레이션 편곡을 병행하는 그녀. 때문에 음반의 초점은 자켓의 사진처럼 여성 보컬리스트 마리 페르센이 아닌 전체적인 분위기에 맞춰져 있다. 가는 목소리의 위태로운 연민에 깃털처럼 가볍게 스치듯 날리는 관현악의 빈티지한 숙성과 그루브감 넘치는 리듬 박스의 낯선 모던함이 겹친다. 예전 ‘명화 극장’에 등장하던 사랑의 테마나 엔딩 크레디트의 장면들을 떠올리게 하는 음악들이지만, 각각의 곡에서 청자의 머릿속에 그려지는 주인공은 가지런한 콧수염이 멋진 크라크 게이블이 되기도 하고, 백구두를 신고 플로어를 누비는 존 트라블타가 되기도 한다. 눈을 감고 감상할 때 시각적 이미지가 더욱 또렷해지는 마술 상자와 같은 음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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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rpaint / The Fool (강 앤 뮤직)
미국 LA 출신 여성 4인조 사이키델릭 밴드 워페인트(Warpaint)의 정규 첫 번째 음반이다. 이미 2009년 자주제작해 발표한 EP <Exquisite Corpse>를 통해 무서운 신인으로 인정받았고, 이때 눈여겨본 영국의 NME지는 이들의 정규음반이 나오자마자 커버스토리를 위해 자리를 할애했다. ‘Set Your Arms Down’에서 들려지는 반복의 나른한 중독은 팽팽하지 않아 헐겁지만, 짐짓 무뎌져 오히려 더 위협적인 칼날과 같이 치명적인 위태로움으로 청자를 인도한다. 불협의 엇갈린 친근함은 ‘Shadows’에서 거친 튜닝의 느슨한 어쿠스틱 기타에 동굴 속 울림 같은 보컬과 피아노, 타악기가 어지럽게 중첩되며 가슴 깊이 묻어두었던 감정을 덤덤하게 자극한다. 60년대 말 샌프란시스코 해안을 잠식했던 마리화나 연기가 아니라 오래된 창고 냄새와 축축한 먼지로 만들어내는 2000년대식 사이키델리아는 시간과 장소의 변화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언제나 꿈처럼 아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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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mension / 23 (칠리 뮤직)
카시오페아(Casiopea), 티스퀘어(T-Square)와 함께 국내에도 적잖은 팬층을 가지고 있는 퓨전재즈 밴드 디멘션(Dimension)의 새로운 앨범으로, 팻 메쓰니의 폴 워티코(Paul Wertico), 티스퀘어의 반도 사토시를 비롯 호화로운 세션이 참여했다. 1992년 데뷔한 후 20장이 넘는 디스코그래피 속에서 디멘션의 연주는 늘 치밀해서 계산적이며, 정교한 만큼 화사하다. 명징한 키보드 연주와 유려한 색소폰 연주가 어우러지는 ‘After The Rainbow’가 되었건, 하드록 한 소절을 듣는 듯 굵은 선의 기타 리프가 인도하는 ‘Evolution’ 이 되었건 멤버들의 연주는 초절기교로 음반 전체를 휘젓고 다니지만, 투명한 유리컵에 갓 따른 탄산수처럼 명쾌하고 산뜻하다. ‘Story’를 통해 들려주는 이야기는 아련해서 넉넉하며, ‘You Never Know’의 끈끈한 블루지함은 차갑고 기계적이라는 이들에 대한 평가를 일축할 만한 온기를 가지고 있다. 겨우내 움츠린 어깨를 펴기에 적당한 음반이다.

2011/01/07 - [기타 음악컬럼] - 월간 토마토 2011년 1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