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 전 부터 꼭 보고 싶었던 영화가 있다. 토드 헤인즈 감독의 ‘아임 낫 데어('I'm Not There)’. 이미 ‘벨벳 골드마인’이라는 글램록을 소재로 한 영화를 통해 대중음악과 사회에 대한 남다른 시각을 보여줬던 토드 헤인즈의 연출은 이 영화로 더욱 진일보했음을 확인시켜 준다. ‘벨벳 골드마인’에서 기자 역할로 출연했던 크리스천 베일을 비롯해서 ‘아임 낫 데어’에는 6명의 배우가 밥 딜런의 역할을 맡았다. 하지만 이들 누구도 밥 딜런이라는 이름을 사용하지 않는다. 이렇게 각각의 배우들은 단순히 시간의 흐름에 따른 배역의 분담이 아니라, 같은 질문에도 다른 대답을 해 대던 실제 밥 딜런의 인터뷰와 같이 그의 내부에 존재하고 있는 또 다른 자아들의 편린으로 존재한다. 따라서 영화를 보기 전에 밥 딜런에 대한 사전 지식이 별로 없다면 어린 흑인 꼬마 밥 딜런이나, 골든글로브 여우조연상에 빛나는 케이트 블란쳇이 맡은 여성 밥 딜런의 등장이 다소 당혹스러울 수도 있다(놀랍게도 외모나 억양 등 모든 면에 있어서 밥 딜런의 모습과 가장 비슷한 배우는 바로 포스터에 등장하는 실루엣인 케이트 블란쳇이다). 그리고 이 영화는 분명 단순히 밥 딜런의 일대기를 다룬 자서전적인 영화가 아니라, 풍부한 연출자의 상상력이 더해진 작품이다. 때문에 6명의 배우는 모두 밥 딜런의 역할을 하고 있지만, 결국 아무도 밥 딜런은 아니다. 더 이상의 이야기는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가 될 지도 모르기 때문에 여기까지만. 대전에서는 ‘원스’를 상영한 바 있는 대전아트시네마에서 현재 상영 중인데, 아래 첨부한 책 한권이나 이미 마틴 스콜세지가 감독을 맡았던 다큐멘터리 ‘노 디렉션 홈’ 등으로 미리 예습 하고 영화를 보는 것도 좋겠다.
밥 딜런을 소재로 한 영화인만큼 영화의 O.S.T. 역시 반드시 들어볼 만 하다. 이미 잘 알고 있는 밥 딜런의 곡이지만, 여러 뮤지션들이 새롭게 녹음한 버전들은 쉽사리 청자들의 마음을 끈다. 영화의 타이틀로 쓰인 밥 딜런의 정규앨범 미수록곡 ‘I'm Not There’는 밥 딜런의 버전과 함께 소닉 유쓰의 버전도 수록되었으며, 영화 ‘원스’의 주연을 맡았던 글렌 한사드와 마르케타 이글로바도 다시금 듀엣으로 화음을 맞췄다. 우드스탁에서 자유를 외치던 리치 헤븐스나 로저 맥귄과 같은 노장들의 건재함이 반갑고, 펄 잼의 에디 배더, 욜라 탱고 등 홍수와도 같은 밥 딜런 음악의 진수성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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