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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ER'S MUSIC LIFE/EXTERNAL CONTRIBUTIONS

RIC OCASEK, 프로듀서가 아니라, 카스 시절을 재현하는 솔로음반으로 돌아온

 

되돌아온 뉴웨이브의 유행으로 카스가 이미 1980년대에 발표했던 곡도 다시 조명을 받고 있는 가운데, 카스의 리더였던 릭 오케이섹이 신보를 발매했다. 지난 음반이 발표된 지 8년 만에 나온 음반이다.

 

1980년대 아메리칸 뉴웨이브의 열풍을 주도했던 카스(The Cars)의 리더지만, 요즈음의 록 팬들에게는 위저(Weezer)나 배드 릴리전(Bad Religion), 홀(Hole)의 프로듀서였다고 설명하는 편이 빠를 듯 하다. 1978년 데뷔앨범을 발표하고, 수록된 ‘Just What I Needed’를 빌보드 탑 40에 랭크시키면서 간결하면서도 박진감 넘치는 카스의 사운드는 대중들의 순식간에 반향을 얻어냈다. 음반의 히트는 1979년 그래미 어워드에서 최우수 신인상의 영예로 이어지고, 다음 음반인 [Candy O] 역시 더블 플래티넘을 기록하며 식지 않은 인기를 확인시켰다. 카스 활동의 최고 정점은 1984년에 발표한 다섯 번째 음반 [Heartbreak City]였다. 인상적인 비디오 클립으로 등장한 ‘Drive’를 수록했던 이 음반은 이들의 1집과 2집의 판매량을 합친 것 보다 800만장이나 더 많은 판매고를 기록함으로서, 음악적으로나 대중적으로 가장 물 오른 시기였음을 입증해 보였다. 이후 1987년 다소 아쉬움이 드는 음반 [Door To Door]를 마지막으로 카스는 해산한다.

 

릭 오케이섹의 첫 번째 솔로앨범 [Beatitude]는 그가 카스에서 활동하던 1982년에 발매되었고, 그가 카스에서 시도했던 록시 뮤직(Roxy Music)이나 데이빗 보위(David Bowie) 풍으로의 어프로치가 심화된 음반이었다. 1986년의 [This Side Of Paradise] 발표 이후 카스의 해산 이후에도 꾸준한 솔로활동과 함께 새로운 밴드들의 프로듀스를 병행하던 그가 지난해 발 발표한 [Nexterday]는 통산 7번째에 해당하는 솔로음반이다.

 

사실 지난 1997년에 발매된 [Troublizing]과 같은 경우 그 자신의 솔로 음반이라기보다는 그가 ‘프로듀스’한 음반이라는 표현이 맞을 듯하다. 스매싱 펌킨스(The Smashing Pumpkins)의 빌리 코건(Billy Corgan)을 비롯해서 그가 프로듀스한 밴드의 멤버들인 홀의 멜리사 아우프 데어 마우어(Melissa Auf der Maur), 배드 릴리전의 브라이언 베이커(Brian Baker) 등 화려한 멤버들이 참여한 것도 바로 그런 이유로 설명할 수 있다. 그에 반해 이번 음반은 예전 카스 시절의 동료인 키보디스트 그렉 호크스(Greg Hawkes)와 배드 브레인스(Bad Brains)의 베이시스트 대릴 제니퍼(Darryl Jenifer)가 몇몇 곡에 참여한 것 이외에 거의 대부분의 연주는 릭 오케이섹이 직접 8트랙 녹음기를 통해 스스로 녹음했다. 노래와 프로듀스 역시 마찬가지다. 수록곡들이 주로 기본편성의 악기들이 사용된 탓인지, 과거 회고의 느낌이 강하다. 물론, 세월의 흐름에는 영향을 받을 것 같지 않은 그의 목소리와 창법 역시도 느낌에 일조를 하고 있다.

 

“제 막내둥이 올리버는 ‘tomorrow’라는 단어를 알지 못하고 ‘nexterday’라고 이야기하죠. 멋진 제목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음반의 타이틀로 정하게 되었습니다. 그때 예전에 만든 곡들을 듣고 있었는데, 데모인 상태로 놔두기보다는 새롭게 레코딩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Nexterday’라는 음반의 타이틀이 주는 뉘앙스에는 과거와 미래가 공존한다. 그의 철저한 계산에 의해 만들어졌으리라는 추측과는 달리, 타이틀은 엉뚱하게도 그의 4살짜리 막내의 입을 통해 나왔다는 설명이다. 

 

새로운 음반의 작업에는 그렇게 많은 시간에 소요되지 않았다. 곡을 쓰는데 두 달, 그리고 녹음을 하는데 다시 두 달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었고, 녹음은 거의 그의 집에서 이루어졌다. 음반에 수록된 곡 가운데에서 최고의 곡을 뽑아달라는 질문에는 “한 곡을 뽑는 일은 무척이나 힘들죠. 음반에 담긴 모든 곡이 이미 30곡 정도의 곡들 가운데에서 뽑은 곡이니까요. 선택되지 않은 곡들도 다음 음반에 조금 더 손질을 해서 수록하곤 합니다.”라고 이야기한다. 이번 음반에 수록된 곡들 가운데에서도 반 정도는 이미 지난 음반을 위해 만들어둔 곡이 새로운 편곡을 통해 사용되었다.

 

앞서 이야기한 것과 마찬가지로, 수록곡들은 최소한의 악기 편성으로 만들어진 곡들이 많다. 드럼의 경우에도 실제로 드럼이 사용되지 않고, 샘플링이 사용된 것으로 미루어 봐서 릭 오케이섹 혼자만의 작업이 대부분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1980년대로 되돌아가 카스의 새로운 음반을 듣는 듯한 ‘Crackpot’으로 그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오가는 여행은 시작된다. 대부분의 곡들이 선이 뚜렷한 키보드 연주만 들어갔다면 카스의 음악과 동일한 감정을 느낄 수 있는 곡들이고, 이번 음반에는 보컬을 빗겨 가는 강한 리듬기타가 곡들의 근간을 이루며 개러지록의 분위기도 흠씬 풍기고 있다. ‘In A Little Bit’은 독특한 레게리듬과 시퀀싱이 조화를 이루는 곡. 전성기와 다름없는 시니컬한 보컬 음색도 무척이나 반갑다.

 

음반의 재킷에 경직된 표정으로 서 있는 릭 오케이섹의 흑백사진과 오른쪽 가슴의 빨간 ‘피스(Peace)’ 뱃지가 인상적인 음반. 일찍이 MC5와 같은 ‘원조’ 개러지록 밴드를 보며 음악을 시작했고, 스스로 결성한 그룹으로 뉴웨이브의 유행을 주도했으며, 프로듀스를 통해 현재 활발히 활동하는 밴드들과도 튼튼한 가교가 되었던 인물. 그의 음반에 과거와 현재, 미래가 공존한다는 이야기를 바로, 이 한 장의 음반이 록의 역사와도 같은 음반으로 해석한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예전 카스의 음악에 영향 받아 현재 활동하고 있는 수많은 밴드들의 반응도 기대된다. (글 송명하, 월간 핫뮤직 2006년 2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