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칠고 투박한 질감을 가진 전성기 하드락의 완벽한 재현
THE ANSWER [Rise]
실버 타이드의 음반을 들으며, 또 다크니스와 울프 머더의 음반을 들으며 ‘혹시나’ 했던 생각들이 점차로 구체화되는 듯 보인다. 아직은 미약한 단계인지 모르겠지만, 조심스럽게 이야기되는 ‘하드락 리바이벌’. 이번에 지각 상륙한 북 아일랜드 출신 앤서의 데뷔앨범은 이러한 물결에 있어서 분명 가장 중요한 음반 가운데 하나다. 앤서가 결성된 것은 2000년이다. 원래 폴 마혼(Paul Mahon; 기타)과 미키 워터스(Micky Waters; 베이스)는 같은 밴드에서 연주를 하며 새로운 보컬을 찾고 있었다.
“저희들이 연주하고 있을 때 친구들로부터, 우리가 만든 곡은 코맥 니슨과 같은 보컬이 부르면 참 잘 어울릴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그런데 우연하게도 대학에서 같은 수업을 받게 되었어요. 그 전에 출석부에서 그의 이름을 보긴 했지만, 동일 인물이라고 생각하진 못했죠. 그 주 주말, 그가 우리들의 리허설 룸에 놀러왔고 함께 몇 곡을 플레이했습니다.”
뉴욕의 한 핏자 가게에서 아르바이트하며 몇몇 블루스 밴드에서 활동하던 코맥 니슨이 이렇게 밴드에 합류하고, 이후 드러머 제임스 히틀리(James Heatley)를 영입하여 밴드의 틀을 완벽히 갖췄다. 이렇게 결성된 앤서가 추구하는 음악은 바로 블루스를 기본으로 한 70년대 풍의 정통 하드락. 폴 마혼의 경우 AC/DC를 좋아하는 형의 영향으로 음악을 들었던 까닭에 어린 시절부터 딥 퍼플(Deep Purple)과 레드 제플린(Led Zeppelin)을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밴드로 꼽아왔고 점점 더 거슬러 올라가서 무디 워터스(Muddy Waters)나 윌리 딕슨(Willie Dixon) 같은 블루스 음악에도 심취했다. 미키 워터스도 스매싱 펌킨스나 펄 잼 등의 리뷰에 등장하는 후(The Who)나 레드 제플린과 같은 이름을 하나 하나 찾아 들었던 경우였고, 코맥 니슨 역시 그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락을 좋아하기 시작하면 그 출발점까지 거슬러 올라가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거슬러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좋은 음악들을 만나게 되니까요. 지금 락큰롤을 연주하고 있지만, 우리가 지금 하는 음악이 도대체 어디에서 온 것인가를 아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것이었어요. 그렇게 할 경우에 다음 단계로 올라가는 것이 가능하고 그 음악들을 우리들의 손으로 더욱 발전시킬 수 있고, 요즘의 음악을 듣는 사람들에게도 공감할 만한 음악을 만들 수 있는 것이겠죠.”
레드 제플린과 폴 로저스(Paul Rodgers)라는 기호의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 밴드의 결속력에 도움이 되었음을 두말할 나위도 없다. 2001년 확고한 결속력으로 자신들의 고향인 벨 퍼스트에서 드디어 첫 번째 공연을 가지게 되었지만, 그때까지 밴드의 이름을 정하지 못하고 있던 이들. 앤서라는 그룹명은 포스터 인쇄를 위한 원고를 마감하기 전날, 그 날까지 밴드의 이름을 대답(Answer)하지 못하면 출연할 수 없다는 통보를 받자마자, “아, ‘앤서’ 좋아요”라고 재치 있게 결정되었다.
“스트록스가 히트하니 모두가 좁은 넥타이를 메고 뉴욕의 뉴웨이브를 이야기했어요 기타 솔로를 연주하면서 마음으로부터 즐기는 음악을 하는 밴드는 우리 밖에 없는 것 같았죠. 앤서라는 그룹 이름은 이러한 다른 음악에 대한 우리들의 대답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렇게 결정된 이름으로 가진 공연 이후 크고 작은 공연장에서의 러브콜이 쇄도했고, 이제 밴드는 이러한 요구들에 확실하게 대답할 수 있는 만반의 준비를 갖췄다. 아일랜드의 대표적인 락 페스티벌인 옥시전 페스티벌(Oxygen Festival) 출연, 다크니스(The Darkness)와 얼터 브릿지(Alter Bridge)의 공연 서포트 등 서서히 자신의 이름을 알리는 한편 틈틈이 북 아일랜드의 친구가 운영하는 매너 파크(Manor Park) 스튜디오에서 데모음원을 녹음했고, 이 중 하나가 공연을 보러왔던 앨버츠(Albers) 프로덕션의 제임스 캐시디를 통해 데이빗 베드포드(David Bedford; 마이크 올드필드나 케빈 에이어스 등의 음반을 프로듀스했던)의 손에 전해졌다. 결국 앤서는 자신들의 우상 가운데 하나였던 AC/DC가 현재 소속되어있는 앨버츠 프로덕션과 3장의 앨범계약이 성립되었고, 2005년 첫 번째 싱글 ‘Keep Believin'’으로 정식 음반데뷔 한다. 이 싱글은 정식 음반을 한 장도 가지고 있지 않던 이들에게 클래식 락 매거진으로부터 최우수 신인밴드 상을 안겨다 주었고, 이 여세를 몰아 딥 퍼플, 화이트스네이크와의 합동공연도 만들어졌다.
이번에 국내에 발매되는 이들의 데뷔앨범 [Rise]는 사실 2006년에 발매된 앨범이다. 지미 헨드릭스나 레드 제플린의 전설적인 명반이 녹음되었던 올림픽 스튜디오(Olympic Studio)에서 녹음되어 초창기 하드락이 가지고 있던 거친 질감이 그대로 살아있는 음반. 전체적으로는 ‘폴 로저스와 레드 제플린의 만남’이라는 느낌을 받을 수 있지만, 지미 페이지와 폴 로저스의 합작물인 펌(The Firm)의 음악보다 오히려 그 시기가 앞선 듯 들린다. 과연 음악만으로 이들의 세대를 맞춰낼 수 있는 락 매니아들이 몇이나 될까.
과연 이들이 추구하는 음악이 무엇인지를 단적으로 설명해 주는 블루스 기반의 흥겨운 셔플 넘버 ‘Under The Sky’을 들으며 자신도 모르게 시작된 발박자는 음반이 끝날 때 까지 멈춰지지 않는다. 도입부 어긋나는 듯한 박자의 플레이가 언뜻 레드 제플린의 ‘The Ocean’을 떠올리게 만드는 ‘Never Too Late’는 2005년 11월에 싱글로 발매되었던 트랙. ‘Come Follow Me’와 ‘Leavin' Today’는 AC/DC의 직선적인 리프를 떠올릴 수 있는 논스톱 락킹 넘버이며, ‘Be What You Want’는 흙먼지 가득한 한적한 마을이 연상되는 경쾌한 진행이 인상적이다. 앞서 몇 번이나 언급했던 폴 로저스와 레드 제플린의 그림자는 각각 ‘Memphis Water’의 목소리와 ‘Preachin'’에서의 슬라이드 기타연주로 더욱 구체화된다. 국내반은 특별이 ‘So Cold’의 라이브 버전을 비롯한 세 곡의 보너스 트랙과 세계 최초로 만들어지는 LP 미니어처 커버로 소장가치를 높여, 뒤늦은 출반의 아쉬움을 보상해주고 있다.
“이 음반은 우리가 현재 있는 순간에 대한 스냅 샷이라고 할 수 있어요. 락큰롤과 블루스, 소울에서 메틀까지... 우리는 우리가 믿고있는 것에 대한 정직한 음반을 만들어냈다고 생각합니다.”라는 코맥 니슨의 이야기. 사실 락음악을 듣는 사람들에게는 1960년대 말에서 1970년대 초 젊은 시절을 보낸 사람들에 대한 무한한 동경 같은 것이 있다. 바로 우리가 락의 고전으로 여기고 지금까지도 사랑 받는 교과서와 같은 곡들이 탄생한 것이 바로 그때였기 때문이다. 락음악을 좋아해서 점점 자신이 듣는 음악의 뿌리를 찾아 올라갔을 때 어김없이 등장하는 이름들인 크림이나 레드 제플린, 프리... 하지만, 그들의 음악을 듣는 지금과 밴드가 활동하던 시절은 벌써 30년이 넘는 시간이 지났다. 우리가 이들의 등장에 주목하는 이유는 비단 앤서의 음악이 과거의 케케묵은 향수를 들춰냈다는 것이 아니라, 거칠고 투박한 질감의 원시적인 하드락으로 세대를 뛰어넘는 공감대를 형성해냈다는 데에 있다.
1970년대 초반 젊은 시절을 보냈던 선배들이 그들의 세대에 레드 제플린이나 프리가 있었다고 자랑한다면, 이제 우리는 자랑스럽게 대답(Answer)할 수 있다. 우리들의 세대에는 바로 앤서가 있다고. (2007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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