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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ER'S PRIVATE 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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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계영의 '오디션' 깔끔한 그림으로 책의 한 장 한 장이 마치 일러스트집과도 같은 느낌을 줬던 천계영의 오디션은 1998년 등장한 만화로, 송송 레코드라는 레이블 사장의 유언을 따라 딸인 송명자가 아버지가 미리 점찍어 둔 네 명의 밴드 멤버를 찾아내고, 그들을 오디션에 참가시켜 준우승까지 도달하는 과정을 담았다. 등장하는 밴드의 이름은 재활용 밴드. 스머프에서 착안한 개성있는 캐릭터 장달봉(덩치), 황보래용(똘똘이), 류미끼(허영이), 국철(투덜이)로 구성된 이 재활용 밴드는 토너먼트 방식의 오디션을 통해 결승까지 진출한다. 자질은 갖추고 있었지만, 기술이 없었던 이들은 한 회 한 회 마치 천하제일무술대회에 참가한 선수들이 그렇듯이 적(!)들을 물리치며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실력이 쌓여간다. 1980년대 등장했던 만화들과는..
토니 파슨스의 ‘존 레넌을 찾아서’ 영국을 대표하는 음악지 NME(New Musical Express)에서 기자생활을 했던 토니 파슨스가 쓴 소설이다. 자신이 겪어왔던 이야기들을 소재로 삼고 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도 무척 공감가는 내용이 많아 쉬지 않고 읽어 내려갔던. 시시콜콜 내용을 밝히기는 뭣 하지만, 전체적인 이야기는 페이퍼라는 음악지 기자 세명 (레이, 레온, 테리)가 엘비스 프레슬리가 세상을 떠난 1977년 8월 16일 밤 겪는 좌충우돌 상황들이다. 그런 면에서 볼 때, 레이의 에피소드라고 할 수 있는 존 레넌과의 인터뷰를 우리나라 제목으로 할 게 아니라, 원 제목인 'Stories We Could Tell'를 살리는 편이 책의 이해를 돕는 데 더욱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한다.세명의 주인공은 각각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의 ..
‘뇌’를 쓰는 동안 도움이 되었다는 음악들... 병원에서 퇴원하고, 회사를 한달 정도 쉬게 되어... 요즘은 그동안 읽지 못했던 소설책을 읽는 시간이 늘어났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뇌>도 이번 기회에 읽게 되었는데, 그 독특한 소재 때문인지 다른 책에 비해 읽는 시간이 곱절로 걸렸다. 마치 하루키의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처럼 두 이야기가 서로 대위적으로 진행하다가 결국 마지막에 합쳐진다는 점도 책을 읽다가 몇번이나 앞 페이지로 다시 돌아가게 만든다.  어쨌든 풍부한 과학적 지식과 적당한 SF적 요소, 또 추리소설의 긴박함(셜록 홈즈라는 별명을 가진 이지도르의 이름 역시 모리스 르블랑의 기암성>에 등장하는 인물의 이름이라는 점은 모르는 사람이 없을 듯)이 한데 어우러진 소설이었다. 특히 작가는 책의 마지막 부분 감사의 말을 통해 책을 쓰는 동..
따스하고 예쁜 영화, 원스 오랜만에 만난 수경이와 원스를 봤다. 시종 뮤직 비디오(물론, 총 들고 뛰어다니며 피가 난무해 누군가를 꼭 죽이고 억지로 눈물샘을 자극하는 특정 뮤직 비디오를 의미하는 게 아니다.)처럼 펼쳐지는 아름다운 음악과 그에 어울리는 영상이 예뻤던 영화. 커다란 자본이 투자되어 매끈하게 다듬어진 영화가 아니라, 그들의 생활 그 자체를 보여주는 듯 거친 느낌이 오히려 따스한 느낌이랄까. 영화의 개봉에 맞춰 음반사에서 제공했지만, 아쉽게도 책에 싣지 못했던 글렌 한사드와 가진 인터뷰 내용을 첨부한다. ---------- 글렌 한사드는 인디락 팬들에게는 플레임즈(The Frames)로 잘 알려져 있다. 국내에도 수입되면서 소개가 됐던 플레임즈는 페드로 더 라이온(Pedro The Lion)이나 데미안 라이스(Demia..
괴로웠던 시간 역시도 추억이 되고...
즐거운 시간은 추억이 된다.. 방송 마치고 함께 했던 술자리... 유길이형의 방송에 대한 열정도 알 수 있고, 성동씨의 예전 이야기도 들을 수 있던... 즐거운 시간은 이제 또 하나의 예쁜 추억이 되었고, 술 자리에서 잠시 나왔을 때, 눈 앞에 하얀 무언가가 지나가는 걸 보고는 때는 이르지만, 눈이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거자필반 (去者必返) 예전에 회자정리(會者定離)란 이야기를 하면서, 난 그 반대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원샷에 한번 쓴 적이 있었는데, 그때 애독자 한 분이 거자필반(去者必返)이란 성어를 써서 보내주셨다. 언뜻 비슷한 내용 같지만, 접할 때의 그 느낌은 확실하게 다르다. 최근 대학 동아리의 한 학번 후배들인 수경이, 또 그 1년 후배 유진이와 다시 연락이 닿았다. 그들과 연락을 하며 떠 오른 단어가 바로 거자필반이다. 누구나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론 한 학번 후배들과 함께 떠오르는 추억들이 참 많다. 우선 입회원서를 내가 받았던 후배들이기도 하고... 한 해가 지나 그들이 2학년이 되었을 때. 그 아래 학번을 맞는 신입생 환영회 날은 마침 내가 입대를 하기 바로 전날이었다. 아무래도 뒤풀이까지는 참석을 하지 못하고 행사의..
사무실 이사와 리셋 증후군 군 생활 32개월을 제외한다면 한번도 대전을 벗어나 살아본 적이 없는 내가 서울에서 가장 많이 가 본 곳이 바로 홍대 근처에 있는 핫뮤직 사무실이다. 원래 길눈이 어둡고 지리에 대한 감각이 무디지만, 이제 전철역에 내려서 사무실까지는 헤매지 않을 정도로 익숙해졌다. 3년이 조금 넘는 시간에 의해 길들여진 것이다. 주변의 식당 아주머니들께도 이제 눈치보지 않고 점심시간에 공기 밥 한 공기쯤은 얻어먹을 만큼 어색한 느낌이 없어질 즈음, 또 한번 모든 것이 생소한 곳에서 새로운 시작을 하게 되었다. 개인용 컴퓨터가 필수품으로 보급되고, 전화를 사용하는 시간보다 인터넷에 매달리는 시간이 많은 요즘. ‘리셋 증후군’이라는 신조어가 생겼다. 어지럽게 흩어진 컴퓨터의 모니터 화면, 어떤 키를 눌러도 말을 듣지 않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