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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원경 [도원경 1집] 본격적인 국내 첫 여성 헤비메탈 보컬리스트 도원경의 데뷔작  1988년 유일한 앨범을 발표한 이브(Eve)의 활동이 1년 만에 중단된 후 국내 하드록/헤비메탈 신에서 여성 뮤지션의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장르 자체는 한동안 해외에서조차 남성의 전유물로 인식되었을 뿐 아니라 1990년대에 들어서며 그마저도 주류에서 멀어졌다. 그로부터 5년이 지난 1993년, 지금까지도 국내 록 팬의 입에 꾸준하게 회자되는 두 장의 앨범이 발표됐다. 한 장은 부산 발 하드록 밴드 와일드 로즈(Wild Rose)의 데뷔작이며, 또 한 장은 솔로 보컬리스트 도원경의 데뷔앨범이다. 와일드 로즈에게는 소의 ‘조베이스 사단’으로 불리는 메탈라이브, 도원경에게는 소위 한국 헤비메탈의 1세대로 불리는 백두산의 유현상과 이은하와 호랑..
시나위 [시나위 5집] 시나위 제2의 전성기를 예고하는 예광탄 1986년, 금빛 날개를 형상화한 밴드 로고로 등장해 길지 않았던 한국 헤비메탈의 황금기를 견인했던 시나위.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들의 날개는 1990년 네 번째 앨범을 마지막으로 꺾이게 된다. 강렬한 타이포그래피로 ‘Heavy Metal’이란 단어를 재킷에 그려 넣으며 말 그대로 혜성처럼 등장해 이후 국내 헤비메탈의 최전방에서 흐름을 진두지휘했고 음악계에 커다란 족적을 남기게 되는 많은 멤버를 배출했지만, 계속되는 내부 사정을 봉합해가며 변화하는 음악 신에 헤비메탈이라는 음악으로 밴드를 유지하기는 불가능해 보였다. 결국 시나위는 해체의 수순을 밟게 되고, 리더 신대철은 이듬해인 1991년에 블루스/하드록 밴드 자유를 결성했다. 하지만 자유 역시 한 장의 앨범 외에 ..
송골매 [송골매 4] 황금기를 마감하며, 앞으로 자신들에게 일어날 커다란 변화를 예고하는 앨범송골매는 표면적으로 항공대학교의 캠퍼스밴드 활주로와 홍익대의 캠퍼스밴드 블랙 테트라가 결합한 밴드다. 표면적이라고 이야기한 것은 밴드의 구성원들을 살펴볼 때, 당시 캠퍼스 페스티벌에 출전했을 때의 활주로와 블랙 테트라의 멤버들이 주축이 되긴 했지만, 두 밴드의 멤버들만으로 구성된 밴드가 아니라, 송골매라는 이름으로 완전히 재창조된 밴드라는 것을 의미한다. 밴드의 구성원을 잠시 살펴보면, 우선 배철수는 이미 알려진 바와 같이 항공대의 활주로 출신이지만, 이봉환은 활주로 출신이 아니라 배철수와 중학교와 고등학교 동창사이다. 활주로에서 잠시 함께 활동했던 것은 바로 그러한 때문이다. 물론, 구창모와 김정선은 블랙 테트라 출신이다. 하지만,..
김인숙의 ‘안녕, 엘레나’ 김인숙의 동명 소설집 가운데 첫 번째 단편소설이다. 사실 이 책을 산 이유는 제목 때문이다. ‘안녕, 엘레나’. 토토(Toto)의 3집 앨범 [Turn Back]에 담긴 ‘Goodbye Elenore’가 떠올랐다. 신기하게도 뮤직비디오를 좀처럼 접할 수 없었던 시절, 지상파 티브이를 통해서 보고 깊은 인상을 받았던 곡. 물론 소설과 이 노래는 전혀 관계가 없다.  소설은 주인공 소망이 직장을 그만두고 해외로 여행을 떠나는 친구에게 이복동생을 찾아 달라는 부탁을 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얼마 지나지 않아 친구로 부터 ‘엘레나’라는 이름을 가진 이들의 사진이 이메일로 도착한다. 이들의 사진을 보고 인화해서 벽에 붙이며 소망은 아버지에 대해 생각한다. 어쩌면 이 소설은 아버지를 이해하고 용서하는 과정이라는 생..
제주 환상종주를 다녀와서 (2) 종주 이틀째. 일찍 일어나서 1층에 있는 편의점에서 도시락과 컵라면 하나를 사서 올라와 아침 식사를 마치고 체크아웃. 다시 자전거에 오르기 전에 체인에 오일을 도포하고 타이어의 공기압도 채웠다. 해영이에게서 얻은 샤오미 무선 전동펌프는 이번 종주에서 정말 유용하게 썼다. 쇠소깍 인증센터 가는 길은 정방폭포 입구를 통과해서 가게 된다. 물론 입장료가 있는 정방폭포에는 따로 들어가지 않았다. 쇠소깍 인증센터 스탬프도 무사히 찍고... 쇠소깍 인중센터에서 표선해수욕장으로 가는 길에 모카다방에 들렀다. 맥심 모카 골드 CF 촬영지라고 하는데, 종주를 위해 참고했던 대전의 유튜버 ‘다재다능 맹구’님의 영상에서 보고 보이면 꼭 들러야지 생각했는데, 바로 눈에 들어왔다. 아이스 아메리카노로 카페인 충전하고 달달한 엿..
제주 환상종주를 다녀와서 (1) 해마다 연말이면 다이어리를 새로 산다. 다이어리에 남기는 첫 흔적은 표지 뒷면에 쓰는 새해에 이루고 싶은 목표다. 지난해에도 어김없이 다이어리 한 권을 샀고, 습관처럼 한 해의 목표를 적었다. 물론 지금까지 이룬 건 거의 없다. 그런데 이것만은 꼭 하고 싶었다. ‘제주 환상종주’. 종주를 위해 봄에 자전거도 새로 샀고 틈날 때마다 관련된 유튜브 영상을 찾아보며 기회를 노렸다. 그리고 결국 10월 연휴 다음 주로 날짜를 잡았다. 연휴엔 아무래도 이동이 많을테고, 한 주 뒤면 연휴가 지났기 때문에 오히려 보통 때보다도 한가할 거라는 생각을 했다. 여튼 여행을 위해 모든 방송 스케줄을 녹음으로 돌려 한 주를 완전히 비웠다. 물론 한 주 내내 여행을 하려는 건 아니었지만, 세부적인 계획을 전혀 세우지 않고 떠나..
오기와라 히로시의 ‘소문’ 방송 때문에 청주에 갔다가 시간이 남아 알라딘 중고서점에 잠시 들러 책 한 권을 집어 들었다. 오기와라 히로시(荻原浩)의 . “마지막 4글자에 모든 것이 뒤바뀐다!”는 카피문구에 혹했기 때문이다. 사실 추리소설 마니아라면 ‘반전’이 얼마나 중요한 요소인지를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물론 난 책을 많이 읽는 편도 아니고 마니아는 더더욱 아니지만 이미 몇몇 소설을 통해 반전의 매력에 푹 빠진 터라 마지막 네 글자를 위해 숨 가쁘게 책을 읽어 내려갔다. 결론적으로 엄청난 반전이긴 하지만 그렇게 충격적인 결말은 아니었다는 생각이다. 또 전문가는 아니지만 전체적인 개연성이 좀 부족한 느낌 역시 있었다. 개인적으로 추리소설은 거미줄처럼 촘촘하게 짜인 구조와 뜻하지 않은 복선이 얽혀 놓친 게 무언지 앞 페이지로 되돌아..
대전, 그 때는... (1) 이 글은 어떤 연구의 결과가 아니라 내 기억과 당시 생각에 의존한 내용이기 때문에 사실과 다를 수도 있다.  내가 방송국과 처음 인연을 맺은 건 1987년이다. 당시 대전 MBC-FM의 간판 프로그램이었던 ‘권희정의 팝스 퍼레이드’에 게스트로 출연하게 됐는데, 매주 출연은 아니고 나(충남대 아마추어 디제이 클럽), 김소영(한남대 오선회), 신윤철(대전대 소리방)이 돌아가면서 나갔다. 한 번에 세 곡씩 소개했던 프로그램이었는데, 당시 제작 담당은 이태기 PD였다. 이태기 PD는 각 대학의 음악감상 동아리에 관심이 많았다. 자연스레 이태기 PD를 중심으로 3개 대학 연합 동아리인 MOT(Music Over Three)가 만들어져 대학 동아리끼리 교류를 가졌고, 음악 감상회도 주최했다. 이태기 PD는 우리 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