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국과 ADD 4 [그대는 어데로]


신중현이 결성한 최초의 록 밴드 애드 포가 연주를 맡은 김영국의 음반


1960년대 중반을 기점으로 국내에 로큰롤이 본격적으로 유입된다. 그 시작은 물론 미8군 무대였지만 비슷한 시기 국내 뮤지션들은 미8군 무대와 극장 쇼를 비롯한 일반무대 활동을 병행했다. [매혹의 째즈씽거 김영국과 정열의 악단 Add4]는 초기 로큰롤 뮤지션들의 치열한 활동을 증명하는 소중한 기록이다. 이 음반처럼 가수 플러스 밴드의 포메이션으로 이루어진 형태는 여러모로 비슷한 시기인 1960년대 중반부터 출반된 쟈니 리 / 키 보이스 [오! 우짤꼬 / 정든 배는 떠난다], 정원 / 샤우터스 [정원과 샤우더스 전집], 이태신 / 파이브 핑거스 [이태신과 Top Song Vol.1]을 연상시킨다. 이 가운데 쟈니 리 / 키보이스의 음반은 두 뮤지션이 각각 LP의 한 면씩을 담당한 일종의 스플리트 음반이고, 나머지 음반은 ‘가수’는 노래를 밴드는 ‘반주’를 맡은 음반이다. 김영국 / 애드 포의 경우는 후자에 해당한다. 백방으로 수소문해봤지만 다른 가수들에 비해 인지도가 낮은 김영국에 대한 자료는 전무하다시피 했다. 그의 이름이 언급된 기사 하나를 보자.


한국예능단이라는 이름으로 자유중국으로 비롯하여 동남아일대를 순연키로 되었던 대규모의 연예단이 단장의 무책임한 행위로 인해 대만에서 5개월간 고생하다가 5월 6일 간신히 귀국한 일이 있었다. (중략) 

여기에 따라간 일행에는 작곡가 황문평씨를 비롯하여 「코메디언」 배삼룡, 이완율, 이기송, 고계화, 「마운틴·시스터즈」, 김영국, 이길남, 김해성, 「허니·비즈」, 전정희 등이 있는대, 단장 김낙곤씨는 지금 일본에 있는 중이고 일행 중 황문평씨는 일본을 거쳐 12일 귀국했다. (후략)

- ‘연예인의 무모한 해외진출에 경종’ 동아일보 1965년 5월 13일


앞서 인지도가 낮았다고 이야기했지만, 이렇게 해외 공연 팀의 일원으로 공연을 펼쳤던 점, 또 같은 음반이 시대 레코드와 톱싱거 레코드를 통해 각각 다른 재킷으로 출반되었던 점을 생각한다면, 당시 그의 활동이 무척 활발했음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물론 이 음반의 오리지널이 경매 사이트나 중고 LP 사이트에서 엄청난 고가를 형성하고 있는 건 김영국이라는 당시 가수때문이 아니고 신중현이 조직해 최초의 창작곡을 녹음한 밴드 애드 포(Add 4) 때문일 것이다. 아쉽게도 애드 포와 김영국의 커넥션이 어떻게 이루어졌던 것인지에 대해 확인할 길은 없으나, 앞선 기사와 비슷한 시기 에드 포에 대한 기사에서 희미한 연결고리 하나를 볼 수 있었다. 애드 포 역시 일반무대에서 활동하며 해외 공연이 기획됐던 밴드였다는 점이다. 비록 겹치지는 않는 연결점이지만, 당시 김영국 그리고 에드 포의 위치가 어느 정도 평행선상에 놓여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단서라고 하겠다.


「쇼」 「플레이·보이」 단장 이순우씨는 그가 조직한 「에드4」와 「제비·시스터」를 오는 6월에 동남아 일대서 공연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약 1년 동안 해외 공연할 이들은 월남의 「비둘기부대」를 찾아 위문공연도 가질 것이라고….

미8군 「쇼」와 일반무대에서 4명을 추려 반년 전에 조직한 「에드4」는 「밴드·마스터」인 「재키」신중현(퍼스트·기타) 윤광종(세컨드·기타) 한영현(베이스·기타) 권순(드럼) 등인데 이들은 「비틀즈·스타일」로 노래도 하고 연주도 한다. 이들과 일행인 「제비·시스터즈」는 강미애(앨토) 현은자(소프라노)인데 노래와 더불어 춤도 춘다.

또 하나의 「코리언·쇼」가 해외무대서 인기를 모으게 되었다.

- ‘수출되는 우리 「쇼」 「재키」의 「에드4」’ 경향신문 1965년 5월 17일


물론 이 음반의 주인공은 어디까지나 애드 포가 아니라 김영국이다. 전반적인 공통분모로 규정짓긴 곤란하지만 초창기 국내 밴드에게 있어 비틀스(The Beatles)의 영향은 절대적이었다. 위 기사에 등장하는 것처럼 애드 포가 그랬고, 키 보이스(Key Boys)의 데뷔앨범 아트워크에 등장하는 ‘한국의 비틀즈’라는 표현 역시 이를 간접적으로 증명한다. 그에 비해서 미8군 무대와 일반 무대를 오가며 활동했던 가수의 경우는 어떨까. 밴드와 비틀스의 관계처럼 이들에게는 엘비스 프레슬리(Elvis Presley)라는 공통분모를 찾을 수 있다. 재킷 사진에서 마치 사전에 짠 것처럼 동일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이태신과 김영국의 포즈에서 엘비스 프레슬리의 모습을 떠올리는 건 그리 어렵지 않다. 이들 외에도 비슷한 시기 국내에는 남석훈, 차중락 등 많은 가수들이 엘비스 프레슬리의 노래로 사랑받았다는 점 역시 엘비스의 영향력을 증명한다. 앞서 이 음반의 주인공이 에드 포가 아니라 김영국이라고 단정한 것은 이 음반의 전체적인 성격이 바로 엘비스에 영향 받은 ‘가수’ 음반의 성격을 띄고 있기 때문이다.


이 음반의 B면은 온통 엘비스 프레슬리의 곡으로 채워졌다. 레이 찰스(Ray Charles)의 ‘왓아이세이(원제: What'd I Say)’도 있지만, 이 곡 역시 엘비스 프레슬리가 부른 버전의 편곡을 따르고 있으며, ‘하룻밤을(원제: One Night)’과 ‘내멋에 산다(원제: All Shook Up)’, ‘가슴이 터지게(원제: Heartbreak Hotel)’ 그리고 ‘너무 사랑해요(원제: Too Much)’ 모두 엘비스 프레슬리의 대표곡들이다. 그리고 마치 엘비스 프레슬리의 모창을 하는 것 같은 이 곡들의 성격은 남성남 작곡으로 되어있는 타이틀 트랙 ‘그대는 어데로’에도 그대로 담겼다. 곡의 멜로디 전개는 폴 앵카(Paul Anka)의 ‘You Are My Destiny’ 혹은 ‘Crazy Love’를 연상시키지만, 전반적인 분위기는 엘비스 프레슬리에 더 가깝다.


B면에 포진된 엘비스 프레슬리의 노래와 타이틀곡 ‘그대는 어데로’를 제외한다면 A면에는 비교적 차분한 번안곡이 담겼다. 페기 리(Peggy Lee)가 부른 서부영화음악 ‘쟈니 기타(원제: Johnny Guitar)’가 그렇고, ‘夜霧のしのび逢い’라는 일본 제목을 그대로 옮겨온 ‘안개 낀 밤의 데이트’라는 타이틀이 익숙한 그리스 영화 ‘Τα Κόκκινα Φανάρια(The Red Lanterns)’의 일본 개봉판 추가 삽입곡 ‘밤안개속에 데이트(원제: Ra Playa)’, 그리고 고전 ‘썸머타임(원제: Summer Time)’ 역시 마찬가지다. ‘반주’에 머문다고 해서 신중현, 그리고 애드 포의 비중에 의심을 가질 필요는 없다. 행크 스노우(Hank Snow), 벌 아비브스(Birl Ives)의 버전처럼 스틸 기타의 슬라이드 연주가 등장하진 않지만, 독특한 하와이언 리듬을 맛깔스럽게 재현한 ‘진주 조개잡이(원제: Pearly Shells)’, 흡사 공연장의 떠들썩한 분위기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왓아이세이’는 원곡 못지않은 에너지로 넘친다. 오히려 당시 ‘경음악’이라 표현되던 연주곡을 담은 애드 포의 다른 음반에 비해 밴드로서의 매력은 더욱 잘 살아있다.


자료가 남아있지 않을 정도로 짧은 활동을 했던 김영국과 마찬가지로 애드 포 역시 그 생명력은 길지 않았다. 어쩌면 이 음반이 지금까지 많은 이들이 알지 못한 채 꼭꼭 숨어있었던 이유도 짧았던 뮤지션으로서의 활동 때문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국내 록음악을 사랑한다면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치열했던 국내 초기 로큰롤 뮤지션들의 활동을 증명하는 많지 않은 기록 가운데 하나로서, 또 ‘작곡가’ 신중현이 아닌 ‘기타 연주자’ 신중현의 초기 연주 스타일 들을 수 있다는 거부하기 어려운 매력 때문에 라도 반드시 거쳐 가야 할 음반임에 분명하다. (20170818)


글 송명하 (파라노이드 편집장)

0  Comments,   0  Trackbacks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