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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ER'S MUSIC LIFE/BEHIND THE SCENES

락커로 산다는 것. 우리나라만 힘든 건 아니다.

Seraphim


국내 밴드와 인터뷰를 하다보면, "우리나라는 정말 락음악하기 힘든 나라"라는 불평을 많이 듣는다. 물론 틀린 이야기는 아니다. 클럽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많은 밴드의 멤버들에게 다른 부업 없이 음악만으로 먹고 살 수 있는 여유란 없다. 하지만, 이러한 일들이 비단 '우리나라'에 한정된 얘기일까 하면 그렇지 않다. 야자와 아이의 '나나'만 보더라도 브래스토가 처음 도쿄로 건너와서 어렵사리 클럽 무대에 오르는 장면이나, 쇼우지가 나나(하찌)에게 나나가 아무리 실력이 뛰어나더라도 음악 만으로 먹고살기는 힘들다고 이야기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일본 역시도 부업 없이 음악활동만으로 생계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말이다.

사진을 올려놓은 세라핌이라는 밴드는 대만의 멜로딕메틀 밴드다. 이들이 세계시장에 이름을 알리게 된 건 일본을 통해 [Ai]의 영어버전 음반이 발매되면서다. 2004년. 일본의 한 메일오더점에 음반을 주문해 책에 리뷰를 실은 적이 있는데, 하루는 인터넷 서핑을 하다가 깜짝 놀랐다. 우연히 들어간 이들의 사이트(http://www.seraphim-metal.com/)에 내가 책에 썼던 리뷰 내용이 그대로 우리 말로 올라가 있는 것이었다. 국내의 한 인터넷 쇼핑몰에서 인용한 내 기사를 카피했으리라는 추측을 해 봤지만, 아무튼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만난 내 글은 숨겨져 있던 호기심을 발동시켰고, 리뷰가 실린 책을 직접 보내주고 싶은 마음도 생겼다. 결국 이메일을 통해 주소를 받아 책을 한 권 보내주었다. 그들은 당시 새로운 음반을 제작하는 중이었는데, 때 마침 에드가이의 대만투어 파트너로 정해져서 무척 들뜬 심경을 메일에서 그대로 읽을 수 있었다. 아래는 책을 받은 뒤 그들이 보내준 메일 내용이다.

Dear Song

We've received your magazines, thank you so much! your mags is so cool! we love it!!
We're going to have some gigs recently, and after those shows, we'll back for the works of new album.
Hope the new album will come out this summer, and we'll let you know our latest news, and we won't forget to send our promos to you!!

Thanks again!
Best wishes

SERAPHIM



Dear Sirs.

Thanks for your kindly mail.
I'll wait for a good news from you, and wish to great gigs with Edguy.

Best regar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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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nior Editor

Song Myoung Ha
HOT MUSIC MAGAZINE


이 때가 2006년. 하지만 그 해에도 지난 해에도... 지금 까지 새로운 음반은 발매되지 않고 있다. 홈페이지 역시 말끔하게 단장되고 [Rising]이라는 음반의 타이틀과 트랙까지 공개되었지만, 'coming soon...'이라는 이야기가 3년째 그대로 써 있는 것이다. 밴드가 해산한 것은 물론 아니다. 앞서 이야기했듯 카멜롯이나 에드가이 등 멜로딕메틀 계열의 밴드가 대만투어를 가질때면 언제나 투어 파트너로 함께 공연을 가지고, 중국의 클럽에서 가졌던 공연의 부틀랙 DVD가 발매되기도 했으니말이다. 부틀랙이란 걸 감안한다손 치더라도 너무나 열악한 클럽 환경 아래서 열심히 공연을 펼치던 이들의 모습(DVD는 웬만한 인내심을 가지고는 보기 어려울 정도의 음질과 화질을 가지고 있었다)과 계획에서 3년이나 발매가 늦어지고 있는 신보소식을 보면서... 정말 "우리나라는 정말 락음악하기 힘든 나라"라고 서슴지 않고 이야기하던 국내 밴드들의 모습이 다시 한번 떠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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