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원하고 몇 주 되지 않아서 생방송 때문에 찾아갔던 교통방송국. 유길이형이 날 보자마자 "배달된 핏자 먹으러 가야지~"하며 손을 잡아 끈다. 정말 편제실 유길이형 책상 위에는 핏자 박스와 똑같이 생긴 박스 하나가 놓여있고, 그 안엔 버진의 LP가 들어있었다.
이미 '전영혁의 음악세계' 애청곡 가운데 하나인 'Father' 수록, 초 고가 음반은 아니지만 CD로 발매되지 않았고, 그나마 LP도 잘 눈에 띄지 않아서 컬렉터들의 애간장을 녹이는 음반. 유길이형은 그저 "이베이에 보이길래 네 생각이 나서 베팅을 했지."라고 이야기하며 음반을 건냈다. 또 다른 누군가를 줘야하는지 "빨리 또 한 장을 구해야 할텐데..."라는 다소 아리송한 뉘앙스가 풍기는 이야기의 의미를 그땐 알지 못했다.
지난 주, 방송국에 갔다가 우연히 들었다. 유길이형이 나에게 선물로 줬던 음반은 때 마침 이베이에 경매 물품이 나왔던 게 아니고 자신이 가지고 있던 음반을 준 것이었다. "힘들게 병원에 있다가 퇴원했는데, 이 정도는 받아야 힘이 나지 않겠니? 근데 막상 주고서 다시 구하려니까 음반 참 잘 안보인다.."라며 멋적게 웃는 유길이형의 모습을 보면서... 모든 게 그렇지만 선물 역시도 자기 자신의 희생이 있어야 더욱 커다란 의미가 있는 거라는 생각을 했다.
어젠 나 스스로에게 선물을 해 볼까 하는 생각으로 일본의 한 메일오더 음반 사이트에 몇 장의 음반을 주문했다. 이 음반들은 나에게 또 어떤 의미가 될까... 매마른 목소리가 여운이 길게 남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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