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만에 귀환한 헤비메틀의 백전노장
OZZY OSBOURNE [Black Rain]
50년을 훌쩍 넘어선 락 음악의 역사. 그 가운데에서도 특히 1960년대 말에서 1970년에 초는 소위 락 르네상스로 불리며 수많은 하위 장르를 탄생시켰던 최전방의 각축장이었고, 두말할 나위 없는 명곡의 보고였다. 시간은 흘러, 음악은 역사가 되었고 역사를 만들어낸 주인공들은 그 후광 아래에서 영웅으로 군림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또 30년이 넘는 시간이 흐르는 동안 시대는 그 세대에 맞는 새로운 영웅들을 필요로 했고, 락필드라는 전장은 더 이상 과거의 영광에만 안주하며 녹슨 총을 보듬는 노병들이 설만한 공간을 허용하지 않았다. 물론 그 모두가 박물관의 박제로 남은 것은 아니었다. 치열한 정장에서 살아남은 '백전노장'들은 스스로를 종용해가며 계속해서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갔다. 1970년 2월, 13일의 금요일에 홀연히 락계에 등장한 블랙 새버쓰(Black Sabbath)의 보컬리스트 오지 오스본은 그 가운데에서도 단연 독보적인 존재가 아닐까. 6년 만에 정식 스튜디오 음반으로 그가 돌아왔다. 그것도 이전에 비해 더욱 강력한 음악을 가지고. 1980년 솔로로 독립한 그에게는 9번째에 해당하는 공식 음반이다.
지난 2005년에 발표했던 [Under Cover]라는 리메이크 음반은 여러모로 오지 오스본에게 있어서는 뜻 깊은 음반이었다. 원래 'Songs I Wish I Wrote'라는 타이틀로 구상되었던 이 앨범은 음악활동 35주년을 맞는 그의 음악적 뿌리를 들여다 볼 수 있게 만들었고, 결코 안주하지 않는 자신의 모습을 보여줌과 동시에 새로운 음반의 진행이 어떤 방향으로 흐를 것인지에 대한 조그만 복선이 되기도 했으니 말이다. 그 때문인지 아니면 단지 최근작이라는 이유에서인지, 혹은 같은 프로듀서와 만들어낸 결과물이어서 인지 어쨌든 오지 오스본의 새로운 음반은 여러모로 [Under Cover]에서 이어져 내려오는 정서를 느낄 수 있는 음반이다.
메틀리카로 이적한 로버트 트루질로(Robert Trujillo)의 자리에 랍 좀비(Rob Zombi)와 함께 활동했던 블래스코(Blasko)가 합류했다는 것 이외에는 6년 전 발표한 [Down To Earth]와 동일한 라인업의 든든한 백업(잭 와일드의 기타와 페이쓰 노 모어 출신 마이크 보딘의 드럼)으로 무장한 음반. 특히 이번 음반에서 잭 와일드는 다시 음반 수록곡의 모든 크레딧에 자신의 이름을 써넣으면서 연주에 국한되지 않은 전체적 작업에 참여했다. 오지 오스본 자신도 인터뷰를 통해 이번 음반이 잭 와일드와 함께 한 '공동 작업'이었음을 공공연히 밝히고 있으며, 이는 멜로디 위주의 성향을 보이던 음악을 발표하던 그의 사운드에 있어서 일대 전환점을 마련한 1991년작 [No More Tears]의 영향권으로 다시 돌입했음을 시사한다. 잭 와일드의 위치가 수직 상승한 이유로 자칫 음반의 무게 중심이 그에게 옮겨지며, 오지 오스본이 발표한 전작보다 오히려 잭 와일드의 블랙 레이블 소사이어티에 가깝게 흘러버릴 수도 있었지만 '삼척동자'가 들어도 그 목소리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한 소절을 채 듣기 전에 알아차릴 수 있는 오지 오스본의 보컬은 이러한 모든 기우를 불식시킨다. 물론 또 한 명의 숨은 공신 케빈 처코(Kevin Churko)의 역량 역시도 간과할 수 없다. 최근작이었던 리메이크 앨범 [Under Cover]의 프로듀스를 담당했던 그는 알려져 있다시피 브리트니 스피어스에서 코어스, 샤니아 트웨인, 마이클 볼튼, 셀린 디옹이나 칩 트릭의 최근 앨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음악을 담금질해왔던 노련한 연금술사로, 뉴메틀, 인더스트리얼 등 인근 장르들의 장점을 취합함과 동시에 35년이 넘은 오지 오스본의 활동을 통한 엑기스를 뽑아냈다. 그리고 그러한 결과는 6년 만에 공개된 신보 [Black Rain]을 통해 가시적으로 드러난다.
이제 오지 오스본의 이름과 따로 떼어서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로 그의 의중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 기타리스트 잭 와일드가 펼치는 육중한 남성의 힘으로 꿈틀대는 리프가 빛을 발하는 오프닝 넘버 'Not Going Away'로 헤비메틀의 백전노장은 자신의 귀환을 만천하에 공개한다. 멜로디에 있어서는 언뜻 비틀즈의 'Come Together'를 연상할 수도 있지만, 그 느낌은 완전히 다르다. 첫 번째로 싱글 커트되어 이미 비상한 관심의 중심에 있는 'I Don't Wanna Stop' 역시도 힘있게 넘실대는 그루브가 곡의 분위기를 리드하는 곡으로, 단순한 멜로디의 클라이맥스로 이어지며 청자들의 참여를 유도한다. '목소리'에 있어서는 전성기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아무래도 무리하지 않는 듯한 가창을 보여주는 오지 오스본의 보컬은 이제 그 스스로가 아니라 곡의 분위기와 여타 연주들에 의해서 자연스럽게 프론트의 위치로 등극된다. 그리고 이 두 곡에서 보여진 이러한 경향은 음반 전체의 주요한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앞의 두 곡에 비해서는 다소 복잡한 구성을 가지고 있는 타이틀곡 [Black Rain]에 이어지는 곡 'Lay Your World on Me'는 'Here For You'와 함께 자신의 이름을 기억하고 기다려준 팬들에게 선사하는 선물과 같은 트랙이다. 이전 음반에서 들려준 오지 오스본의 서정적인 성향을 좋아하는 청자들이라면 놓칠 수 없는 넘버로 특히 'Here For You'는 [Under Cover]를 통해 멋지게 편곡되었던 'In My Life'의 연장선과도 같은 느낌이다. 프로듀서 캐빈 처코의 역량을 다시금 생각하게 만드는 곡으로 이후 오지 오스본이 발표한 또 하나의 명곡으로 군림할 가능성을 충분히 가지고 있다. 'Civilize the Universe'는 음악적인 스타일뿐만 아니라 가사에 있어서도 변화한 모습이 보여지는 트랙으로 오락 프로그램이 전달하는 나쁜 소식들에 대해 그는 "I'm alive / Watching better turn to worse / One more time / Try to civilize the universe"라고 노래 부르며 청자들을 선동한다. 7-80년대에 등장했던 그의 선동가들과 비교한다면 그 느낌이 무척이나 색다르다.
이 외에도 'The Almighty', '11 Silver' 등 그 역동적인 파워에 있어서 전성기를 오히려 압도하는 트랙들은 6년이라는 기다림에 대한 충분한 보상이 되고도 남음이 있다. 중반 애들립에서 살짝 살짝 등장하는 중동풍의 멜로디 라인도 신선하다. 언제나 그랬듯이 이번 음반 역시도 오지 오스본의 이름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그다지 새로운 감흥을 전해주기는 어렵겠지만, 그의 이름을 기억하고 있는 수많은 팬들에게는 더 없는 환영을 받기에 충분한 앨범이다. 물론, 락음악 팬들 가운데 오지 오스본이라는 이름을 모르는 이가 과연 몇이나 되겠냐마는 말이다. (2007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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