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던 스팟(Modern Spot)은 박중권(기타), 건반 정유리(건반), 이준현(베이스), 고중원(드럼) 그리고 엄지용(색소폰)으로 구성된 5인조 퓨전 밴드다. 모두 각자의 분야에서 편곡과 세션, 음악감독, 실용음악과 교수 등으로 개인적인 영역을 확실하게 구축하는 한 편, 이렇게 모던 스팟이라는 이름 아래서는 하나로 뭉쳐 말 그대로 이론과 실제가 공존하는 음악성을 자랑한다. 지난 2011년 [Focal Point]라는 풀랭쓰 앨범으로 음악계에 밴드의 이름으로는 처음 명함을 내 민 이후, 이번에는 크리스마스 시즌을 맞이해서 [Songs Reminding Christmas]를 발표했다. 총 세곡이 수록된 디지털 음반이다.
음반의 타이틀에서 알 수 있듯, 수록된 세 곡은 크리스마스를 떠오르게 만드는 곡들이다. 종교적인 접근을 떠나 일반적으로 생각할 때, 크리스마스마스가 연상되는 곡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한 가지는 떠들썩한 파티가 연상되는 흥겨운 음악이며, 다른 한 가지는 사랑을 속삭이는 듯 포근한 음악이다. 모던 스팟의 음악은 후자에 해당된다. 여기서 사랑이란 연인간의 사랑이 될 수도 있지만, 가족이나 친구사이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리고 수록곡에서 풍겨나는 이렇게 포근한 느낌은 마치 따스한 벽난로가 모든 강성을 이완시키는 실내에서 까만 밤 눈 내리는 창밖 풍경을 보는 듯 시각적인 이미지로 다가온다.
나일론 기타의 포근한 음색, 고즈넉한 프렛리스 베이스 기타의 미끄러짐 그리고 조심스런 피아노의 터치와 스네어 위를 쓸고 지나가는 브러시 소리가 조용히 내리는 눈 위의 발자국처럼 아련한 ‘만나고 싶던 그 겨울’이 창밖의 풍경이라면, 일렉트릭 기타와 따스한 색소폰이 주고받는 멜로디 라인이 조근 조근 속삭이는 대화처럼 들리는 ‘Gloomy X-mas’는 청자가 위치한 실내의 이미지다. 창 하나를 사이에 둔 이 두 공간의 거리는 가까운 듯 멀게 음악으로 표현된다. 창작곡 두 곡과 함께 수록된 트랙은 캐롤 메들리다. 레드 제플린(Led Zeppelin)의 ‘Fool In The Rain’을 연상시키는 변형된 셔플 리듬의 피아노와 드럼이 도입부와 엔딩을 장식하고, 그 사이에는 생소한 듯 친숙한 캐롤 음악이 배치된 곡. 슬쩍 슬쩍 리듬이 바뀌며 스윙감 넘치게 진행되는 고급스런 나열은 크리스마스 시즌 어김없이 길가 스피커를 장식하는, ‘소리 덩어리’로서의 캐롤들과는 확실한 경계선을 만든다.
이렇게 가사가 수록되지 않은 세 곡의 인스트루멘틀 넘버로 음반은 모두 끝을 맺는다. 앞서 ‘사랑을 속삭이듯 포근한 음악’이라고 언급하기도 했지만, 어쩌면 크리스마스를 함께 하는 사랑은 속삭이는 말조차 필요 없을 지도 모르겠다. 차가운 구석이란 한군데도 찾아볼 수 없는 모던 스팟의 이 음반이 연주곡으로만 꾸며진 것도 구차한 이야기보다도 그 느낌으로 모든 것을 표현할 수 있다는 얘기를 우회적으로 한 건 아닐까. 많은 사람들이 함께 듣는 게 아까워서,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만 몰래 알려주고 싶은 사랑스런 음반이다. (20131203)
글 송명하 (파라노이드 편집장)
국환이 녹음할 때 세션으로 참여하기도 했고, KBS-2FM 이무송, 임수민의 희망가요에서 하차하며 가졌던 회식에서 만나 반가웠던 베이시스트 이준현... 다음날 음원 공개 계획으로 있다며 갑작스럽게 라이너를 부탁했다;; 점심때 통화하고 그 날 밤... 원고 송부했던 숨막히는 원고;;; 피지컬 음반으로는 서비스 되지 않고, 아무래도 시즈널한 음반이라서 디지털로만 공개되나보다. 관심 있는 분들은.. 각자 이용하는 사이트에서 스트리밍이나 다운로드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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