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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ER'S MUSIC LIFE/LINER NOTES (DOMESTIC)

SILENT EYE / 원년 보컬리스트 서준희 9년만의 복귀작 [Crossroads Of Death]

by coner 2011. 11. 25.

해외의 메틀을 들으며 귀를 단련시켰던 국내 마니아들에게도 익스트림 계열의 메틀이 낯선 존재로 여겨졌던 1990년대 중반 무렵 등장한 어새신(Assassin)과 피뢰침 혹은 그 후신 제노사이드(Genocide)의 음악은 오히려 지금 들어도 손색이 없을 만큼 시대를 앞서갔던 음악이었다. 1997년 결성된 사일런트 아이(Silent Eye)는 이들 두 그룹의 노른자위 멤버를 주축으로 결성된 밴드다. 밴드의 이름은 사전적 의미로 ‘침묵의 눈’을 의미하며 사회의 모순점, 폭력, 아동학대 등을 객관적이고 방관자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며 어둠 속의 진실들과 부조리를 타파하고 훈계하자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초기 사일런트 아이는 밴드의 모태가 되었던 두 밴드를 통해 알 수 있듯 블랙메틀을 비롯한 익스트림메틀의 자양분을 흠뻑 흡수한 음악을 추구했다. 이러한 음악적 경향은 해외 작업으로 초미의 관심이 되었던 데뷔앨범 [Buried Soul In The Castle Wall](2001)의 사운드와 재킷 내지에 등장하는 콥스 페인팅의 멤버 사진으로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사일런트 아이의 익스트림메틀은 사운드의 홍수로 청자를 좌절의 코너로 몰아붙이는 교과서적 사운드와는 분명 다른 구석이 있었다. 바로 급진적이고 극단적인 음악이지만 멜로디를 중시한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사일런트 아이의 사운드가 2002년 보컬리스트의 교체와 함께 멜로딕메틀로 변모했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이미 이러한 부분도 밴드의 출발과 함께 내재된 것이었다고 보는 편이 낫다. 어쨌든 원년멤버인 손준호를 주축으로 재편된 사일런트 아이는 2003년 셀프 타이틀의 EP를, 2006년에는 두 번째 정규음반 [Hell Hound]를 발매하며 쉼 없는 활동을 전개한다. 그리고 2000년대 말, 드디어 유동적이어 불안했던 멤버가 안정적인 위치를 잡으며 새로운 도약을 시도한다. “따라올테면 따라와 봐”라는 호기 넘치는 광고의 카피문구가 떠오르는 메가톤급 파워로 나약해진 청자들의 가슴에 서늘한 일격을 가했던 두 번째 EP [Into The Nightmare](2010)는 내실이 탄탄해진 멤버들의 상호 교감이 시너지 효과로 극대화된 결과물이었다.

그리고 2011년, 원년 보컬리스트 서준희가 9년 만에 다시 사일런트 아이에 합류했다. 그 외에는 기타리스트 손준호를 중심으로 베이스에 김현모, 키보드에 진영으로 이루어진 전작과 동일한 라인업에 드러머만 이충훈으로 교체되었다. 서준희는 사일런트 아이 이후 다운 인 어 홀(Down In A Hole)에서 아메리칸 하드락 풍의 음악을 추구했고, 사일런트 아이 역시 보컬이 조성아로 교체된 이후 본격적으로 멜로딕 파워메틀로 자신들의 스타일을 새롭게 확립했기 때문에 이 새로운 조합은 청자로서 무척 흥미로운 상황이었다. 밴드로서도 이러한 청자의 궁금증을 의식했는지 서둘러 EP 한 장을 준비했다. 바로 이번에 발표되는 [Crossroads Of Death]가 그것이다. 인트로를 포함해 단 세곡의 단편만이 실렸다는 점이 무척 아쉽긴 하지만, 현재 밴드의 모습과 앞으로 이어질 스타일을 미리 유추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위치에 있는 음반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죽음 앞에서 갈등하는 인간의 마음을 표현한 짤막한 인트로 ‘Psycho Screamer’에 접속곡으로 이어지는 타이틀 트랙 ‘Crossroads Of Death’은 말 그대로 심포닉한 전개와 멜로딕한 일렉트릭 기타의 선율 그리고, 극단적인 템포의 체인지로 대변되는 사일런트 아이식 멜로딕 파워메틀이다. 여기에 밴드의 출발당시 그 뿌리와도 같았던 익스트림메틀의 DNA는 보컬에 남아 한편의 드라마와도 같은 곡의 진행에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마치 다른 길을 가듯 보이긴 했지만, 데뷔 당시의 스타일은 화석이 된 것도 그렇다고 박제가 된 것도 아니라 내면에서 계속 진보하고 있었던 것이다. 기타 연주는 유려하고 멜로디어스하지만, 보컬은 분노 가운데 사악하다. 또 드럼과 베이스가 그리는 리듬파트는 폭주하듯 뜨겁지만, 키보드 사운드는 냉철하여 얼음처럼 차갑다. 이렇듯 상반된 요소들의 이상적인 재구성은 새롭게 전열을 가다듬은 사일런트 아이의 확고부동한 스타일이다. 또 단순한 듯 귀에 감기지만 브리지마다 카멜레온처럼 변화하며 청자를 마치 롤러코스터에 타고 있는 냥 긴장하게 만드는 ‘Heavy Metal’은 1990년대 이후 메틀밴드와 마니아들에게 던지는 일종의 헤비메틀 송가다.

‘Heavy Metal’의 가사처럼 많은 이들이 떠났지만 사일런트 아이는 남았다. 그리고 13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동안 화려하지는 않을지언정 그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아우라를 구축했으며, 그 아우라는 이제 원년 보컬리스트인 서준희의 재가입과 함께 더욱 커다란 응집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러한 응집력은 머지않아 이어질 세 번째 정규음반을 통해 더욱더 커다란 결과물로 증명될 것이다. EP [Crossroads Of Death]는 그러한 기대를 갖게 만들기에 충분한 전초전이며 신호탄인 것이다.

글 송명하 (2011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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