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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ER'S MUSIC LIFE/EXTERNAL CONTRIBUTIONS

국내 심포닉록의 숨겨진 수작, ZINNIA II / 지니아

국내 심포닉록의 숨겨진 수작
ZINNIA II / 지니아

01. 별이 된 후에
02. 자전거
03. Shooting Game
04. 그 겨울... 그리움
05. 고성
06. 저녁 무렵, 어느 작은 마을에서
07. 푸른 달
08. 네가 떠난 바다에서
09. 바다, 도로... 그리고 나
10. 비상을 위하여

1998 / 신촌뮤직

지니아(Zinnia)는 1996년에 활동을 시작해 두 장의 음반을 발표한 후 해산한 밴드로, 그 이름은 ‘Zest IN the New Ideal Architects’의 준말이다. 멤버들은 밴드의 이름에 대해 ‘새롭고 이상적인 창조자들의 열정’을 표현한 단어로 음반, 영상, 게임 등 다중매체를 이용한 엔터테인먼트를 추구한다고 밝힌 바 있다. 김종숙(보컬, 그래픽 디자인)과 김도훈(보컬, 믹싱, 미디)이라는 두 명의 남성 멤버와 정승희(보컬, 그래픽 디자인)와 유수진(보컬, 작곡, 미디)의 여성 멤버 두 명으로 구성된 독특한 편성의 밴드. 모두 1976년생 동갑내기들로, 초등학교 6학년부터 함께 게임을 하고 놀았던 친구들이다. 컴퓨터와 그래픽에 관심을 가지고 있던 멤버들의 모임이기 때문에 재킷 디자인에서 음악, 뮤직 비디오에 이르기까지 온통 컴퓨터의 영향력을 확인할 수 있다.

마치 게임 CD의 재킷을 연상시키는 두 장의 음반들에 아트록이라는 선을 긋기에는 무리가 따르지만, 1980년대 이후 일본에서 자생했던 심포닉록 그룹들의 음악과 밀접한 관계가 있어 보인다. 지니아의 음악이 일본의 심포닉록 그룹들의 음악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았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기승전결의 뚜렷한 구성에, 화려한 진행의 묘미를 살린다는 공통점이 있다는 말이다. 1997년에 발표한 데뷔앨범 [The Key To Human Nature]는 짧지만 아기자기한 구성이 응집된 힘을 들려주는 연주곡 ‘The Key To Human Nature’나, 웅장한 연주와 스토리텔링을 하는 나레이션으로 이루어진 ‘Phillphonnes Island I’이 수록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 산만한 느낌을 주는 음반이었다. 머릿속에 떠도는 수많은 아이디어들이 제대로 정리되지 못하고 나열된 까닭일 것이다.

그에 비해 이듬해인 1998년 발매된 두 번째 음반은 여러모로 정돈된 진보가 눈에 띈다. 특히 고음부 보컬에 있어서의 아쉬움은 남지만 중반부 현악 섹션과 아름다운 여성 코러스가 동반된 ‘별이 된 후에’는 심포닉록 마니아라면 한번쯤 들어봐야 할 수작이다. 데뷔앨범에도 수록된 바 있는 ‘바다, 도로... 그리고 나’에서 곡을 리드하는 바이올린의 현란한 활놀림이나 ‘자전거’에 삽입된 플루트 연주, 또 ‘그 겨울... 그리움’의 클라리넷 등 미디의 컴퓨터 사운드와 목가적 아날로그 악기의 조화로운 활용은 발군이다. 또 파이프 오르간이나 그레고리안 챤트 풍 코러스와 여성 스캣 보컬을 요소요소에 활용해 종교적이고 장중한 결말을 유추해 내는 대곡 ‘고성’의 탄탄한 구성력도 돋보인다.

제도화되고 획일화된 오버그라운드에서 활동도 아니고, 그렇다고 공연을 통해 자신의 팬베이스를 넓혀갔던 언더그라운드 뮤지션도 아닌 중간자적인 위치는 프로와 아마추어의 사이쯤 존재하는 지니아의 음악적 특징과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물론 음악에서 재킷과 뮤직 비디오까지 모든 음악관련 활동을 하나의 콘셉트로 묶으며, 자신들의 모습도 동화되어 마치 판타지 영화의 한 장면을 연상시켰던 밴드의 활동에 대한 반향은 그렇게 크지 않았다. 하지만 강수호나 신현권 함춘호 등 당대를 대표하는 세션맨의 연주보다는 밴드 스스로 담당했던 악기의 배치나 구성에, 또 보컬보다는 악곡의 전개와 구성에 포커스를 맞춰 듣는다면 분명 색다른 재미로 가득 채워진 이들의 매력에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글 송명하 (20111002)

* 다음뮤직(http://music.daum.net/)과 백비트(http://100beat.hani.co.kr/)에 기고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