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크록에 기반을 둔 감성적인 록 사운드
템페스트(Tempest)는 1969년 주간경향에서 주최한 ‘전국 아마추어 포크 콘테스트’에서 대상을 받았던 장계현이 당시 주간경향의 서병후의 소개에 의해 1970년 키 브라더스에 가입하게 되고, 키 브라더스의 멤버로 닐바나 등에서 활동하던 도중 함께 출연했던 밴드의 리더 유상봉의 제안으로 그 밴드에 합류하며 결성되었다. 1971년 번안곡을 위주로 담은 데뷔앨범 「템페스트 힛트곡 제1집」을 발표하고, 닐바나, 풍전, 타워, 센트럴 등 고고클럽을 중심으로 활동을 벌이며 순식간에 ‘고고클럽의 왕자’로 스스로의 위치를 자리매김한다. 「장계현과 Tempest」는 1973년 발매된 두 번째 음반으로, 다소 어수선한 분위기를 가지고 있던 데뷔앨범에 비해 여러모로 정돈된 느낌을 주는 음반이다. 이렇듯 정돈된 느낌은 리드 보컬리스트였던 장계현의 위치를 부각시키며 이루어진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음반의 자켓을 살펴보면 소개 글 가운데 ‘감미(甘美)롭고 시정(詩情)있는 소프트 로크’라는 표현이 나오는데, 이 내용이 당시 ‘고고클럽’의 섭외 1순위로 꼽히던 템페스트의 매력을 가장 잘 설명해 주는 문구라고 할 수 있다. 템페스트는 이 앨범 수록곡 <잊게 해주오>를 히트시키며 밴드의 인기를 ‘고고클럽’에만 한정시키지 않고 일반 대중에게로 넓혀가며, 크리스마스 캐롤 음반인 「템페스트 고고 캐롤, 징글 벨 / 믿어야지」(1974)가 발매된 것도 이 즈음이다.
김영광/김중순이라는 보증된 히트 메이커에에 의해 잘 만들어진 멜로디 라인을 가지고 있는 슬로우 템포의 <잊게 해주오>는 가성과 진성을 오가는 장계현의 매력적인 보컬과 멤버들의 무리하지 않고 무난한 연주가 어우러진 템페스트의 대표곡이다. ‘기다리는 마음’과 ‘생각하면’은 각각 ‘Help Me Make It Through The Night’와 ‘For The Good Times’를 번안한 곡인데, 이 외에도 많은 번안곡들이 전술했던 템페스트의 매력에 딱 어울리는 곡들이다. 이는 동시대 ‘소울 & 사이키델릭’을 지향하며 국내에서 활동했던 많은 록밴드들이 연주했던 음악들과는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는 곡이었으며, 밴드의 지향점을 그대로 보여주는 선곡이라고 하겠다. 또, 이는 밴드의 창작곡인 ‘내 사랑’과 같은 곡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일종의 공식과도 같다. <고향길(원곡 ‘Take Me Home Country Road’)>은 김세환과 듀엣으로 활동했던 장계현의 이력을 떠올릴 수 있는 완벽한 포크/컨트리 넘버. 하모니 보컬과 특유의 ‘고고’리듬이 등장하는 김영광 작곡의 <그대만이>가 그나마 1970년대 초반의 공기를 함께 호흡했던 동료 밴드들과의 연관관계를 보여주는 트랙인데, 이곡에서도 어김없이 등장하는 클린톤의 일렉트릭 기타와 어쿠스틱 기타의 조화는 분명 템페스트만의 오리지널리티다.
하지만 보컬리스트였던 장계현이 부각되고, 실질적인 리더였던 유상봉의 위치가 흔들리면서 멤버간의 불화가 생기게 된다. 결국 1975년 장계현은 자신의 그룹 하얀 날개를 결성하며 밴드를 떠났고, 남은 템페스트의 멤버들은 다시 유상봉 리더 체제로 「지구 전속 1집, 약속시간 / 잊을 수 없는 그대」(1975)와 「돌풍 Tempest 골든 앨범 Vol.1, 그러나 / 파도」(1976)를 발표한다. 1976년, 장계현이 다시 가입하며 「장계현과 돌풍, 혼자 있어도 / 사랑이 흐르던 강」을 발표했지만 그리 오래가지 못했고, 장계현은 1977년 솔로로 독립하여 <나의 20년>이 수록된 「장계현 골든앨범 77」을 발매하며 ‘인기 가수’의 위치로 등극한다. 활동이 뜸 했던 템페스트는 1982년 유상봉에 의해 재조직되어 「유상봉과 태풍, 그대만이 / 작별」을 발표한 바 있다. (20120827)
Side A
1. 잊게 해주오
2. 기다리는 마음
3. 생각하면
4. 내 사랑
5. 그대만이
6. 당신이 없는 세상
Side B
1. 차디 찬 내 마음
2. 믿어야지
3. 이 세상 끝까지 따라가리
4. 고향길
5. 옛 고향
6. 타임
1973 / 오아시스
글 송명하
* 월간 핫트랙스 매거진(http://info.hottracks.co.kr/company/main)에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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