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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ER'S MUSIC LIFE/EXTERNAL CONTRIBUTIONS

과거와 현재, 미래 헤비메탈의 이상적 결합, Phoenix Rising / Galneryus



01. The Rising
02. Tear Off Your Chain
03. Future Never Dies
04. Spirit of Steel
05. Scars
06. The Wind Blows
07. T.F.F.B.
08. No More Tears
09. Bash Out !
10. The Time has Come

 

2011 / 도프엔터테인먼트


2001년 기타리스트 슈(Syu)와 함께 밴드를 결성했던 보컬리스트 야마-비(Yama-B)가 갈네리우스(Galneryus)를 등지며, 기존 팬들이 변모된 음악성으로 실망감을 안겨줬던 5집 앨범 [Reincarnation](2008)을 발표했을 때 보다 오히려 더 큰 우려의 눈길을 보냈던 게 사실이다. 한 밴드에게 있어서 다른 연주파트의 멤버에 비해 보컬리스트의 교체가 주는 변화는 월등히 크며, 그것도 갈네리우스에게 있어서 단순히 1/5의 위치를 넘어서는 지분을 가지고 있던 야마-비의 탈퇴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2010년 [Resurrection]의 발표와 함께 한층 강력해진 사운드는 팬들의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켰고, 지난 해 말 가졌던 성공적인 내한공연을 통해 한국의 팬들에게도 새로운 보컬리스트의 존재를 뚜렷하게 각인시켰다.





이전 보컬리스트 야마-비가 중음에서 고음까지 비교적 감정전달이 능한 감성적 보컬리스트였다면, 새롭게 가입한 오노 마사토시(Ono Masatoshi)는 시원스럽게 뻗어나가는 직진성향의 고역대가 매력인 보컬리스트다. 보컬리스트의 교체가 그 시작과 달라진 야마-비의 음악성 때문이었던 만큼, 새로운 식구와 함께 하는 갈네리우스의 음악이 밴드의 시작점에 그 스타일의 초점을 맞추었으리라는 점은 당연하다. 물론 그 스타일의 핵심은 밴드의 이름을 바이올린의 이름에서 착안했던 것처럼 클래식의 심포닉한 느낌을 살린 멜로딕 파워메탈이다. 그리고 지난 앨범을 통해 밴드의 선택이 그르지 않았음을 확실하게 증명해 보였다. 야마-비의 존재만큼이나 그 그림자가 컸던 탓인지, 아니면 머릿속에 원곡의 느낌이 너무 뚜렷하게 남은 까닭인지 아직 공연 무대에서 예전의 곡들을 소화하는 것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갈리고 있긴 하지만, 어쨌거나 이들의 변신이 성공적이었다는 점에 이의를 재기할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갈네리우스는 2011년 통산 일곱 번째, 새로운 보컬리스트와는 두 번째에 해당하는 [Phoenix Rising]을 발표했다.

 


인트로에 해당하는 ‘Rising’에 이어, 전작의 명곡 ‘Burn My Heart’의 노선을 철저하게 계승하는 ‘Tear Off Your Chain’의 시원스런 질주는 이들이 왜 멜로딕 파워메탈에 있어서 아시아권의 맹주인가에 대한 확실한 대답이다. 또 수면 위로 치달아 오르는 하몬드 오르간 특유의 빈티지한 질감과 슈의 자신감 넘친 피킹의 숨 막히는 교차로 이번 음반의 특징을 규정지으며, 장중한 남성 코러스를 동반한 ‘Future Never Dies’와 함께 브리지마다 펼쳐지는 연주 섹션의 조화가 마치 공중곡예를 보는 듯 손에 땀을 쥐게 만든다. 레인보우(Rainbow)의 명반 [Rising]에 수록된 흥겨운 셔플곡 ‘Starstruck’의 현대적 재현을 보여주는 듯 들리는 변종 3연음 넘버 ‘Spirits Of Steel’ 역시 하몬드 오르간의 맹활약을 보여주는 트랙. 리치 블랙모어(Ritchie Blackmore)의 기타 톤마저 그대로 옮겨온 슈의 기타 사운드 역시 청취의 포인트다. 그런가하면 첫 귀에 쏙 들어오는 일렉트릭 기타가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멜로디라인, 바이올린이 가세한 간주와 클라이맥스로 이어지며 청자의 눈물샘을 자극하는 슬로우 넘버 ‘The Wind Blows’, ‘No More Tears’의 거부할 이유가 하나도 없는 미려한 서정성도 발군이다. 특히 ‘No More Tears’는 일본어 가사만 아니라면 라디오 방송의 에어플레이도 기대해 볼만큼 대중성과 음악성을 골고루 갖춘 수작이다.


새로운 멤버와 함께 부활의 서막을 알렸던 전작 [Resurrection]과 [Phoenix Rising]을 비교할 때 가장 눈에 띄는 차이점 하나는 바로 무그나 하몬드 오르간과 같은 과거 악기의 의도적이고 효과적인 활용이다. 물론 예전 갈네리우스의 음반 가운데 하몬드 오르간 연주가 들어간 곡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분명 이번 앨범처럼 종횡무진 오선지를 가로지르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일렉트릭 기타와 무그 혹은 하몬드 오르간이 만들어내는 현란한 유니즌 플레이는 딥 퍼플(Deep Purple), 유라이어 힙(Uriah Heep)이 맹위를 떨치던 1970년대 초·중반 하드록 밴드들이 청자들을 몰입시키는, 일종의 정형화된 방법론이었다. 하지만 갈네리우스는 이러한 스타일의 계승하면서도 고색창연한 과거의 회고담만을 늘어놓는 것이 아니라, 하이테크의 가공할 연주력을 접목시키며 또 한 번 밴드의 횡적 표현능력을 확장시켰다. 이제 갈네리우스의 음악 스타일은 슈의 현란한 기타 테크닉을 앞세운 멜로딕 파워메탈이라는 한정된 틀을 넘어서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헤비메탈이 이상적으로 공존하는 독자적인 영역 속으로 진입한 것이다.
 
글 송명하 (20111120)


* 다음뮤직(http://music.daum.net/)과 백비트(http://100beat.hani.co.kr/)에 기고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