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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ER'S MUSIC LIFE/EXTERNAL CONTRIBUTIONS

월간 토마토 2011년 3월호...

아.. 지난달엔 그나마 써 뒀던 글도 포스팅을 못하고;;;
3월호 토마토에는 국내 재발매 음반 몇장에 관한 리뷰를 실었다.

송명하의 테마음악 파일 #3

공유, 따스한 감성의 음악
글 송명하 (트위터 @MyounghaSong)

그렇게 오래되진 않은 것 같지만, 라디오가 아니면 카세트 테이프나 음반을 통해서 밖에 음악을 듣지 못하던 때가 있었다. 그땐 쇼윈도 바깥으로 놓인 스피커에서 나오는 음악에 이끌려 레코드샵을 기웃거리다 음악이라는 공통분모 하나로 그곳에 있는 사람들과 진실한 이야기를 나눴다. 그때의 음악은 내가 손으로 만질 수 있는 음반 속에 있었고, 진실한 이야기들은 손때 묻은 그 음반에서 아직 계속된다. 이렇게 음악은 공기를 떠도는 휘발성의 존재가 아니고, 따스한 온기를 가진 실체가 된다. 최근 우리 누나나 형의 세대, 혹은 부모님의 세대 음악들이 예전 LP 모양의 포장에 담겨 다시 발매되곤 한다. 이러한 몇몇 장의 음반을 통해 우린 그들이 우리와 같은 나이일 때 느꼈던 감성을 공유한다. 손으로 만질 수 있는 음악이 있어 참 다행이다.

 

김트리오 / Kim Trio Vol.2
1979년 데뷔앨범을 발표하며 김트리오가, 당시 히트의 정상을 달리던 최헌, 윤수일, 희자매 등과 나란히 안타기획을 대표하는 얼굴로 자신들의 위치를 승격시키는 데에는 그다지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이는 밴드의 구성원들이 베니 김 쇼를 이끈 베니 김(김영순)의 자제들이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는 사실이었고, 무엇보다도 <연안부두>라는 스매시 히트곡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연안부두>로 김 트리오의 음악성을 한정짓기에 이들이 가진 것은 너무 많았다. 두 번째 음반에 해당되는 이 음반은 드럼의 필인과 공격적인 슬랩 베이스 인트로를 가진 <똑딱똑딱>과 차갑고 몽환적인 키보드 사운드를 앞세운 <사랑은 영원히> 등 밴드의 재능을 한껏 느낄 수 있는 음반이다. 하지만 퓨전/훵크 음악이 춤의 일종으로만 인식되던 시절, 스텝을 맞추기 어려운 이들의 새로운 음악은 철저하게 외면당했고 마지막곡 <그대여 안녕히>와 같이 김트리오는 아쉽게도 대중들과 완전한 이별을 고하게 된다.

우리들 / 아름다운 사람아 아름다운 노래를
우리의 머릿속엔 언제부턴가 우리의 1970년대 초반이 ‘청바지’, ‘생맥주’ 그리고 ‘통기타’의 시대라고 은연중에 각인되어, 당시의 젊은이들이 물질적으로는 가난했을지언정 ‘낭만’이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한없는 자유로움의 동경이 대상이 되어있는 듯하다. 하지만, 앞선 세 단어가 주는 혜택에 직접적인 수혜를 입은 사람들은 우리의 생각처럼 그렇게 보편적이진 않았다. 일반적인 젊은이들에게 미군 부대 근처에서 흘러나오는 몇몇 벌 이외에 ‘청바지’를 구할 기회는 그렇게 많지 주어지지 않았으며, 살롱이나 호프집의 ‘생맥주’보다는 선술집의 ‘막걸리’가 보편적이었다. 그리고 ‘통기타’를 치며 부를만한 ‘우리’ 스스로의 노래는 거의 없었다. 이 음반의 출발점은 바로 여기에 있다. 1972년 ‘내슈빌’이라는 음악실에서 노래 부르던 박두호, 방의경, 김태곤, 김광희, 박두영 등이 함께 한 음반. 손악기와 목소리로 표현되는 소박하고 진실한 음악들은 40여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우리를 끌어당길 충분한 향기를 지녔다.


서울 나그네 / 고고 생음악 1집
서울 나그네는 핫락스(Hot Rocks)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던 사랑과 평화의 전신 밴드다. 이미 10대 때 ‘신동’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아이들(Idol)이라는 밴드를 이끌었던 기타리스트 최이철은 이후 김대환의 김트리오, 영 에이스를 거치며 서울 나그네라는 밴드를 조직한다. 서울 나그네의 멤버는 초기 사랑과 평화의 정예 라인업과 동일하다. 사실 음반은 외형적으로 색소폰이 ‘촌스럽게’ 정면으로 부각된 사진이나, 유치하기 짝이 없는 음반의 타이틀 등 어느 한 부분 구매의욕을 자극하는 부분이 없다. 하지만 8분이 넘는 첫 번째 트랙 <해뜰 날>을 필두로 어느 한곡 청자의 긴장감을 늦추게 하는 트랙이 없다. 리메이크로만 이루어진 음반이긴 하지만 동시대에 활동했던 해외 유수의 밴드들에 비해도 전혀 손색없는, 말 그대로 초인적인 연주의 진수성찬이다. ‘긴급조치 9호’와 함께 시작된 국내 록의 암흑기에 발표된 금싸라기와도 같은 명반이다.

2011/02/02 - [기타 음악컬럼] - 월간 토마토 2011년 2월호...
2011/01/07 - [기타 음악컬럼] - 월간 토마토 2011년 1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