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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ER'S MUSIC LIFE/EXTERNAL CONTRIBUTIONS

‘따로’되기 전 발표한 밴드의 유작이자 한국록의 유산, 따로 또 같이 / 나는 이 노래 하리오 / 가을의 노래


‘따로’되기 전 발표한 밴드의 유작이자 한국록의 유산
따로 또 같이 / 나는 이 노래 하리오 / 가을의 노래

01. 나는 이 노래 하리오
02. 너를 보내고
03. 나의 노래
04. 장미 그리고 바람
05. 가을의 노래
    I. 여름은 가고
    II. 그대를 위한 가을의 노래
    III. 바람은 강물을 만났을까
06. 어둠 속에서

1988 / 지구레코드

따로 또 같이는 원래 전인권, 강인원, 나동민 그리고 이주원으로 결성된 4인조 그룹이다. 하지만, 이 라인업으로 발매된 음반은 첫 번째 음반 밖에는 없다. 그룹의 이름처럼 두 번째 음반에서는 전인권이 빠진 3인조로, 세 번째와 네 번째 음반에서는 나동민과 이주원, 이렇게 두 명의 멤버로 활동했던 까닭이다. 축소된 멤버의 한계는 소위 ‘통기타 듀엣’으로의 음악적 변화로 이어짐이 필연적이었겠지만, 이미 1집과 2집에서 보여준 ‘외기러기’나 ‘별 조차 잠든 하늘에’와 같은 곡으로 유추해 볼 수 있는 이주원의 록 지향적인 음악성은 이러한 멤버 구성의 한계를 젊은 전문 음악인들의 적극적인 수용을 통해서 극복해 나갔다. 이들의 두 번째 음반에서 시작된 젊은 전문 세션맨들의 기용에 의한 하나의 공동체 음악을 만들어 가는 과정은 국내 대중음악계에 있어서 따로 또 같이가 일궈낸 또 하나의 진보적 시도라고 볼 수 있다. 또 이러한 시도는 말 그대로의 ‘시도’에만 그치지 않고, 섬세하면서도 웅장한 그들만의 스타일 확립으로 이어졌다.

어찌 본다면 나동민의 약해 빠진 목소리와, 답답하기 이를 데 없는 이주원의 목소리는 ‘노래’라는 관점에서 볼 때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하지만, 2집의 ‘잠 못 이루는 이 밤을’은 물론 3집 음반에 수록된 ‘내 님의 사랑은’이나, 4집 음반에 수록된 ‘장미 그리고 바람’ 등은 이미 노래 잘하는 가수들인 남궁옥분, 양희은과 이동원 등에 의해 각각 먼저 녹음이 된 곡들임에도 불구하고, 따로 또 같이의 버전이 더욱 깊은 맛을 잘 살리고 있다. 이는 그들 자신이 쓴 곡을 스스로 불렀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그보다 따로 또 같이가 만들어낸 창작물들은 가수가 부르는 일반적인 ‘노래’가 아니라 총체적인 ‘작품’으로서의 의미가 강한 까닭이다. 때문에, 1집을 제외한 석 장의 음반에서 감지할 수 있는 작은 연관성 하나하나를 찾아내는 것은 한 장의 음반이 주는 주제를 도출해 내는 것 보다 오히려 재미있다.

LP시절 발표되었던 각각의 음반에서 뒷면의 첫번째 위치에 있는 곡들은 모두 이주원이 작곡해 불렀고 이들 모두는 대곡 지향적인 구성력 위주의 곡으로, 음반에 있어서 가장 록 성향이 강한 트랙들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또, 3집과 4집의 뒷면 첫곡에 해당하는 곡인 ‘해는 기울어 어느 가슴으로 가나 / 가네’와 ‘가을의 노래’는 한 호흡으로 이루어져 진행되는 곡이 아니고, 각각 개별적으로 존재하는 곡들의 꼴라쥬와 같은 재구성이라는 것 역시도 간과할 수 없는 특징이다. 이를 확대해서 생각한다면, 이주원이 만든 곡들 대부분이 하나의 일관된 맥 가운데 있음을 유추해 낼 수 있다. 이들의 두 번째 음반에 수록된 ‘하우가(夏雨歌)’와 네 번째 음반 수록곡 ‘가을의 노래’의 도입부 기타 아르페지오는 조옮김만 했을 뿐 동일한 진행을 가지고 있다. 다시 말해서, 이 두 곡을 연속해서 재구성한다면, 여름에서부터 가을, 겨울로 이어지는 장대한 컨셉트를 구성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해외의 심포닉록 애호가들에게 이들의 존재를 강하게 각인 시켰던 이유도 바로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나는 이 노래 하리오’는 ‘가요 톱10’과 같은 순위프로그램에도 등장할 만큼 잔잔한 인기를 얻었고, ‘나의 노래’를 통해 펼쳐 보이는 세련된 편곡은 발표된 지 20년이 훌쩍 넘는 시간적 간극을 훌쩍 뛰어넘을 만큼 고혹적인 매력을 지녔다. 앞서 언급했던 조곡 ‘가을의 노래’와 조동진의 곡과는 동명이곡인 ‘어둠속에서’는 지금까지 발표했던 따로 또 같이의 음악적 역량이 총 집결했다고 할 만한 국내 심포닉록의 명곡들이다. 1979년 첫 앨범이 전인권의 덤덤함과 강인원의 아름다움, 나동민의 수줍음과 이주원의 너그러움이 ‘따로’ 나열된 합집합이었다면, 10년 만에 발표된 네 번째이자 마지막 앨범은 서로를 향해 다가가며 화학적 변화를 일으킨 진중한 나동민과 완고한 이주원의 역량이 ‘같이’ 응집된 교집합인 것이다. 이 음반 이후, 이주원은 이전 음반에 참여하고 뿔뿔이 흩어졌던 강인원, 전인권을 다시 끌어들여 [절두산 마리아]라는 새로운 컨셉트 음반을 구상했지만, 결국 완성하지 못하고 따로 또 같이의 10년간 이합집산은 끝을 맺는다. 그리고 밴드의 이름처럼 언젠가 다시 모이리라는 희망 역시 2009년 4월 15일 이주원이 세상을 떠나며 완전히 사라지고 말았다.

글 송명하 (20111018)

* 다음뮤직(http://music.daum.net/)과 백비트(http://100beat.hani.co.kr/)에 기고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