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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ER'S PRIVATE LIFE/BOOKSHEL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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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해의 ‘나의 카페 다이어리’ 얼마 만인지 모르겠다. 신간 에세이를 산 게. 그것도 음악인이 낸 자서전이나 음악 관련 에세이도 아니고 카페와 커피, 그리고 사이드 디시에 관한 책이라니. 저자 오승해는 핫뮤직>에 근무했던 기자 선배다. 내가 입사하기 전 퇴사한 저자는 이후 많은 사회 경험을 쌓았고, 커피 전문 매거진에 기자로 근무한 이력도 있다. 책을 읽으며 생각해 보니 지금까지 맛있는 커피를 마시기 위해 어떤 카페를 찾아본 적이 단 한 번도 없는 것 같다. 카페는 그냥 누군가를 만나기 위한 곳이나, 노트북을 가지고 가서 작업을 하는 공간 이외의 의미가 되지 못했다는 얘기다. 아, 예전에는 음악을 듣기 위해 음악다방을 찾기도 했다. 그래, 그땐 분명 ‘다방’이었다. 그 뒤엔 커피숍이었고. 요즘은 다방이나 커피숍이라는 용어 말고 카페라는..
구효서의 ‘빵 좋아하세요?: 단팥빵과 모란’ “싫어하진 않지만, 썩 좋아하지도 않는 것 같아요.”아마도 누군가 책 제목처럼 나한테 물어본다면 이렇게 대답했을 거 같다. 또 하드커버 양장제본 책은 좋아하지 않는다. 책을 가방에 넣어 다니며 읽는 경우가 많은데, 꺼내 읽기도 불편하고 무겁다. 몇 가지 버전이 있다면 그냥 일반적인 제본을 선택한다. 물론 가격도 싸다. 그런데 구효서의 빵 좋아하세요?: 단팥빵과 모란>은 이상하게 손이 갔다. 아트워크의 일러스트 때문인지 아니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빵을 좋아하게 되었던 건지, 어쨌든 뭔가 끌리는 매력이 있었다. 소설은 폐암 치료를 중단하고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는 엄마(김경희)가 불쑥 죽기 전에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단팥빵을 먹어야겠다는 이야기를 딸 미르에게 하며, 미국에서 28년 만에 한국으로 돌아와 일종..
이해경의 ‘머리에 꽃을’ 요즘도 방송에서 관련 곡을 선곡할 때, 고등학교 동창과 했던 이야기를 늘어놓곤 한다. “우린 그때 들국화, 김현식 없었으면 나쁜 길로 빠졌을 거예요.”뭔가 답답하지만, 위로받을 곳도, 하소연할 곳도 없었던 그때. 우린 다리 밑에서 들국화, 김현식의 노래를 목이 터지라 불렀다. 노래만은 우리 맘을 이해해 주는 것 같았다. 들국화의 노래를 처음 들은 건 고3 때로 기억한다. ‘젊음의 행진’도 ‘영 11’도 아닌 또 하나의 TV 프로그램이 생겼다. MBC-TV의 ‘젊음의 광장’이다. 오래 방송되진 않았지만, 방송이 생기고 초창기에 조동진 특집을 했던 것 같다. 출연한 조동진은 음반은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음악 잘하는 후배라며 게스트 밴드를 소개했다. 그때 들국화라는 이름이었는지, 아니면 이름이 없었는지 잘 ..
정진영의 ‘왓 어 원더풀 월드’ 자전거 타는 걸 좋아한다. 언제가 될 진 모르지만 국토 종주 자전거 여행 역시 꼭 해보려고 마음먹고 있다. 2007년, 퇴원할 때 병원에서 정기적인 운동을 권했다. 하지만 특별히 운동에 취미가 없었던 난 마땅한 운동 거릴 찾아 취미를 붙이지 못했다. 그러던 차에 국환이가 마침 자전거가 두 대 있다며 철티비 자전거 한 대를 줬다. 받아서 타고 집에 돌아오는 동안 몇 번이나 넘어질 뻔했다. 사실 자전거는 초등학교 때 잃어버리고 난 뒤 제대로 타본 기억이 없다. 하지만 조금씩 조금씩 자전거 타는 거리를 늘여가며 재미가 붙었다. 자동차를 타고 보는 창밖 풍경도 좋지만, 자전거를 타며 바라보는 풍경은 사각의 프레임을 모두 걷어버린 새로운 세상이었다. 완주하진 못했지만 금강 자전거길을 달리기도 했고, 작년엔 버킷리..
박소연의 ‘꽃 그림자 놀이’ 는 제11회 세계문학상 우수상을 받은 박소연의 장편소설로, 소설이 금지되었던 조선 정조 시대를 배경으로 전해 실제 전해 내려오는 민담과 그렇지 않은 짧은 에피소드가 독립적으로 삽입된 액자식 구성을 취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구성이 예전에 읽었던 몇몇 소설에서도 그랬던 것처럼 몰입을 방해했다. 이 짧은 소설 속 소설이 전체적인 진행과 어떤 연관이 있을까 생각하며 읽었던 앞선 내용을 복기하느라 한 호흡에 읽어 내려가는 게 무리였기 때문이다. 마지막 장을 덮으며 생각하니 큰 연관은 없다는 생각이 드는 경우도 많았다. 책 제목인 ‘꽃 그림자 놀이’는 ‘소설’을 이야기한다. 소설은 아니지만 다산(茶山) 정약용이 밤마다 꽃 그림자를 위해 담장 벽을 깨끗하게 쓸고 등잔불을 켠 다음, 그 가운데 쓸쓸히 앉아 홀로..
김인숙의 ‘안녕, 엘레나’ 김인숙의 동명 소설집 가운데 첫 번째 단편소설이다. 사실 이 책을 산 이유는 제목 때문이다. ‘안녕, 엘레나’. 토토(Toto)의 3집 앨범 [Turn Back]에 담긴 ‘Goodbye Elenore’가 떠올랐다. 신기하게도 뮤직비디오를 좀처럼 접할 수 없었던 시절, 지상파 티브이를 통해서 보고 깊은 인상을 받았던 곡. 물론 소설과 이 노래는 전혀 관계가 없다.  소설은 주인공 소망이 직장을 그만두고 해외로 여행을 떠나는 친구에게 이복동생을 찾아 달라는 부탁을 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얼마 지나지 않아 친구로 부터 ‘엘레나’라는 이름을 가진 이들의 사진이 이메일로 도착한다. 이들의 사진을 보고 인화해서 벽에 붙이며 소망은 아버지에 대해 생각한다. 어쩌면 이 소설은 아버지를 이해하고 용서하는 과정이라는 생..
오기와라 히로시의 ‘소문’ 방송 때문에 청주에 갔다가 시간이 남아 알라딘 중고서점에 잠시 들러 책 한 권을 집어 들었다. 오기와라 히로시(荻原浩)의 . “마지막 4글자에 모든 것이 뒤바뀐다!”는 카피문구에 혹했기 때문이다. 사실 추리소설 마니아라면 ‘반전’이 얼마나 중요한 요소인지를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물론 난 책을 많이 읽는 편도 아니고 마니아는 더더욱 아니지만 이미 몇몇 소설을 통해 반전의 매력에 푹 빠진 터라 마지막 네 글자를 위해 숨 가쁘게 책을 읽어 내려갔다. 결론적으로 엄청난 반전이긴 하지만 그렇게 충격적인 결말은 아니었다는 생각이다. 또 전문가는 아니지만 전체적인 개연성이 좀 부족한 느낌 역시 있었다. 개인적으로 추리소설은 거미줄처럼 촘촘하게 짜인 구조와 뜻하지 않은 복선이 얽혀 놓친 게 무언지 앞 페이지로 되돌아..
양해남의 ‘그래서 가요 LP’ 1990년대 말, 은행동 기신양복점 부근에 ‘스타레코드’란 가게가 들어섰다. 정말 좁았던 가게지만, 지금 생각하면 초 희귀 아이템으로 꼽힐만한 가요 음반들을 정말 싼 가격으로 살 수 있었던 곳. 가게 주인은 정상식 형님이었다. 정지영이라는 예명으로도 불린 상식이형은 김홍철과 친구들의 멤버와 함께 조직한 트라이앵글이라는 트리오의 일원으로 활동한 적도 있다.  음반이 점점 늘어나며 스타레코드는 조금 한적하지만 살짝 넓은 가양동으로 자리를 옮겨 ‘아날로그 33’이란 이름으로 이전 개업했다. 그리고 가게를 즐겨 찾는 단골을 중심으로 같은 이름의 음악동호회가 만들어졌다. 고문 격으로는 키 보이스에서 드럼을 연주했던 노광일 형님과 나중에 ‘턴턴턴’이라는 레코드 가게를 열었던 고 김찬 형님이 있었고, 과거 르네상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