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CONER'S PRIVATE LIFE/BOOKSHELF

(15)
오기와라 히로시의 ‘소문’ 방송 때문에 청주에 갔다가 시간이 남아 알라딘 중고서점에 잠시 들러 책 한 권을 집어 들었다. 오기와라 히로시(荻原浩)의 . “마지막 4글자에 모든 것이 뒤바뀐다!”는 카피문구에 혹했기 때문이다. 사실 추리소설 마니아라면 ‘반전’이 얼마나 중요한 요소인지를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물론 난 책을 많이 읽는 편도 아니고 마니아는 더더욱 아니지만 이미 몇몇 소설을 통해 반전의 매력에 푹 빠진 터라 마지막 네 글자를 위해 숨 가쁘게 책을 읽어 내려갔다. 결론적으로 엄청난 반전이긴 하지만 그렇게 충격적인 결말은 아니었다는 생각이다. 또 전문가는 아니지만 전체적인 개연성이 좀 부족한 느낌 역시 있었다. 개인적으로 추리소설은 거미줄처럼 촘촘하게 짜인 구조와 뜻하지 않은 복선이 얽혀 놓친 게 무언지 앞 페이지로 되돌아..
양해남의 ‘그래서 가요 LP’ 1990년대 말, 은행동 기신양복점 부근에 ‘스타레코드’란 가게가 들어섰다. 정말 좁았던 가게지만, 지금 생각하면 초 희귀 아이템으로 꼽힐만한 가요 음반들을 정말 싼 가격으로 살 수 있었던 곳. 가게 주인은 정상식 형님이었다. 정지영이라는 예명으로도 불린 상식이형은 김홍철과 친구들의 멤버와 함께 조직한 트라이앵글이라는 트리오의 일원으로 활동한 적도 있다. 음반이 점점 늘어나며 스타레코드는 조금 한적하지만 살짝 넓은 가양동으로 자리를 옮겨 ‘아날로그 33’이란 이름으로 이전 개업했다. 그리고 가게를 즐겨 찾는 단골을 중심으로 같은 이름의 음악동호회가 만들어졌다. 고문 격으로는 키 보이스에서 드럼을 연주했던 노광일 형님과 나중에 ‘턴턴턴’이라는 레코드 가게를 열었던 고 김찬 형님이 있었고, 과거 르네상스, ..
파트리샤 콘웰의 ‘법의관’ 단숨에 읽어 내려갔다. 파트리샤 콘웰의 데뷔작이라는데... 정말 무시무시한 작가다. 사실 이 책을 다 읽고 두번째 작품인 도 읽고 있는 중인데, 범행 방법이나 사체에 대한 묘사가 영화나 사진을 보는 것보다 훨씬 사실적이고 섬뜩하다. 과학적인 지식이 전무한 나로서는 그냥 책에 설명한 것들만 이해하려고 하고 있지만, 작가는 우리나라 제목인 ‘법의관’이라는 단어만큼이나 법과 의학, 그리고 과학에 해박한 지식을 풀어놓는다. 물론, 책이 출간된 시점이 지금과 다른 만큼 컴퓨터 명령어나 ‘디스켓’, ‘모뎀’ 등 인터넷 시대인 지금과는 많이 다르다. 하지만, 급하고 힘있게 진행되는 스토리의 전개를 방해할 정도는 아니다. 매력적인 법의관 케이 스카페타는 마지막에 사이코패스인 범인을 끌어내는 방법으로 매스컴을 이용해 범..
미야베 미유키의 ‘형사의 아이’ 책 읽은지 정말 오래 됐다. 지난번 포스팅을 보니 작년 10월인가 그런데, 그 뒤로 두어권 밖에는 못 읽은 것 같다. 종이책 말고 이북에도 행사때 무료로 내려받는 무료책이 많이 담겨있지만 몇달째 페이지를 넘기지 못하고 있다. 손 대지 못하고 쌓여가는 책은 늘어가고... 그러다가 마음먹고 책 한권을 잡고 단숨에 끝까지 읽어 내려갔다. 미야베 미유키의 초기 소설 . 초기 소설이라고는 하지만 우리나라에는 그녀의 다른 소설들에 비해 뒤늦게 공개됐다. 책의 제목과 마찬가지로 내용은 형사 미치오의 아들 준의 호기심이 아버지의 수사를 도와 숨막히는 결말에 교차점을 이루는 쾌감을 제공한다. 카피 문구에 나온 은 아직 읽지 못하고 다음 순서로 미뤄뒀지만, 앞선 그녀의 소설들 가운데 , , 의 부분 부분을 떠오르게 만드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비밀’ 히가시노 게이고의 추리소설을 좋아하긴 하지만 현실에서 벗어난 이야기들은 그렇게 구미가 당기지 않았다. 미야베 미유키의 소설을 좋아하지만 게임이나 판타지 소설들을 읽지 않는 것도 같은 이유다. 영화로도 개봉될 정도로 유명하지만 을 뒤늦게 읽게 된 것도 그래서다. 하지만 느슨하게 시작하는 듯 싶더니 역시 타고난 ‘이야기꾼’답게 히가시노 게이고는 독자를 순식간에 이야기 속으로 끌어 들어간다. 딸과 아내가 당한 뜻하지 않은 교통사고, 세상을 떠난 건 아내 나오코였지만 그 영혼은 외상이 전혀 없던 모나미의 몸 속에서 살아 남았다. 그리고 이야기는 당시 초등학생이었던 딸 모나미(나오코의 영혼으로 살고 있는)가 자라나 결혼하게 될 때 까지의 과정이다. 추리소설의 대가 답게 마지막에 자리하고 있는 대 반전은 머리 속에..
최규성의 ‘대중가요 LP 가이드북’ 대중음악 LP를 모으는 사람들에게나, 아니면 LP를 모으지 않더라도 대중음악을 공부하는 사람들에게는 꼭 필요한, 그리고 그렇지 않고 그냥 대중음악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도 부담없이 접근할 수 있는 책이다. 사실 주변의 친구들이나 음악 관계자들과 이야기하는 자리에서 공통적으로 음악에 관련된 책은 많이 나오고 있는데, ‘에세이’가 아니라 ‘매뉴얼’이 없다는 게 불만이라는 얘기를 종종 해왔다. 해외의 음반을 컬렉팅해본 사람들은 알 수 있을 거다. 그들의 음반에 대한 자료들이나 데이타베이스가 얼마나 자세하게 되어있는지... 우리에겐 아직 이렇다할 책이 없었다. 하지만 이젠 그런 투정 하지 않아도 되겠다. 이렇게 최규성 선배의 말 그대로 ‘가이드’가 출간되었으니 말이다. 텍스트로만 이루어진 딱딱한 책이 아니고, 소..
사사키 조의 ‘경관의 피’ 이 핑계, 저 핑계... 책 읽은지 참 오랜만이다. 오랜만이라 그런지 속도도 잘 나지 않고... 어쨌거나 이번 설 연휴동안 읽은 소설은 사사키 조의 '경관의 피(警官の血)'다. 사실 책을 읽기 전에 '피'는 말 그대로 블러드(blood)를 의미하는 줄 알았는데, 내용을 읽고보니 리니지(lineage)다. 말 그대로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화자들인 안조 세이지, 안조 다미오 그리고 안조 가즈야, 이렇게 삼대어 걸친 경찰관 가족의 이야기들. 두 건의 살인 사건을 조사하던 안조 세이조가 의문의 추락사를 하고, 그 아들 안조 다미오는 그 진실에 다가가기 직전 총에 맞에 순직한다. 그리고 그 사건들의 진실들은 결국 손자인 안조 가즈야에 이르러 드러난다. 이렇게 삼대라는 한 가족의 시간은 전후 일본의 황폐한 배경에서 ..
누쿠이 도쿠로의 ‘우행록’ 누쿠이 도쿠로. 이 작가 정말 무섭다. 지난번 의 엄청난 반전 트릭도 놀랍지만, 덤덤하게 전개되는 에서 보이는 인간 심리에 대한 관조는 혀를 내두르게 만든다. 6명과 나눈 인터뷰 내용이 책의 주요 골자인데, 화자는 등장하지 않고 인터뷰이의 이야기만 담겨있다. 대화체긴 하지만 대화가 아니라 인터뷰이의 이야기다. 나도 인터뷰를 많이 하고 있지만, 인터뷰 할때 내가 생각했던 내용들이 이 책에도 고스란히 있다. 화자의 이야기에는 언제나 ‘자기 방어’와 ‘자기 과시’가 중심이 된다. 결국 모든 대답은 ‘자기 중심’으로 흘러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피살자에 대해 객관적으로 이야기하는 것 같지만 따지고 보면 자신들의 필터에 의해 걸러진 이야기들. 때문에 인터뷰의 상대가 누구냐에 따라서 피살자는 ‘사람 좋은’ 캐릭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