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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ER'S MUSIC LIFE/LINER NOTES (DOMESTIC)

6월 22일 발매되는 휘모리의 데뷔앨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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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게, 최근 라이너노트들은 언제나 시간에 쫒겨 마감을 짓게 된다능... (하긴 시간이 많아도 언제나 쫒기는 건 마찬가지지겠지만.. -_-...)

휘몰아치는 멜로딕 스피드메틀과 토속적 전통 가락의 절묘한 조화

휘모리. 그들의 공연을 한번이라도 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휘모리의 사운드에 매료되었을 것이며, 주변 동호회의 친구들이나 기타 음악친구들에게 소개를 했을 것이다. 그래서 국내 메틀에 관심이 있는 매니아라면 한번쯤 들어봤을 법한 이름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공연을 접하지 못한 사람이라면 메틀 팬이라도 그들의 음악을 들어볼 기회가 그렇게 많지 않았다. 하물며 공연의 혜택에서 낙오된 지방의 경우라면 그 존재조차 모르고 있을 수도 있다. 이유는 결성 12년차의 밴드임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발표되는 음반이 데뷔앨범이기 때문이다. 물론 결성 후 홍대 클럽을 중심으로 활동하며 광주, 인천, 부산, 대구 등에서 각종 락페스티벌이나 기획 공연에서 공연을 펼쳤고, 2003년과 2004년 홍대를 중심으로 한 밴드간의 모임 IRC를 통해 발표된 동명의 컴필레이션에 참여한 적이 있긴 하지만, 이러한 활동으로 휘모리의 존재를 보다 많은 이들에게 알리는 것은 애초부터 역부족이었다. 언제나 이들의 활동 앞에는 멤버문제라는 밴드 내의 풀지 못했던 숙제가 가로막혀 있었기 때문이다. 밴드명을 그대로 사용한 데뷔앨범의 타이틀은 확고한 멤버와 함께 이제야 비로소 제대로 된 활동을 시작하며 “우리들이 휘모리다.”라고 외치는 의미심장한 선전포고와도 같다.

휘모리는 1998년 결성된 앵커릿을 모체로 한 밴드다. 말 그대로 끊임없는 멤버교체를 겪은 후 정착된 현재의 라인업은 기타에 창단멤버인 이재욱과 그의 동생 이재무, 보컬에 박지범, 베이스에 김용휘, 그리고 드럼에 정은식. 이렇게 5인조다. 휘모리라는 밴드명은 꼭 우리말로 이름을 정해야겠다는 생각을 염두에 두고, 추구하는 음악에 맞춰 한국 장단 중에 가장 빠른 장단인 휘모리가 적절하다는 생각이 들게 되어 정하게 되었다는 이들. 물론 밴드의 이름이 주는 미묘한 뉘앙스에서 알 수 있듯이 유럽 스타일의 멜로딕 스피드메틀을 추구하지만 요소 요소에 숨어있는 우리의 전통 음악적 뿌리를 찾아볼 수 있다는 점도 휘모리 사운드의 커다란 특징이다. 이번 음반을 녹음하면서도 복잡하지 않고 단순하게, 어떠한 틀에 얽매이지 말고, 외국음악을 하지만 우리나라 색체가 묻어 있는 사운드를 만드는 데에 주안점을 두었다.

대부분의 유럽발 멜로딕메틀 밴드들의 화려하고 웅장한 그것과는 그 느낌부터 확실히 달리, 애잔한 우리의 정서를 대변하는 듯 아련한 인트로 ‘기다림’에 이어지는 ‘Higher’는 보편타당한 기본기와 휘모리 특유의 다이내믹함이 어우러진 음반의 베스트 트랙 가운데 하나다. 고음역대의 안정된 보컬, 웅장한 코러스라인, 또 확실한 자신의 위치를 잡아주는 베이스 기타의 넘실거림 등 밴드명인 휘모리가 의미하는 스피드를 갖춰 명실공이 국내 멜로딕 스피드메틀의 송가로 꼽을 만큼 그 흡인력이 강하다. 도입부, 언뜻 전통 민요의 그것을 떠오르게 만드는 찰진 기타 멜로디를 가진 ‘Show Me’는 늘임과 조임을 반복하는 여유로운 리듬의 흐름, 절제와 여백 등 여타 해외의 메틀 음악을 이야기할 때 쉽사리 꺼내기 어려운 단어들이 떠오르는 휘모리만의 매력이 듬뿍 담긴 새로운 음악이 탄생하였음을 만천하에 선포하는 곡.

유럽에서 이미 잘 만들어졌지만, 어쩐지 우리 몸에 딱 맞지는 않는 기성복을 그대로 입는 우를 범하지 않음은 단순히 전 곡의 가사가 한글로 이루어졌다는 표면적인 이유에서만이 아니라 ‘Don't Give Up’이나 ‘세상은 내게’ 등 토속적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모던하고, 타이트하지만 여유롭게 흐르는, 지능적인 악곡 전개와도 맞물려있다. 몇몇 곡에서 전개부분이 한글인 반면, 클라이맥스 영어로 표현된 것은 락음악의 한글표현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휘모리만의 새로운 방법론이다. 서정적인 전반부에 특별히 고음역대의 진행을 좋아하는 메틀 팬들에게는 매력적인 하이톤 보컬이 큰 걸음으로 내닫는 메틀릭 사운드를 리드하며, 중반부 경쟁하듯 펼쳐지는 트윈리드기타의 매력을 한껏 살린 솔로를 들을 수 있는 ‘Hungry’를 권한다. 키보드 파트의 삽입과 계속되는 템포 체인지에 의한 드라마틱하고 장중한 전개를 보여주는 ‘곰탱이 (Part1)’는 그 제목으로 보아 차기작과 이번 앨범의 다리와 같은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이는 다소 실험적인 트랙.

1960년대 중반, 애드 포와 키 보이스에 의해 대한민국에 락음악이 탄생한 이후로 현재에 이르기까지 많은 국내 락밴드들은 자신의 DNA 속에 각인된 국악과 락의 접목에 대한 일종의 강박관념 속에 시달려왔고, 실제로 두 음악이 결합된 형태의 많은 음반들을 발표해왔다. 하지만 아쉽게도 좋은 의도가 오롯이 표현된 뛰어난 창작물은 그다지 많지 않았던 것 역시 사실이다. 이제 앞서간 밴드들의 목록에 휘모리라는 또 하나의 뮤지션의 이름을 추가할 때다. 그리고 휘모리의 이번 음반은 비록 데뷔앨범일망정 10년 이상 힘들게 밴드의 사운드를 만들어가면서 정작 중요한 것은 인위적인 삽입에 의한 부유(浮游)가 아니라, 자연스러운 공존이란 점을 스스로 인지하고 있었기에 그 결과 역시 충분히 만족스럽다. 또 이들의 사운드가 우리의 전통 가락의 느낌을 요소요소에 포진하면서 유럽의 멜로딕 스피드메틀 밴드들에 뒤지지 않는 완성도를 지니고 있으며, 여기에 1980년대 중반 시작된 국내의 초기 정통메틀에서 1990년대 이후 등장한 사하라와 같은 프록메틀 밴드의 사운드까지 관통하고 있음은 무척이나 고무적이다.

단순히 10년 이상 활동한 밴드의 과거를 정리하는 자서전으로서의 의미가 아니라, 전통과 현재를 포괄하는 새로운 음악으로 또 다른 10년을 준비하는 밴드의 완고한 의지와 미래가 담긴 음반이다.

글 송명하 (201006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