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허달림은 그게 얼마나 큰 슬픔이었는지 모른다. 우리가 어떻게 마음 속 깊은 곳까지 밀쳐두었던 아픔들인데, 그저 덤덤한 목소리로 노래 부르며 아무렇지도 않게 끄집어낸다. 그리고 우린 다시금 그 아픔들 가운데 부유하고 또 침잠하며, 노래가 끝나면 마치 최면에 걸린 듯 리모콘의 리피트 버튼을 어루만진다. 그녀로 인한 아픔과 슬픔은 벼랑 끝에 선 체념 속 불안함이 아니고, 먼 길 보일 듯 말 듯 한 끄트머리에 희망을 품고 있는 까닭일 것이다. 버석버석한 먼지가 날리며 끊어질 듯 위태로운 목소리 가운데 오히려 서슬 퍼런 의지를 담고 있는 ‘사랑이란’이 그렇고, 비장한 강인함 가운데 무섭도록 처연한 ‘그리되기를’ 역시 마찬가지다. 이렇게 강허달림은 이야기하듯 노래하며, 노래로 이야기한다.
이번 음반은 지난 음반에 비해 묻어뒀던 이야기가 더 많았나보다. 그리고 미니멀한 악기의 편성은 보컬의 뒤편에 배치되어 청자와 화자의 거리는 더욱 가깝게 좁혀졌다. 우산 없이 탄 버스 창밖으로 갑작스레 앞이 보이지 않게 비가 내려도, 우산을 들고 마중 나왔을 그 누군가가 있을 거란 믿음에 불안하거나 초조함은 없다. 만일 정류장에 내렸을 때 그 누군가의 모습이 보이지 않더라도 그냥 시원하게 맞아버려도 좋지 않을까. 어차피 기다림을 통한 마음 속 어딘가의 따뜻한 기운 탓에 도착할 때까지의 불안함은 없었으니 말이다. 전작 [기다림, 설레임]이 마중 나와 있을 누군가를 생각하는 믿음이었다면, 이번 음반은 그곳에 아무도 없어 흠뻑 젖어버린 우리를 “좀 어때?”, “괜찮아”하며 “꼭 안아”주는 위로다.
물론 그녀의 희망과 위로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이 ‘슬픔’이다. 그 표현이 셔플(한번쯤은 좀 어때)이 되었건, 레게(꼭 안아주세요)가 되었건, 아니면 블루스와 타령의 어우러짐(그리되기를)이 되었건 간에 물감의 색깔만 달라졌을 뿐 그림이 주는 그녀만의 독특한 분위기는 동일하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지금껏 그녀의 음악을 듣지 못했던 사람들이 부럽다. 앞으로 그녀의 노래를 듣고 아픈 상처를 다시 꺼내 말초신경 저 끄트머리부터 좁쌀같이 돋아나는 슬픔 속에 빠져들 수 있는 기회를, 아직 가지고 있는 거니까. 그리고 그 슬픔 가운데 희망과 위로라는 공통분모로 다시금 행복해질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송명하, 강허달림 술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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