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ER'S PRIVATE LIFE/BOOKSHELF (24) 썸네일형 리스트형 모리사와 아키오의 ‘무지개 곶의 찻집’ 살아오면서 취향도 조금씩 바뀐다. 언제부턴가 불편한 영화나 드라마가 싫어졌다. 아무리 인기가 있고 대단한 상을 받았다고 해도 부담되는 구석이 있으면 보지 않게 됐다. 이성은 물론 돈이나 권력을 위한 대립과 권모술수가 난립하는 이야기, 혹은 선과 악의 모호한 경계 등 어쩌면 이야기의 필수 요소가 될 수 있겠지만, 그 상황들은 오히려 영화나 드라마에 끝까지 몰입하기에 너무나 힘든 불편함으로 다가왔다. 그러다 보니 소설 역시 마찬가지가 됐다. 물론 누군가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판타지’라고 할지 모르겠지만, 악인(惡人)이 주요 배역에 포진된 이야기는 점점 손에서 멀어진다. 물론 이 취향도 조만간 바뀌겠지만. 모리사와 아키오의 무지개 곶의 찻집>은 전체적으로 잔잔하다. 총 6개의 장으로 구성된 목차는 봄에서 .. 김호연의 ‘나의 돈키호테’ 김호연 작가의 소설은 재미있다. 망원동 옥탑방에 ‘어쩌다 보니’ 함께 살게 된 네 명의 남자 이야기 망원동 브라더스>가 그랬고, 마치 ‘심야 식당’의 편의점 버전과도 같이 여러 군상의 이야기가 교차하고 합쳐지는 불편한 편의점>이 그랬다. 신기하게도 소설의 배경도 망원동 브라더스>는 홍대 근처에 있던 핫뮤직> 사무실, 불편한 편의점>은 출퇴근을 위해 매일 거쳐 갔던 서울역 근처라서 더 친밀감이 들었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나의 돈키호테>는 아예 대전이다. 주인공의 동선 역시 원도심을 중심으로 한 내 동선과 거의 겹친다. 김호연 작가 소설의 등장인물은 일상적이고 평범하다. 어디서든 결코 ‘주연’은 되지 못할 캐릭터들. 우리와 똑같이 욕심은 있지만 제대로 채우는 데 서툴고, 남몰래 상처받은 일을 오랜 외상으로.. 레베카 레이즌의 ‘센 강변의 작은 책방’ 어쩌다 로맨틱 소설을 읽게 됐을까. 습관처럼 방송 시간 전에 들른 알라딘 중고 서점에서 제목과 표지 그림에 끌려 책 한 권을 집어 들었다. ‘로맨틱 파리 컬렉션’ 3부작 가운데 첫 번째 이야기라고 한다. 지은이 레베카 레이즌은 작가이기 이전에 애서가였고, 책에 대한 사랑이 직접 글을 쓰고 싶다는 욕망으로 이어졌다고 한다. 첫 소설의 주요 무대가 책방인 것도, 그리고 그 책방이 중고 서적을 파는 중고 책방인 것도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을 것이다. 이 책도 중고 서점에서 샀지만, 개인적으로 헌책방을 좋아한다. 대전 원동 네거리의 헌책방에 자주 갔다. 초등학교 시절엔 마블이나 DC 코믹스 만화를 구경하러 갔고, 팝 음악을 듣기 시작한 중, 고등학교 시절에는 팝과 관련된 책을 보러 갔다. 대학 시절엔 책과 함께.. 오승해의 ‘나의 카페 다이어리’ 얼마 만인지 모르겠다. 신간 에세이를 산 게. 그것도 음악인이 낸 자서전이나 음악 관련 에세이도 아니고 카페와 커피, 그리고 사이드 디시에 관한 책이라니. 저자 오승해는 핫뮤직>에 근무했던 기자 선배다. 내가 입사하기 전 퇴사한 저자는 이후 많은 사회 경험을 쌓았고, 커피 전문 매거진에 기자로 근무한 이력도 있다. 책을 읽으며 생각해 보니 지금까지 맛있는 커피를 마시기 위해 어떤 카페를 찾아본 적이 단 한 번도 없는 것 같다. 카페는 그냥 누군가를 만나기 위한 곳이나, 노트북을 가지고 가서 작업을 하는 공간 이외의 의미가 되지 못했다는 얘기다. 아, 예전에는 음악을 듣기 위해 음악다방을 찾기도 했다. 그래, 그땐 분명 ‘다방’이었다. 그 뒤엔 커피숍이었고. 요즘은 다방이나 커피숍이라는 용어 말고 카페라는.. 구효서의 ‘빵 좋아하세요?: 단팥빵과 모란’ “싫어하진 않지만, 썩 좋아하지도 않는 것 같아요.”아마도 누군가 책 제목처럼 나한테 물어본다면 이렇게 대답했을 거 같다. 또 하드커버 양장제본 책은 좋아하지 않는다. 책을 가방에 넣어 다니며 읽는 경우가 많은데, 꺼내 읽기도 불편하고 무겁다. 몇 가지 버전이 있다면 그냥 일반적인 제본을 선택한다. 물론 가격도 싸다. 그런데 구효서의 빵 좋아하세요?: 단팥빵과 모란>은 이상하게 손이 갔다. 아트워크의 일러스트 때문인지 아니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빵을 좋아하게 되었던 건지, 어쨌든 뭔가 끌리는 매력이 있었다. 소설은 폐암 치료를 중단하고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는 엄마(김경희)가 불쑥 죽기 전에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단팥빵을 먹어야겠다는 이야기를 딸 미르에게 하며, 미국에서 28년 만에 한국으로 돌아와 일종.. 이해경의 ‘머리에 꽃을’ 요즘도 방송에서 관련 곡을 선곡할 때, 고등학교 동창과 했던 이야기를 늘어놓곤 한다. “우린 그때 들국화, 김현식 없었으면 나쁜 길로 빠졌을 거예요.”뭔가 답답하지만, 위로받을 곳도, 하소연할 곳도 없었던 그때. 우린 다리 밑에서 들국화, 김현식의 노래를 목이 터지라 불렀다. 노래만은 우리 맘을 이해해 주는 것 같았다. 들국화의 노래를 처음 들은 건 고3 때로 기억한다. ‘젊음의 행진’도 ‘영 11’도 아닌 또 하나의 TV 프로그램이 생겼다. MBC-TV의 ‘젊음의 광장’이다. 오래 방송되진 않았지만, 방송이 생기고 초창기에 조동진 특집을 했던 것 같다. 출연한 조동진은 음반은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음악 잘하는 후배라며 게스트 밴드를 소개했다. 그때 들국화라는 이름이었는지, 아니면 이름이 없었는지 잘 .. 정진영의 ‘왓 어 원더풀 월드’ 자전거 타는 걸 좋아한다. 언제가 될 진 모르지만 국토 종주 자전거 여행 역시 꼭 해보려고 마음먹고 있다. 2007년, 퇴원할 때 병원에서 정기적인 운동을 권했다. 하지만 특별히 운동에 취미가 없었던 난 마땅한 운동 거릴 찾아 취미를 붙이지 못했다. 그러던 차에 국환이가 마침 자전거가 두 대 있다며 철티비 자전거 한 대를 줬다. 받아서 타고 집에 돌아오는 동안 몇 번이나 넘어질 뻔했다. 사실 자전거는 초등학교 때 잃어버리고 난 뒤 제대로 타본 기억이 없다. 하지만 조금씩 조금씩 자전거 타는 거리를 늘여가며 재미가 붙었다. 자동차를 타고 보는 창밖 풍경도 좋지만, 자전거를 타며 바라보는 풍경은 사각의 프레임을 모두 걷어버린 새로운 세상이었다. 완주하진 못했지만 금강 자전거길을 달리기도 했고, 작년엔 버킷리.. 박소연의 ‘꽃 그림자 놀이’ 는 제11회 세계문학상 우수상을 받은 박소연의 장편소설로, 소설이 금지되었던 조선 정조 시대를 배경으로 전해 실제 전해 내려오는 민담과 그렇지 않은 짧은 에피소드가 독립적으로 삽입된 액자식 구성을 취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구성이 예전에 읽었던 몇몇 소설에서도 그랬던 것처럼 몰입을 방해했다. 이 짧은 소설 속 소설이 전체적인 진행과 어떤 연관이 있을까 생각하며 읽었던 앞선 내용을 복기하느라 한 호흡에 읽어 내려가는 게 무리였기 때문이다. 마지막 장을 덮으며 생각하니 큰 연관은 없다는 생각이 드는 경우도 많았다. 책 제목인 ‘꽃 그림자 놀이’는 ‘소설’을 이야기한다. 소설은 아니지만 다산(茶山) 정약용이 밤마다 꽃 그림자를 위해 담장 벽을 깨끗하게 쓸고 등잔불을 켠 다음, 그 가운데 쓸쓸히 앉아 홀로.. 이전 1 2 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