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ER'S MUSIC 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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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IC LIFE
전설의 DJ 김광한 POP SONG 展에 다녀와서
지난 8월 말일, 김광한 선배의 전시회 ‘전설의 DJ 김광한 POP SONG 展’이 열리고 있는 완주 책박물관에 다녀왔다. 김광한 선배가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뒤, 사모님은 마포의 사무실에 있는 선배의 유품을 고스란히 진열할 수 있는 박물관을 만들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했지만 아쉽게 이루어지지 못했다. 이번 전시회는 어쩌면 절충안이라고 할 수 있는 선택이었던 것 같다. 전시회가 끝나면 아마 유품은 책박물관에 따로 보관될 듯하다. 전시회가 열리고 있는 완도의 책박물관은 대중교통으로도 접근이 용이했다. 호남선 열차를 타고 익산과 전주 사이에 있는 삼례역에 내려 도보로 이동하면 된다. 가는 길에 이전의 창고를 리모델링해 만든 문화 관련 거점들이 눈에 띄었는데, 깔끔하게 정돈되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고,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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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NER NOTES (DOMESTIC)
카리스마 [Warning]
한국 헤비메탈의 전성기에 발표된 ‘어벤저스’ 급 멤버의 유일한 앨범 1987년 겨울 작은하늘의 데뷔앨범이 발매됐다. 계보로 따진다면 작은하늘은 시나위, H2O와 같은 계보로 묶는 게 좋다. 데뷔앨범 발매 이전 작은하늘 멤버였던 김종서와 강기영은 시나위로 이적해서 2집 앨범을 녹음했고, 작은하늘의 앨범에서 보컬을 맡은 김성헌은 다시 시나위의 3집에서 마이크를 잡게 된다. 작은하늘 데뷔앨범 발매 직후 가입해서 베이스를 연주했던 박현준은 이근형과 함께 밴드를 이탈해서 시나위에서 나온 김종서와 함께 새로운 밴드를 결성하게 되는데 그 밴드가 바로 카리스마다. 역시 시나위를 나온 드러머 김민기까지 가세했지만 박현준은 김종서와의 불화로 앨범 녹음을 마친 뒤 카리스마를 탈퇴했고 그 자리엔 김영진이 가입했다. 앨범 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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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NER NOTES (DOMESTIC)
작은하늘 [작은하늘 1집]
국내 헤비메탈의 군웅할거 시대에 등장해서 단발의 사자후로 깊은 인상을 남긴 수작 1986년 시나위, 부활, 백두산의 데뷔앨범이 각각 세상에 나오며 국내 록계는 들썩였다. 한정된 지역을 벗어나지 못하고 그들만의 세상에서 ‘무협지’를 쓰던 이들이 정식 앨범을 통해 기존 ‘가수’들과 동일한 평가를 받을 기회를 부여받았기 때문이다. 헤비메탈 밴드는 때마침 불어왔던 언더그라운드 뮤지션의 소극장 공연과 맞물리며 보다 폭넓은 관객들과 호흡할 수 있었으며 , , 등 해외 록 음악을 다루는 잡지는 신대철, 임재범, 이승철, 김태원, 김도균 등 새롭게 떠오른 국내의 젊은 ‘스타’를 지면을 통해 쉬지 않고 공개하며 신선한 이슈를 생산했다. 그리고 이들과 함께 ‘파고다예술관’이나 이태원의 ‘라이브’ 등 헤비메탈 밴드의 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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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NER NOTES (DOMESTIC)
도원경 [도원경 1집]
본격적인 국내 첫 여성 헤비메탈 보컬리스트 도원경의 데뷔작 1988년 유일한 앨범을 발표한 이브(Eve)의 활동이 1년 만에 중단된 후 국내 하드록/헤비메탈 신에서 여성 뮤지션의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장르 자체는 한동안 해외에서조차 남성의 전유물로 인식되었을 뿐 아니라 1990년대에 들어서며 그마저도 주류에서 멀어졌다. 그로부터 5년이 지난 1993년, 지금까지도 국내 록 팬의 입에 꾸준하게 회자되는 두 장의 앨범이 발표됐다. 한 장은 부산 발 하드록 밴드 와일드 로즈(Wild Rose)의 데뷔작이며, 또 한 장은 솔로 보컬리스트 도원경의 데뷔앨범이다. 와일드 로즈에게는 소의 ‘조베이스 사단’으로 불리는 메탈라이브, 도원경에게는 소위 한국 헤비메탈의 1세대로 불리는 백두산의 유현상과 이은하와 호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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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NER NOTES (DOMESTIC)
시나위 [시나위 5집]
시나위 제2의 전성기를 예고하는 예광탄 1986년, 금빛 날개를 형상화한 밴드 로고로 등장해 길지 않았던 한국 헤비메탈의 황금기를 견인했던 시나위.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들의 날개는 1990년 네 번째 앨범을 마지막으로 꺾이게 된다. 강렬한 타이포그래피로 ‘Heavy Metal’이란 단어를 재킷에 그려 넣으며 말 그대로 혜성처럼 등장해 이후 국내 헤비메탈의 최전방에서 흐름을 진두지휘했고 음악계에 커다란 족적을 남기게 되는 많은 멤버를 배출했지만, 계속되는 내부 사정을 봉합해가며 변화하는 음악 신에 헤비메탈이라는 음악으로 밴드를 유지하기는 불가능해 보였다. 결국 시나위는 해체의 수순을 밟게 되고, 리더 신대철은 이듬해인 1991년에 블루스/하드록 밴드 자유를 결성했다. 하지만 자유 역시 한 장의 앨범 외에 ..
CONER'S PRIVATE 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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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SHELF
모리사와 아키오의 ‘무지개 곶의 찻집’
살아오면서 취향도 조금씩 바뀐다. 언제부턴가 불편한 영화나 드라마가 싫어졌다. 아무리 인기가 있고 대단한 상을 받았다고 해도 부담되는 구석이 있으면 보지 않게 됐다. 이성은 물론 돈이나 권력을 위한 대립과 권모술수가 난립하는 이야기, 혹은 선과 악의 모호한 경계 등 어쩌면 이야기의 필수 요소가 될 수 있겠지만, 그 상황들은 오히려 영화나 드라마에 끝까지 몰입하기에 너무나 힘든 불편함으로 다가왔다. 그러다 보니 소설 역시 마찬가지가 됐다. 물론 누군가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판타지’라고 할지 모르겠지만, 악인(惡人)이 주요 배역에 포진된 이야기는 점점 손에서 멀어진다. 물론 이 취향도 조만간 바뀌겠지만. 모리사와 아키오의 무지개 곶의 찻집>은 전체적으로 잔잔하다. 총 6개의 장으로 구성된 목차는 봄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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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SHELF
김호연의 ‘나의 돈키호테’
김호연 작가의 소설은 재미있다. 망원동 옥탑방에 ‘어쩌다 보니’ 함께 살게 된 네 명의 남자 이야기 망원동 브라더스>가 그랬고, 마치 ‘심야 식당’의 편의점 버전과도 같이 여러 군상의 이야기가 교차하고 합쳐지는 불편한 편의점>이 그랬다. 신기하게도 소설의 배경도 망원동 브라더스>는 홍대 근처에 있던 핫뮤직> 사무실, 불편한 편의점>은 출퇴근을 위해 매일 거쳐 갔던 서울역 근처라서 더 친밀감이 들었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나의 돈키호테>는 아예 대전이다. 주인공의 동선 역시 원도심을 중심으로 한 내 동선과 거의 겹친다. 김호연 작가 소설의 등장인물은 일상적이고 평범하다. 어디서든 결코 ‘주연’은 되지 못할 캐릭터들. 우리와 똑같이 욕심은 있지만 제대로 채우는 데 서툴고, 남몰래 상처받은 일을 오랜 외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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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SHELF
레베카 레이즌의 ‘센 강변의 작은 책방’
어쩌다 로맨틱 소설을 읽게 됐을까. 습관처럼 방송 시간 전에 들른 알라딘 중고 서점에서 제목과 표지 그림에 끌려 책 한 권을 집어 들었다. ‘로맨틱 파리 컬렉션’ 3부작 가운데 첫 번째 이야기라고 한다. 지은이 레베카 레이즌은 작가이기 이전에 애서가였고, 책에 대한 사랑이 직접 글을 쓰고 싶다는 욕망으로 이어졌다고 한다. 첫 소설의 주요 무대가 책방인 것도, 그리고 그 책방이 중고 서적을 파는 중고 책방인 것도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을 것이다. 이 책도 중고 서점에서 샀지만, 개인적으로 헌책방을 좋아한다. 대전 원동 네거리의 헌책방에 자주 갔다. 초등학교 시절엔 마블이나 DC 코믹스 만화를 구경하러 갔고, 팝 음악을 듣기 시작한 중, 고등학교 시절에는 팝과 관련된 책을 보러 갔다. 대학 시절엔 책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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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SHELF
오승해의 ‘나의 카페 다이어리’
얼마 만인지 모르겠다. 신간 에세이를 산 게. 그것도 음악인이 낸 자서전이나 음악 관련 에세이도 아니고 카페와 커피, 그리고 사이드 디시에 관한 책이라니. 저자 오승해는 핫뮤직>에 근무했던 기자 선배다. 내가 입사하기 전 퇴사한 저자는 이후 많은 사회 경험을 쌓았고, 커피 전문 매거진에 기자로 근무한 이력도 있다. 책을 읽으며 생각해 보니 지금까지 맛있는 커피를 마시기 위해 어떤 카페를 찾아본 적이 단 한 번도 없는 것 같다. 카페는 그냥 누군가를 만나기 위한 곳이나, 노트북을 가지고 가서 작업을 하는 공간 이외의 의미가 되지 못했다는 얘기다. 아, 예전에는 음악을 듣기 위해 음악다방을 찾기도 했다. 그래, 그땐 분명 ‘다방’이었다. 그 뒤엔 커피숍이었고. 요즘은 다방이나 커피숍이라는 용어 말고 카페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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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SHELF
구효서의 ‘빵 좋아하세요?: 단팥빵과 모란’
“싫어하진 않지만, 썩 좋아하지도 않는 것 같아요.”아마도 누군가 책 제목처럼 나한테 물어본다면 이렇게 대답했을 거 같다. 또 하드커버 양장제본 책은 좋아하지 않는다. 책을 가방에 넣어 다니며 읽는 경우가 많은데, 꺼내 읽기도 불편하고 무겁다. 몇 가지 버전이 있다면 그냥 일반적인 제본을 선택한다. 물론 가격도 싸다. 그런데 구효서의 빵 좋아하세요?: 단팥빵과 모란>은 이상하게 손이 갔다. 아트워크의 일러스트 때문인지 아니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빵을 좋아하게 되었던 건지, 어쨌든 뭔가 끌리는 매력이 있었다. 소설은 폐암 치료를 중단하고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는 엄마(김경희)가 불쑥 죽기 전에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단팥빵을 먹어야겠다는 이야기를 딸 미르에게 하며, 미국에서 28년 만에 한국으로 돌아와 일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