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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ER'S MUSIC LIFE/LINER NOTES (OVERSEAS)

IN THIS MOMENT [Beautiful Tragedy]

여성 메틀보컬의 세대교체 선언
IN THIS MOMENT [Beautiful Tragedy]


락 밴드에 있어서 여성 보컬리스트들이 가지는 위치는 무척이나 크다. 우선 그 보컬리스트로서의 자질을 떠나서 일단 프론트에 여성멤버가 존재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그들이 추구하는 음악 이외의 이야깃거리 하나를 더 제공할 수 있으니 말이다. 사실, 이러한 이점 때문에 밴드의 프론트우먼들이 그저 ‘눈요깃거리’의 위치에만 머물고 있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하지만 2007년 3월 정식 데뷔음반으로 세계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인 디스 모먼트의 마리아 브링크(Maria Brink)는 분명 1/5 이상의 존재, 다시 말해서 밴드의 사운드를 규정짓고 있는 열쇠라고 할 수 있다. 에이미 리의 애잔한 서정성과 안젤라 고소의 광폭한 과격함을 겸비한 보컬리스트라고 한다면 이해가 빠를까. 어쨌든 또 한 명의 걸출한 여성 락 보컬리스트의 탄생이다.


인 디스 모먼트가 결성된 것은 2005년이다. 기타를 맡고있는 크리스 하워쓰(Chris Howorth)와 보컬의 마리아 브링크가 만나 남부 캘리포니아 지방에서 결성한 밴드. 이들 두 명의 만남에 의한 시너지 효과는 얼마 되지 않아 몇 곡의 자작곡 넘버들로 이어졌다. 여타 밴드들에서 활동하던 드러머 제프 패브(Jeff Fabb), 기타리스트 블레이크 번젤(Blake Bunzel) 그리고 베이시스 제시 랜드리(Jesse Landry)를 영입하며 밴드의 틀을 갖춘 인 디스 모먼트는 첫 번째 음반의 레코딩에 돌입한다. 이렇게 녹음된 첫 번째 데모트랙은 ‘마이 스페이스’를 통해 엄청난 반응을 불러 일으켰고, 결국 센추리 미디어(Century Media)와의 정식 계약으로 이어졌다.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라우드뮤직 씬에서, 그것도 건장한 남성들의 전유물로 인식되던 메틀코어라는 장르에 출사표를 낸 이상 그 비교상대는 두말할 나위도 없이 현재 이 씬을 휘두르는 유수의 밴드들일 터. 어쩌면 그 파워로만 본다면 마리아 브링크의 보컬은 청자들의 높은 기대치에 부합하지 못할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기존 보컬들의 그것들에서 장점들만을 취합한 듯 부족한 구석들을 적당히 긁어주는 매력을 굳이 마다할 이유는 없지 않은가. 극악한 스크리밍과 애수 어린 클린 보컬을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그녀의 목소리에 이미 평단은 램 오브 갓(Lamb Of God)의 랜디 브라이쓰(Randy Brythe)와 
에바네센스의 에이미 리가 공존한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는 상태다.

인터넷 사이트 ‘마이 스페이스’를 통해 인 디스 모먼트가 자신의 존재감을 각인시키는 데에는 마리아 브링크의 외모 역시도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또 그녀의 모습에서 보여지는 ‘코스프레’를 연상시키는 교복의상이나 흰색의 짧은 원피스 뒤로 보이는 엄청난 태투는 바로 앞서 이야기했듯 양면적인 속성을 가지고 있는 인 디스 모먼트의 음악과 무관하지 않다. 이들의 음악은 분명 메틀코어임에도 불구하고 청자들을 꼼짝 못하도록 코너에 몰아넣고 계속해서 소나기 펀치를 난사하지 않는다. 또 저돌적으로 밀어붙이는 곡이건 그렇지 않건 간에 비장한 슬픔이라는 공통적인 정서가 존재한다. 

“오래 됐건 그렇지 않건 간에 각각의 노래들은 내가 사는 동안 생각했던 것들을 담고 있어요. 가슴아프고 상처받게 했던 것들에 대해서 절규하고 노래하며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거죠. 그러다 보면 난 스튜디오에서 울고 있고 정신을 차리지 못하죠. 하지만 그것이 내 음악을 더욱 진실하게 만든다고 생각해요. 그렇기 때문에 내 목소리에서 아픔을 틀을 수 있을 거예요. 한 곡은 2년 전에 세상을 떠난 절친한 친구에 관한 곡이죠. 그의 사진을 모두 떼어서 내가 노래하고 있는 곳으로 가져왔어요. 모든 사람들이 내가 노래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 느끼게 만드는 데 있어서 무척이나 중요한 일이었죠.”

굳이 마리아 브링크의 설명을 듣지 않더라도, ‘Beautiful Tragedy’라는 첫 번째 음반의 타이틀이 음반에 수록된 그 모든 이야기들을 대변해 주는 듯 보인다. 이미 아트레유(Atreyu)나, 에브리타임 아이 다이(Everytime I Die) 등의 앨범을 제작했던 경험이 있는 에릭 레이첼(Eric Rachel)이 프로듀스를 담당한 이들의 데뷔앨범. 인 디스 모먼트의 음악과 음반의 타이틀이 주는 느낌 그대로를 표현하고 있는 자켓의 아트워크는 AC/DC, 슬레이어(Slayer), 툴(Tool)이나 마릴린 맨슨(Marilyn Manson), 레니 크래비츠(Lenny Kravitz) 등의 음반 자켓을 담당했던 딘 카(Dean Karr)가 맡았다. 


빗소리에 얹혀지는 속삭임이 인상적인 짤막한 인트로 ‘Whispers Of October’에 이어지는 곡은 이미 뮤직 비디오로 공개되면서 이들에 대한 관심 집중의 주체역할을 담당했던 ‘Prayers’. 두말할 나위 없이 밴드의 지향점이 그대로 살아있는 대표곡이다. 음반의 타이틀 트랙 ‘Beautiful Tragedy’는 라우드뮤직에 대해 좋지 않은 선입견이 있는 사람이라도 부담 없이 접근할 수 있는 이모성향의 곡이지만 요소 요소에 예각으로 꽂히는 마리아 브링크의 스크리밍은 단연 발군이다. ‘Ash’는 사악한 입김을 여과 없이 토해내는 곡으로 굴곡 있는 진행이 돋보인다. 시원스런 정통메틀 리프를 그대로 간직한 ‘Daddy's Falling Angel’은 클린보컬과 스크리밍이 마치 선과 악의 대결구도를 보는 듯한 곡으로 타이틀 트랙과 유사한 클라이맥스를 가졌지만 그 느낌은 상이하다는 점도 흥밋거리. 서정적이며 장중한 ‘The Legacy Of Odio’, 앞서 언급한 것처럼 여타 보컬리스트들의 장점만을 한데 취합한 듯한 이색적인 진행의 ‘This Moment’ 등 각 곡의 도입부마다 카멜레온처럼 변신하는 마리아 브링크의 목소리를 즐기는 것도 한가지의 재미. 유럽보다 선행 발매되는 국내반은 특별히 LP 미니어처 커버로 제작되어 그 소장가치를 높였다.


첫 번째 음반인 만큼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기 위해 노력했고, 완벽하고 멋진 사운드를 음반에 담기를 원했다는 이들. ‘Prayers’의 뮤직비디오를 찍던 중, 마리아 브링크가 격렬한 헤드뱅을 하다가, 클로즈업하던 카메라에 머리를 부딪혀 피를 흘리는 가운데에도 촬영에 몰입했다는 에피소드 역시도 바로 이러한 밴드의 마음가짐을 보여주는 일례가 아닐까. 장르의 편협함을 뛰어넘어 그 수평적인 영역을 높였다는 것으로도 충분히 평가받을 가치가 있는 음반이다. (2007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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